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산맥'을 TV 대하드라마로 보고 싶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사파' 발언에 부쳐...

등록 2002.12.31 14:15수정 2002.12.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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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부터 해 온 발칙한 상상 하나를 북핵 문제로 뒤숭숭한 이 시점에서 고백할까 한다. 상상을 처음 시작한 것이 아마 10년 전쯤일 것이다. 내가 해온 상상은 조정래 선생의 소설 <태백산맥>을 <토지>나 <왕건>처럼 TV 대하드라마로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이다.

여순사건부터 휴전협정까지 우리 민족이 겪었던 분단이라는 '사건'을 처연한 시선으로 절절하게 써 내려간 대서사시 <태백산맥>.

1983년 '현대문학' 9월호에서 처음 연재되기 시작해서 1989년 11월 총 4부 10권으로 완간된 이 문제의 소설을 사람들은 해방 이후 민족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1988년 문학담당 기자와 문화평론가 39인이 뽑은 '80년대 최고의 작품' 1위
1989년 문화평론가 48인이 뽑은 '80년대 최대의 문제작'
1990년 출판인 34인이 뽑은 '이 한권의 책' 1위 (경향신문)
1990년 현역작가와 평론가 50인이 뽑은 '한국의 최고 소설' (시사저널)
1991년 대학생 1,650명이 뽑은 '가장 감명 깊은 책' 1위 (중앙일보)
1992년 독자 5백명이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1위 (조선일보)
1994년 전국 애장가 720명이 뽑은 '가장 아끼는 책' 1위 (한겨레)
1995년 서울대 신입생 218명이 뽑은 '가장 읽고 싶은 책' 1위(한겨레)
1996년 20세이상 독자 1천2백명이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 1위 (동아일보)
1996년 '우리사회에 가장 영향력이 큰 책' 1위 (시사저널)
1997년 서울대생 1천명이 뽑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소설' 1위 (조선일보)
1997년 서울 6개대학 도서관의 문학작품 대출 1위 (동아일보)
1999년 문인 1백명이 뽑은 '21세기에 남을 10대 작품' (한국일보)

- 이상 자료출처 http://www.jojungrae.com


혼자 방안에 누워 캐스팅을 고민해 보기도 한다. 두 주인공 '염상진'과 '김범우' 역에는 어떤 배우가 어울릴까? 온 국민을 울릴 것이 분명한 새끼무당 '소화'의 행운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소녀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정하섭'을 연기할 젊은 배우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진짜 궁금한 것은 청년단장 '염상구' 역이다. 영화에 이어 김갑수씨가 다시 한번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새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새 인물이 필요한 것일까?

그런데, 이런 하릴없는 상상이 현실화되는 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1994년 4월 8개의 반공우익 단체들이 작품 '태백산맥'과 작가 조정래 선생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 무려 8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결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태백산맥'은 '이적표현물'이며 '조정래'는 국부 이승만을 친미괴뢰정권의 수괴로 묘사하여 명예를 훼손하고 6.25 남침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인민군을 인민해방전사로 고무찬양하여 역사를 왜곡한 '사상불온자'이자 '이적행위자'라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이들의 고발이 있기 2년전인 1992년에 '태백산맥'의 이적성과 관련하여 '작가를 의법 조치하거나 책의 판매를 금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읽으면 불온 서적 소지. 탐독으로 의법 조치할 것이며, 일반 독자들이 교양으로 읽는 경우에는 무관하다'는 법률지식이 부족한 보통 시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발표를 한 바 있다.

소설 '태백산맥' 또한 굴절되고 왜곡된 민족사만큼이나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것인가?

북핵 문제로 인해 다시 한 번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엄습하고 미군 장갑차에 치어죽은 어린 두 딸의 비극으로 온 나라가 공분하는 이 마당에 와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통령 당선자를 좌파로 인수위원들을 주사파로 매도하는 시대착오집단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면 '태백산맥'을 TV 대하드라마로 보고싶다는 나의 꿈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개꿈이 아닌가 자문하게 된다.

아무튼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시청률 1위는 따 놓은 당상이요,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은 각종 연기시상에서 주요 부문을 휩쓸 것이 분명한 대박 예상작 대하드라마 <태백산맥>을 보고 죽는 것이 요즘 나의 소원이다.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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