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 '법대로', 선거 끝나자 '정치흥정'?

민주당 "대선 고소고발 일괄취하"에 한나라당 '시큰둥'

등록 2002.12.30 15:40수정 2002.12.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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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31일 오전11시5분>
한나라당 "선거사범, 밀실야합 대상 아니다"


a 안상수 한나라당 부정선거방지본부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안상수 한나라당 부정선거방지본부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고소고발 일괄 취하'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병풍 의혹, 대북 4천억원 지원설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부정선거방지본부장(경기 과천-의왕, www.ansangsoo.or.kr)은 12월31일 성명을 내 "선거사범은 반사회적 반국가적 범죄이므로 밀실야합에 의한 소 취하 대상이 아니고, 검찰이 이를 수용할 대상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안 본부장은 "선거가 끝났으니 선거범죄도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애기는 선거법을 지키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으며, 이는 법치주의에 정면도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안 본부장은 "공명선거문화 정착과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고소고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질 자는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고소고발 사건 취하를 논할 때가 아니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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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수 대변인실장도 "안 본부장의 성명은 당론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김대업의 이회창 후보에 대한 명예훼손, 현대상선의 대북 4000억원 지원설 등 국민 의혹이 집중된 사안들은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안들"이라고 덧붙였다.

<1신: 30일 오후3시40분>
선거 전 '법대로', 선거 끝나자 '정치흥정'?
민주당 "대선 고소고발 일괄취하"에 한나라당 '시큰둥'


a 30일 오전까지 민주당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배기선 의원.

30일 오전까지 민주당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배기선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민주당이 30일 "대선기간 동안 한나라당에 제기한 고소고발들을 일괄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민적 의혹 사안들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어서 민주당과 대조적인 입장이다.

이 같은 민주당의 움직임은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위해 한나라당을 달래려는 '화해' 제스처로 해석되지만, 한편으로는 대선 과정에서 제기한 고소고발들이 한낱 '정치쇼'였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는 또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비방폭로와 흑색선전들에 대한 진위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바라는 국민여론과도 동떨어진 것이어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은 3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거기간 동안 한나라당과의 사이에 이루어진 고소 고발사건들에 대해 상호 고소 취소나 적절한 조치를 통하여 정치권의 화합,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시행한다"고 의결했다.

민주당이 대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과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한나라당에 제기한 고소, 고발 건수는 모두 15건으로, 피고발인은 서청원 대표 등 13명이다.

@ADTOP6@
지난달 29일 민주당 김원기, 이강래 의원은 한나라당과 김영일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국가정보원 도청 의혹'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일에는 "김대중 정권이 북한에 현금을 지원해 핵폭탄을 만들게 했다"는 한나라당측 주장과 관련, 서 대표와 김 총장, 이사철 전 의원 등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4일에는 '노무현 후보의 땅투기 의혹'을 제기한 김문수, 이주영, 홍준표 의원을, 5일에는 "노무현 후보가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보물선 사업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이규택 원내총무를 각각 고발했지만 이 모든 소송이 취하될 전망.

이밖에 MBC 100분토론에 출연, 호남 사람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이화여대 강혜련 교수처럼 한나라당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인사들에 대한 고발 조치도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민주당의 일방적인 고소고발 일괄취하 움직임은 선거기간 동안에는 득표를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는 무차별 흑색선전, 폭로전을 전개하다가 선거 이후에는 '사법당국의 진상규명' 절차를 회피하고 야당과 정치적 흥정을 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의 기양건설 10억원 수수 의혹과 두 자제의 병역비리 의혹 등 이 후보 개인의 비리 의혹에 관련된 사안들도 취하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이 이들에 대해서도 고소를 취하하면 그 동안 당 차원에서 줄기차게 펼쳐온 이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 제기가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였음을 자인하는 셈.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고위당직자들이나 대리인들이 검찰청에 출두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야당인사들이 사법처리될 경우 '정치보복'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의원들의 의견들을 수렴해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상대로 낸 고소, 고발 사건들
(고발시기, 피고발인, 고발내용 순)

