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햇볕정책의 9회말 2아웃 적시타
'부시 대북봉쇄 반대' 카드 왜 꺼냈나

[긴급해설] 김 대통령의 역봉쇄 전략과 우리의 선택

등록 2002.12.31 03:12수정 2003.01.0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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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햇볕정책의 9회말 2아웃 적시타
"부시의 대북봉쇄, 우리민족 재앙뿐" -- 오연호 기자


부시 "북핵 외교적 해결"

(워싱턴 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구랍 31일 "북핵위기는 군사적 대결이 아닌 외교적 대결"이라며 외교적 해결을 다짐하고 "노무현(盧武鉉) 한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후 미국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연휴를 보내고 있는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핵 상황은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위기 대처방안을 묻는 질문에 "미국은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지금까지 우리 우방들과의 조율을 통해 진전을 이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인은 한국의 노 대통령당선자가 특사를 이곳 미국에 보내는 것과 동시에 노 대통령 당선자 자신이 취임 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북핵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북핵상황은 "군사적 대결이 아닌 외교적 대결"이라면서 "우리는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군사적 대응을 배제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상황에 대해 "외교적 대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으로 이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군사적 응징이 아닌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할 것임을 내외에 확실히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은 새해 크로포드 목장 구상을 통해 노 당선자의 특사 파견과 노 당선자의 취임 후 방미에 앞서 북핵 정책기조를 외교적 해결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은 일단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공감대를 이루게 됐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물론 (북한에 대한) 모든 선택대안이 어떤 대통령과의 논의테이블에 항상 포함될 것"이라면서 "그렇더라도 미국은 이들 국가(한국을 비롯한 우방)와의 협의공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0월 크로포드목장에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 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 논의했다면서 한반도 인접 이해당사국과 미국의 우방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 등과도 북한이 핵관련 국제의무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강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북한에 인접한 나라들과 국제 공동사회는 북핵문제가 내포하고 있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거듭 역설했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 장 주석과의 회동에서 북한의 핵 무장이 결코 북한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확신토록 협력하자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본인은 이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합 김성수 기자
5년임기를 2개월 앞둔 김대중 대통령이 9회말 2아웃 이후 적시타를 때렸다. 최소한 2루타 이상이다. 역사는 이것을 '2002-2003 겨울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승타'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부시 미국대통령이 사실상의 전쟁 수순의 일환으로 북한을 향해 '맞춤형 봉쇄'를 할 것이라는 미국언론의 보도가 나온 지 하루만의 일이다. AP통신이 "부시 행정부가 한국정부에게 북한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해 우리 민족과 우리 정부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유린한 지 하룻만의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단호하게 부시를 향해 "NO"라고 선언했다. 98년초 취임 이후 숱한 논란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햇볕정책을 일관하게 수행해왔던 김 대통령은 이 선언으로 '임기 마지막 날까지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대한민국은 자주국'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부시의 대북 봉쇄 해법에 대해 '그것은 너희들의 방식인지 몰라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너희들은 우리들의 사정을 너무나 모른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북한 고립화 정책은 성공 못한다"고 부시를 향해 가르쳤다. 그것도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가 아닌, 아예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부시가 미국언론을 통해 '대북 맞춤형 봉쇄'와 '한국정부에 대북관계 단절 요구 예정'을 흘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대통령은 30일 오전 국무회의 석상에서 "공산국가에 대해 냉전시대에도 억압과 고립화가 성공한 일이 없다"면서 "구 소련에서도 성공하지 못했고, 동구에서도 못했고, 중국에서도 못했고 월맹에 대해서는 전쟁까지 해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관계가 경색되면 될수록 햇볕정책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로 아주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한다. 냉전적 대결로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으나 개방으로 유도하고 대화를 하고, 이렇게 해서 성공하지 않은 적이 없다. 햇볕정책은 그런 경험과 확신 속에 나온 것이다. 우리가 햇볕정책을 가지고 북한을 유도할 때 그것은 반드시 한반도의 평화,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어 김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할 수가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최근 대북한 봉쇄가 전쟁을 위한 수순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김대통령 스스로 강하게 느껴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발언이다.

