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력지도가 변하고 있다

[민주당 신주류 연구] 노무현 시대와 법조출신 3인방

등록 2002.12.30 14:03수정 2002.12.3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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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니라 '알 카에다'로 불러다오."

'당의 발전적 해체'와 '인적청산'을 요구한 민주당내 소장개혁파 의원들의 '소리없는 항변'이다. 대선 승리 직후 소장개혁파 의원 23명이 '당의 발전적 해체' 등을 주장하자 당내 일각에서는 이들을 '탈레반'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그 비유는 썩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노무현 시대의 개막과 함께 민주당 내 권력지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민주당의 '구주류'가 한화갑 대표의 '차기 당권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물러나기 시작하면서 당내 쇄신파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가 새로운 권력그룹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50년대생 법조출신 3인방인 천정배·추미애·신기남 의원의 급부상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그 동안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쇄신파'의 핵심인물로 대선기간 동안에는 '노무현 별동대'로 불렸던 국민참여운동본부(국참)과 정치개혁추진위원회(정개추)를 이끌며 노풍 재점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노무현 당선자의 '노사모'에 이어 '천사모' '추사모' '신사모' 등의 정치인 팬클럽이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이들은 '디지털 리더'로도 인정받고 있다.

천정배 의원, 최초의 노무현 지지 현역의원...법무장관 입각 희망?

a 천정배 의원

천정배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상임고문이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한다. 왜냐하면 십수년 동안 개혁의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켜왔고, 현실적으로 넘어서기 힘든 지역주의를 타협하지 않고 넘어서려 했으며, 5공청문회 등에서 보여준 정치적 능력 때문이다."

천정배(49, 54년생) 의원은 지난해 7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한 초청강연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또 민주당 국민경선을 시작할 때에도 그는 노 후보 캠프에 합류한 유일한 현역의원이었다.

54년생인 천 의원은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목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는 특히 한화갑 대표의 목포고 직계후배임에도 불구하고 경선 전부터 PK출신의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당시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화갑 고문에게) 인간적으로 죄송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지도자는 시대상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며 '노무현 대통령론'의 시대적 당위성을 설파했다.

천 의원은 88년 5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에 참여하면서 노 후보와 첫 인연을 맺었다. 작고한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일했던 그는 91년부터 92년까지 민변의 상임간사를 맡아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다. 그의 얘기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그때 이미 노 후보를 '대통령감'으로 꼽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93년 법무법인 '해마루'를 설립해 노 후보와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민주당내 초·재선 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인 '바른정치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천 의원은 선대위 출범 이후 노 후보의 정무특보와 정개추 총괄간사를 맡아 정치개혁 구상 등을 후보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후보가 정몽준 후보에게 단일화 제의를 하기 전 마지막까지 상의했던 참모들(김원기·이해찬·천정배) 중 한 명이다. 노 후보는 "어디서 일해도 내 뜻과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며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몽준 대표가 천 의원에 대해 "함께 일하고 싶은 정치인"이라고 밝힌 점이다. 정 대표가 노 후보의 최측근 인사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그는 차기 정권의 법무부장관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노 후보가 "정치인 입각 가급적 배제"라고 방침을 밝힌 바 있어 그의 꿈이 이루어질지 미지수다.

추미애, '희망돼지 아줌마' 애칭...'여성대권' 노리는 파워정치인

a 추미애 의원

추미애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 주변에는 개혁적인 인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찬여자' 추미애 의원이 있습니다. 제가 새로운 정치를 하지 않고 약간의 기득권에 만족하고 어물어물하면 제 멱살을 잡아 흔들 우리의 여성지도자 추미애 의원이 있습니다."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지지 철회'를 전격 선언하는 데 결정적 근거를 제공했던 노무현 후보의 지난 12월 28일 명동유세 중 일부다. 노 후보는 당시 정동영 의원과 함께 추미애(45, 58년생) 의원을 '차기 지도자감'으로 지목해 정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정동영 의원과 함께 국참 공동본부장을 맡았던 추 의원은 선거기간 내내 PK와 TK를 넘나들며 영남권에서 노풍을 재점화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심지어 "TK의 노풍은 '추풍'(추미애 바람)이 만든다"는 얘기가 나왔을 영남권에서 그의 활약은 컸다. 그는 특히 지난 10월 초 출범과 함께 펼친 국참의 '희망돼지' 분양사업(자발적 후원금 모금사업)을 주도해 11월말까지 75만 마리 이상의 '희망돼지'를 분양했다. '희망돼지 아줌마'라는 애칭도 거기에서 생겨난 것이다.