1. 4월20일 / 설훈 의원 / "최규선이 이회창 후보에게 현금 20만 달러를 주었다"고 발표.
2. 12월3일 / 한화갑 대표, 김경재 홍보위원장 / 민주당보에 후보자 성명 등을 기재하여 불법, 탈법 방법에 의한 문서 배부
3. 12월3일 / 정대철 선대위원장 / 노란색 목도리 착용 불법 선거운동.
4. 12월6일 / 장전형 부대변인 / "이회창 후보가 청중동원 명목으로 금품을 살포하였다"고 발표.
5. 12월10일 / 이낙연 대변인 / "한나라당이 직능단체에 수백억원을 살포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발표.
6. 12월10일 / 조순형 공명선거대책위원장 / "한나라당이 30억원을 들여 휴대폰에 문자메세지를 발송하기로 하였다"고 발표.
7. 12월13일 / 한화갑 대표 / 위생단체 회원 204명에게 음식물 약 167만원 상당 불법 기부.
8. 12월 13일 / 한화갑 대표, 정대철 선대위원장, 이상수 총무본부장 / 희망돼지 저금통을 분양하여 표지물 휴대 불법 선거운동.
9. 12월14일 / 노무현 대통령 후보 / 국민일보, 중앙일보에 '김만제, 행정수도 이전 지지'라는 허위내용을 담은 인터뷰 게재.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고소고발 취하를 한나라당에서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

배기선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 "김영일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쌍방간의 고소고발 취하 문제를 상의했는데, 김 총장은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우리 당에서도 논의하겠다'고 했다"고 보고했다.

배 대행은 "한나라당이 단순 친고 건은 곧바로 취하하고 복잡한 건은 실무적인 검토 뒤 취하하는 단계적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대상으로 고발한 사건은 총 9건으로, 노무현 후보 등 8명이 입건돼 있는 상태.(상단 박스기사 참조)

그러나 한나라당의 입장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김영일 총장은 30일 당무회의에서 "지난 27일 배 직무대행으로부터 '대선기간 양당간의 고소고발 건을 취하하자'는 제의가 있었다. 그러나 친고죄, 반의사 불벌죄 같은 경우는 그렇다고 해도 역사적 의혹을 다루는 고소고발 건 취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일부 위원들이 "어느 정도 정치적인 성격의 명예훼손은 취하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적 의혹이 있는 문제, 정치공작의 흔적이 있는 문제까지 취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이미 대선에서 국민이 정치적 심판을 내린 것으로 판단해 사법적인 절차는 취하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반면, 하순봉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30일 "민주당의 고소고발 취하는 자신들의 편의에 의한 것이지, 어떤 국민적 의혹이 해소돼서 취하하자는 제의는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구태정치를 답습한다는 비판여론에 소송의 또 다른 당사자인 한나라당으로부터도 기대에 못미치는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고소고발 일괄취하'라는 당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고소고발의 정치적 처리는 구태정치 재연"
'민주당 고소고발 취하' 시민단체, 학계 반응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

그 동안 큰 선거가 끝난 후 이긴 쪽이 선거기간 동안의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승자의 아량을 보이는 것이 '국민 통합'인 것처럼 보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선거때 근거 없는 비방을 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처벌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같은 관례는 국민통합과 전혀 상관 없는 것이다. 고소를 취하할 만큼 선거 전후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원칙과 기조가 유지되면서 국민들이 공감해야 화합이 되는 것이지, 법규를 위반한 사람까지 감싸주는 게 국민화합, 통합은 아니다.

민주당이 자기들 행동이 당당하다고 생각하면 사법적인 해결을 계속 추구하는 게 맞다. 선거전에는 죽기살기로 비방하다가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되니 이제 와서 유야무야 처리하는 것은 '구태정치의 재연'일 뿐이다.

정대화 상지대 정치학과 교수

민주당으로서는 선거 이후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좋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쟁'을 하지 않는 것과 의혹 규명은 별개의 문제다.

선거 때는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선거 끝난 후 일언반구 없이 취하하는 것은 유권자를 놀리는 게 아닌가? 민주당의 의혹제기를 믿고 상대 후보를 심판한 유권자는 뭐가 되는가?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에 대해 검찰 수사가 필요한 것은 검찰이 하고, 국회차원의 조사가 필요한 것은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민주당은 옥석을 가려서 비리 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한 후속 프로그램을 밝혀야 한다.

이지연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민주당은 선거 도중에 서로 비방하고 흑색선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위법하다고 판단해서 고소해 놓은 것을 정치적 판단에 따라 처리해서는 안된다. 이것이야말로 낡은 정치의 표상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 '개혁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심리가 있었는데, 이건 문제가 많다. 오늘자 조간신문을 보면서 정치보복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위법한 상황은 검찰에서 가려내는 것이지, 이런 것을 '정치보복'이라는 여론이 두려워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길이 없다. / 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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