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라

등록 2002.12.30 12:10수정 2002.12.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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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민주당 연수원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사·이권 청탁을 근절하기 위해 특별조사 제도를 실시, 아무 흠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도록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통령의 친인척에게 인사·이권청탁을 하는 것을 방지할 감시 시스템을 만들어 줄대는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노무현 당선자가 친인척 관련 비리와 청탁문화를 미리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역대 취임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로 비리와 부정부패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임기 말년에 자신과 그 친인척까지 비리에 연루되는 부끄러운 역사를 남기고 말았다. 이에 노무현 당선자는 선언적인 의미의 부정부패 척결이 아닌 법률적으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서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의견을 내고자 한다.

첫째 , 노무현 당선자의 대선 공약 중에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하여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 기구의 설립을 위해서는 기구의 법적인 지위와 조사의 권한 , 실질적인 행정수단 및 처벌의 결정 등이 국회의 심의를 거쳐 법률안으로 통과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야 간에 합의가 필요하고 부정부패와 비리를 없애기 위한 큰 뜻에 의견을 같이 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개혁법안이나 정치자금법을 원래 법안보다 후퇴시켰었다. 현재 국민들은 간절하게 정치개혁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를 계속한다면 내후년에 있을 총선에서 반드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국회는 이러한 기구가 눈감고 아옹하는 식의 겉치레로 끝나지 않게 실질적인 조사기구로서 기능을 할 수있도록 법안을 검토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또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실질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법률적인 검토와 감사원, 검찰청 등 기존 정부부처와 중복기능에 대한 조정 등의 심층적인 분석과 전문가들의 검토와 국민여론 수렴을 위한 투명한 공청회가 요구된다.

다만 기우라고 할 것이 있다면 지금도 '위원회'라는 유명무실한 간판으로 인력과 예산이 낭비가 계속되고 있는데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그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둘째, 특별검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예전에 '옷 로비 사건' 등의 예로 본다면 기존 검찰이 정치적인 압력으로 인해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고 결국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그러나 특별검사가 임명된 후에 철저한 수사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옷을 벗었다.

이러한 사례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 고위직을 임명하는 현행 제도에서 검찰이 정치적인 독립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적인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독립적인 권한과 수사권을 주는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통해 기존 검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특별검사의 임명절차와 권한과 책임, 특별검사 임기, 제도의 운영 등의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셋째, 부패방지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부패방지법 29조 4항에서는 부패방지위원회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및 공소제기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검찰에 고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위에서 주장했듯이 기존 검찰이 정치적인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실례로 부패방지위원회에서 고발한 사건들이 검찰에서 기각되므로 인해 수사자체가 불가능한 사건도 있었다. 물론 재정신청이라는 제도로서 부패방지위원회가 검찰에서 기각된 사건에 대해 재심사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검찰의 판단에 맡겨야 하므로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부패방지법을 개정하여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부패혐의에 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검사의 임명을 통해 실질적인 수사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내부자 고발제도의 개선이다. 강성남 행정학 박사의 '부패방지법의 쟁점분석'라는 논문에 따르면 '내부 고발의 보호장치로 거론되는 내부고발자의 신분보장과 신변안전조치만으로는 사실상 내부고발을 유도하는 데 있어서 일정한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부정을 고발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단순한 인사상의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이들을 특진과 특수보상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처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내부자 고발제도에 있어 신분보장과 안전조치는 불충분한 면이 많다. 부패방지법 53조에 의하면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 차별을 한 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그 처벌이 벌금이나 징역형이 아닌 '1천만원이하'라는 과태료이기 때문에 실효성의 의문이 가고 신분보장의 수단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태료 금액의 상향조정이나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내부고발자의 고발이 사실로 드러나 부패와 비리가 밝혀지게 되면 특진과 특수보상을 명문화하는 조항의 신설이 필요하다.

또한 부패방지법 45조 1항은 공직자가 재직 중 직무와 관련된 부패행위로 당연퇴직, 파면 또는 해임된 경우 퇴직 전 3년간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사기업체와 그와 관련된 법인 및 단체에 5년간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제52조의 비위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위반의 죄를 적용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비위공직자에 대한 처벌만 있을 뿐이지 비위공직자를 취업시킨 영리사기업체나 그와 관련된 법인 및 단체에 대한 처벌이 없다.

비위공직자를 취업시킨 영리사기업체에 대한 처벌조항도 신설해서 비위공무원이 자신의 과거업무와 관련된업체에 최소 5년간은 절대로 취업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관예우'라는 인습이 횡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부패와 비리의 재발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내부자 고발제도 대상을 기업과 영리법인 및 단체의 임직원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현행 부패방지법은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만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관련된 사업에 있어서 부정부패의 심각성은 과거의 수많은 예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기업의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도 내부자 고발제도를 도입하여 사전에 불법행위를 억제하고 정부예산의 낭비를 막아야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적인 기관의 부패인지지수의 조사결과를 통해 우리가 부정부패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정책방향에 대해서 논하겠다. 독일의 괴팅겐 대학과 국제투명성위원회가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주요국의 부패인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도에 52개 국가 중에서 10점 만점(가장 깨끗한 상태)에 4.95점을 얻어 34위를 차지한 바 있고, 1998년도에는 85개 국가 가운데 4.2점을 얻어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와 함께 4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 대학에서 행한 부패인지지수에 대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부패인지지수가 4점 떨어지게 되면 한계조세율(marginal tax rate)이 20% 이상 오르는 효과를 낸다고 하면서 한계조세율이 1% 증가하면, 국내로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약 5%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부정부패가 경제성장과 발전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실증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경제발전과 부정부패 척결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국가적인 과제이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단지 선언적인 의미의 부패척결이 아닌 법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부패척결에 앞장서서 훗날에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든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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