"우리는 북한과 전쟁할 수가 없으며 북한과 다시 냉전체제나 극단적인 대립으로 갈 수 없다.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풀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우방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북한 핵을 단호히 반대하되 어디까지나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서,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가 국민을 재난 속으로 끌고가지 않고, 후손들에게 불행을 유산으로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

김 대통령의 말 가운데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대목과 "국민을 재난 속으로 끌고가지 않고 후손들에게 불행을 유산으로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부시의 전쟁 수순을 반대한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다.

김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2개월이다. 그는 임기말이라는 조건에 관계없이 북한핵 위기에 대해 주도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남은 2개월이 핵 문제를 중심으로, 민족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남은 2개월을 대통령 당선자와 긴밀한 협조속에 핵 문제, 경제문제, 민생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 "김 대통령과 함께 도우면서 노력하고 있다"

미국, '대북봉쇄안' 수립 부인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 미국은 북한에 대한 `맞춤형 봉쇄' 전략과 관련,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는 입장을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알려온 것으로 31일 전해졌다.

미국은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한 '맞춤형 봉쇄' 전략 수립에 대해 "현재의 미국 정부 입장을 왜곡 보도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미국은 "일부 비확산전문가들 사이에 `맞춤형 봉쇄'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 용어도 '나라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대응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개념상 용어"라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방안 등이 현단계의 미국 정부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정부에서도 이같은 보도가 미국 정부의 입장을 미스리딩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왔다"면서 "`맞춤형 봉쇄' 전략을 과도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며, 한.미.일 3국공조 및 중.러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jh@yna.co.kr / 2002.12.31
이렇게 김 대통령이 9회말 2아웃 이후에 '통쾌한 적시타'를 날리자 다음 게임을 준비하던 노무현 당선자도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노무현 당선자는 30일 충남 논산 계룡대를 방문, 김판규 육군참모총장, 장정길 해군참모총장, 김대욱 공군참모총장 등 100여명의 군 고위관계자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 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미간 갈등이 대화로 평화적 해결이 되도록 대통령께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저도 함께 도우면서 노력하고 있다"면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한번 해보자고 해선 안된다. 전쟁은 위험한 것이다. 무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무현 당선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국지전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 민족에게는 곧 전면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나는 항상 이런 의문을 가져왔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국지적 부분일지라도 제한적 무력공격을 하게 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 대체로 그럴 경우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남한에 대해 보복공격을 할 수 있다고 상정한다. 그렇게 됐을 때 우리 군이 대응을 피할 수 있겠나. 불가능한 것처럼 보여진다. 그런 게 전면전 우려인데 이에 대해 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날 노무현 당선자가 북한핵문제에 대해 언급한 전문을 다시 읽어보면 사태의 진전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그 문제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국민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혹시라도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정치하는 사람의 책임이고 국민의 책임이다.

100만분의 1의 가능성이라도 대비해 국민을 안심시켜줘야 한다. 국민을 대신해 와서 대비태세를 묻고 잘 돼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오늘 여기에 와서 대비태세가 조금도 허점없이 잘 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민에게 안심하라고 전달하겠다. 유사시 만반의 태세는 여러분이 갖춰야 하지만 우리도 노력할 책임이 있다.

준비가 잘 돼 있다고 한번 해보자고 해선 안된다. 전쟁은 위험한 것이다. 무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미간 갈등이 대화로 평화적 해결이 되도록 대통령께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저도 함께 도우면서 노력하고 있다. 여러분은 안심하고 국방에 전념해 주고 국민은 생업에 전념하면서 잘 생활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나는 항상 이런 의문을 가져왔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국지적 부분일지라도 제한적 무력공격을 하게 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점이 가장 걱정스럽다. 대체로 그럴 경우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남한에 대해 보복공격을 할 수 있다고 상정한다. 그렇게 됐을 때 우리 군이 대응을 피할 수 있겠나. 불가능한 것처럼 보여진다. 그런 게 전면전 우려인데 이에 대해 좀 깊이 생각해야 한다.

북한의 태도에 대해 대화 중단이나 지원 중단 등 강경조치를 생각할 때는 이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통령과 내가 평화적으로 풀겠다는 자세에는 이런 것들이 전제돼 있다.