대구 세탁소집의 둘째딸로 태어난 추 의원은 경북여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후 10년간 판사생활을 했다. 그는 95년 국민회의에 입당했는데 당시 그의 입당은 '대구출신 현직판사의 야당행'이라는 사실 때문에 화제가 됐다. 그는 국민회의 부대변인과 민주당 최고위원을 거쳐 이제는 '여성대권'을 바라 볼 수 있을 정도로 '파워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추 의원은 지난 4월 3일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대찬여자'인 그가 노 후보에게 '협박성'(?) 발언을 해 노 후보의 간담을 서늘케 한 적도 있었다. 11월 초 정몽준 후보에게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제안하기 하루 전날 부산을 방문한 노 후보를 면전에 두고 이렇게 발언한 것이다.

"노 후보가 단일화의 '단'자만 꺼내도 (국참) 본부장을 사퇴하겠다."

추 의원은 지난 12월 23일 지도부 사퇴 등을 요구하며 신기남 의원과 함께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조만간 열릴 전당대회에서 개혁파 의원들과 함께 당 지도부(최고위원) 경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여의도 정가에서는 그가 노무현시대의 개막과 함께 이미 차기주자 반열에 오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신기남, 정개추 이끌고 영남권 공략 선봉장...여전히 "개혁과 쇄신"

a 신기남 의원

신기남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DJ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있는 세력과 인사들에 대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이고 새 정부에 참여시키지 않겠다."

투표일을 이틀 앞둔 12월 17일, 노무현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탈DJ-탈민주당'을 선언했다. 당시 언론들은 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영남표를 의식한 마지막 승부수"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날 회견은 정개추에서 강력하게 건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정개추의 핵심은 신기남 의원(51, 52년생).

신 의원은 지난 3월 7일 천정배·임종석·이종걸 의원과 함께 '개혁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사실상의 노무현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그는 천정배 의원의 권유로 노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선대위에서 정개추 본부장을 맡아 정개추 사무실을 부산으로 옮기는 등 영남권 공략의 선봉장을 자임했다. "영남에서 표를 얻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는 그의 확신 때문이었다. 그와 정개추 인사들은 영남지역에 상주하며 정동영·추미애 의원이 이끄는 국참과 영남권 공략의 쌍두마차를 형성했다.

신 의원은 한국사회의 '주류'라고 일컬어지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하지만 그는 한국사회의 '비주류'이자 상고출신인 노 후보를 선택했다. 그는 후단협 등에서 노 후보를 흔들 때도 "국민경선으로 뽑은 후보를 지켜야 한다"며 '노무현 사수'에 나섰다.

그는 10월 4일 정개추 본부장 이름으로 낸 논평에서 "'단일화'를 구실로 당원들의 총의와 국민참여경선에 의해 선출된 후보의 선거준비를 방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짓밟는 경선불복적 해당행위임이 명백하다"며 "당의 지도부도 당의 대통령 후보를 음해하는 해당행위에 대해 윤리위원회 소집을 비롯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신 의원은 "소신이 강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와 함께 "고집이 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98년 정권교체 이후 첫 여당 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국민회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당내 개혁파 진영의 본류에 서 있었다. 그는 '21세기 푸른정치모임'과 '열린정치포럼', '쇄신연대' 간사를 지냈으며, 현재 국회내 '바른정치실천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신 의원은 지난 12월 19일 노무현 후보의 당선 직후 논평을 통해 "노무현 후보는 숱한 배신과 변절을 뚫고 빛나는 승리를 쟁취했다"며 "특히 후보단일화의 일방적 파기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독자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정치는 발목을 잡힐 일이 없이 날개를 달고 힘차게 비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2월 23일 '최고위원 사퇴의 변'에서 '당의 발전적 해체'와 '지도부 총사퇴', '최고위원회 해체'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 국민의 눈에는 우리당 역시 낡은 정치의 한 축이며, 정치개혁의 대상일 뿐이다. 민주당을 발전적으로 해체시키고 국민통합개혁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동안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지도부부터 총사퇴하고 백의종군해야 한다. 최고위원회가 먼저 스스로 해체되어야 한다."

신 의원은 최고위원회 해체를 주장했기 때문에 차기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경선에 나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는 여전히 "개혁과 쇄신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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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최신기사 칭찬(?)합니다, 김건희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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