대화를 끊고 응징도 해보고 할 때는 그와 같은 상황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생각하지 않으면 왜 자꾸 끌려 다니느냐고 생각할텐데, 이런 프로세스를 생각한다면 국민적 자존심에 다소 손상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다.

그외 수단도 동원하고 국제적 여론 등을 동원해 풀어보도록 노력하겠다. 경우에 따라선 위험하지 않은 다양한 대응도 해보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평화적으로 한다는 전제 위에서다.

주한미군에 대해 미국이 스스로 감축한다는 전략을 세운 적이 있다. 국방전략에 따라 감축 얘기가 나왔다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감축 전력을 한국군이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는지 들은 바 없어 묻고 싶었다." (발언 전문 연합뉴스 제공)


이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자는 확실한 공조를 선보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부시와 정면충돌하는 '악역'을 맞고 노무현 당선자는 김대통령에게 공감을 표시하는 모양새였다.

이에 대해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만약 미국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국회 본회의 발언에서 심재권, 이창복 의원이 나서 "북한과의 어떠한 무력충돌도 불필요하다"며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기본 목표로 하고 있지 않는 한 미국과 북한은 이 문제를 대화로써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의 인식은 달랐다.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과 공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희태 최고위원은 "북핵문제를 북미간 사안으로 제3자적 입장에서 평가하고 중재, 해결하려는 정부와 노 당선자 입장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서청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걱정"이라며 "미국이 우리 측과 조율이 안돼 강경책을 펴고 있으며, 미국은 이미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가 '대북 봉쇄 반대'를 강력히 천명한 것에 대해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각) "북한과 의사소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부시 행정부의 강경정책과는 사뭇 다른 논조다. 온건파로 분류된 그의 발언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놓고 강온대립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지프 리버먼 외교위원장(민주·코넷티컷), 리처드 루거 차기 외교위원장(공화·인디애나), 칼 레빈 군사위원장(민주·미시간) 등 상원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대북 봉쇄전략을 비판한 것도 강경파의 주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달된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의 '대북 봉쇄 반대' 천명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의 '부시반대 카드' 왜 나왔나
역사적 선택, 그 용기에 뜨거운 찬사를 보내며 -- 김민웅 기자


임기 말의 마지막 순간에 처해 있는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부시정권의 대북 봉쇄전략에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을 표명했다. 이것은 한반도의 절대적 명운이 걸린 문제를 놓고 미 부시정권의 패권전략이 더 이상 이 지역에서 관철되기 어려울 것임을 밝힌 것으로서, 역대 한미관계의 굴종적 관계의 근본을 뒤집는, 그래서 내면적으로는 전쟁을 막기 위한 남북 민족공조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중대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러한 상황 인식과 대응발언은 최근 미국 부시정권의 대북 정책이 가지고 있는 <파괴적 성격>을 직시하고, 이에 맞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남북을 합친 '7천만 민족성원'이 회복, 장악함으로써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방도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간의 안타까웠던 일부 정치적 파행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은 이 민족의 활로를 위해 절체절명의 힘을 다해 엄호하고 함께 껴안고 나가야 할 우리들 모두의 선택이기도 하다.

미국 부시정권은 최근, 이른바 '맞춤형 봉쇄정책(tailored containment)'이라는 신조어를 통해서 냉전시대의 봉쇄정책과는 다른 개념과 접근으로 대북 정책을 펼치는 듯 말하고 있으나 그 <본질에 있어서는 고립과 압박을 통한 붕괴전략>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과 차이가 없다. 이러한 전략이 내세워지는 것은 군사적 선택에 대한 우려가 한편에서 제기되자 마치 이를 비군사적 또는 외교적 방식인 듯 포장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결국 북한의 굴복을 노리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을 시도하겠다는 의사에 다름이 아니다.

<맞춤형 봉쇄정책>의 내용에는 우선 북한을 둘러싼 남한을 포함한 주변국가가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함으로써 고립작전을 위한 소위 국제협력이 요구되고 있으며 지난번 미사일 수출 선박과 같은 선박 나포 등의 해상봉쇄를 통해 북한의 자금원을 고갈시키고 각종 경제봉쇄조처를 강화하는 것이 그 골자로 되어 있다.

부시정권은 북한의 붕괴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북한이 행동방식을 변화시키지 않을 경우, 더욱 어려운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며 결국에는 경제체제의 붕괴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러한 정책을 통해서 북한과 협상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핵 프로그램 해제가 선결조건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문제를 우리의 상황과 관련시켜 한번 생각해보자, 가령 제3국이 중동에서 원유를 싣고 오는 배를 해상에서 봉쇄해버리고 우리의 동력자원에 타격을 주는 행위를 한다면, 또는 우리의 군수산업과 관련한 선박을 공해 상에서 정지시키고 나포행위를 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게 될까? 당연히 그것은 국제 상거래와 관련한 개입이 아니라 군사도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안보상의 현안으로 부각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은 기본적으로 군사 전략의 한 부분이다. 냉전시대 이래 봉쇄전략 자체가 미국의 패권체제를 군사적 방식으로 유지시키는 골간이었다는 점에서도, 그리고 그 궁극적 목표가 겨냥 대상국가의 해체를 의미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미국 부시정권의 대북 봉쇄전략은 그 이름이 무엇이든, 현재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가고 있든 본질적으로 정치경제적 압박을 고리로 한 군사적 굴복을 최후의 그림으로 놓고 사태를 몰아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소련과 동구라파의 몰락을 미국은 자신의 봉쇄전략의 승리라고 평가했고, 군사적 압박으로 겨냥 상대의 경제를 파탄나게 함으로써 사회주의권 붕괴라는 결과를 가져왔음을 강조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현재 미국 부시정권이 무엇을 내심 목적하고 있는지는 분명해진다. 부시정권은 동북아 정세의 장악을 위한 신판 냉전전략을 적용시키려는 기도를 하고 있는 셈이며, 그로써 한반도 지역에 북한을 고립시키고 이를 둘러싼 일종의 진영 대립형 포위전략으로 일관하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역 봉쇄전략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의 봉쇄전략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한 것은, 그것이 과거 진영 대결의 과정에서도 갈등의 평화적 해결에 하등 도움을 주지 못했으며 이에 덧붙여 부시정권의 냉전회귀라는 반동적 정책으로 남북간의 대결양상을 극단화시킴으로써 민족의 생명이 경각에 처하게 될 가능성을 막아내겠다는, <역 봉쇄전략>의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라고 하겠다.

<역 봉쇄전략>은 그렇다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남북간 대화채널을 닫지 않을 것이며, 북한과의 관계 단절 요구를 거부할 것이고 주변국들을 망라한 진영 대립형 포위 전략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러한 자세가 얼마만한 강도를 가지고 관철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더 두고봐야 할 것이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이러한 대응은 본인의 민족사적 관점과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자주와 평화의 기운이 서로 결합된 자신감의 발로라고 보여진다.

미국 지식인 일각에서는, 부시정권이 북한이 인민들을 굶겨 죽이는 잔혹한 정권, 그래서 무너질 정권이라고 비난하면서 실제로 부시정권 자체가 도리어 북한의 경제난을 심화시키고 체제해체를 노리는, <빈곤과 붕괴의 두려움>을 무기로 삼는 위선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이번 사태의 악화, 그 진원지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가 절대적 전제라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기본 방향은 이렇다. 즉, 생존의 절박함 속에 더 이상 뒤로 물러날 데가 없는 북한의 현실에 대하여 민족공조의 차원에서 지원의 노력을 모색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고립, 압박 정책의 목표를 무산시키고 그에 기초하여 북한이 핵무장을 할 이유가 없는 조건을 조성함으로써 이를 구실로 대북 선제공격의 기세를 가다듬고 있는 미국의 패권전략의 예봉을 꺾어야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선택, 민족 전체의 지원 받아야

그 구체적인 해법은 따라서, 이미 발표한 글에서 밝힌 바대로, (1) 엄동설한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 내부와 국제환경을 만들고 (2) 그에 따른 실천을 통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정책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북한에게 핵동결 유지를 하도록 하며 (3) 미국에게는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말을 조약으로 확정하도록 촉구하는 발언을 국제화시켜나가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노력이 일정하게 성공해나간다면, 미국으로서는 봉쇄전략의 효율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미국 내 정가와 언론계에서는 한국의 선택에 대한 논쟁으로 부시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어 대북 공격 여론의 축을 하나하나 허물어뜨리는 중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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