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맞춤형 봉쇄정책' 효과 회의적
미국 발표 전면수용이 한미공조 아니다"

노무현 당선자, 31일 송년 기자간담회서 밝혀

등록 2002.12.31 15:51수정 2002.12.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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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31일 오전 세종로 종합청사 별관 인수위 사무실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31일 오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외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미국의 대북한 '맞춤형 봉쇄'에 대해 "그것이 북한을 제어하거나 또는 굴복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수단인지에 관해서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차기 대통령도 명백히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밝힌 것이다.

노 당선자는 "미국이 '맞춤형 봉쇄'라는 것을 미국의 정책으로 채택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 특별한 정보가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또한 노 당선자는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한·미·일 공조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문제도 사전에 충분히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며 "미국이 발표한다고 한국 정부가 그냥 수용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공조가 아니다"라고 말해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대북한 정책을 미국에 흘리는데 대해 불편한 감정을 표했다.

노 당선자는 "적어도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조치가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미국 국민들은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한국민에게는 사활적인 이해관계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한국도 미국도 똑같이 인식해야 한다"며 "따라서 미국의 어떤 조치도 전 세계에 한·미 지도자들이 이미 공언한 바대로 성실히 공조해야 하고 한국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차적으로도, 내용에 있어서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덧붙이며 대북 문제에 대해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야 함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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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당선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조(미국의 대북한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치 심각한 한·미 갈등이 생길 것이고 그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무슨 큰 일이 날 것처럼 생각하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주장에 나는 정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핵무기 개발 포기를 설득할 복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 문제를 포함해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좀더 체계적인 대응책을 지금 구상 중에 있다"며 "그 구상 속에 내가 선거 때 말했듯이 북한도 설득하고, 미국도 설득하는 프로그램을 좀 구체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1월중으로 대개 전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서 국민들에게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세종로 인수위 기자실에서 이루어진 송년 기자간담회는 약 한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대변인이 따로 사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안하게 질문해 주시면 제가 되도록 솔직하게 말하겠다"는 당선자의 제안으로 다소 격의없이 진행됐다. 간담회의 절반 이상은 북한과 미국 등 북핵 문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음은 한시간 동안의 간담회 중 북핵 문제에 대한 일문일답 전문이다.

"1월중 체계적인 대응 프로그램 발표"

- 주한미군철수에 대해서 말했는데, 일부 신문에 보니까 당선자가 어떤 정보가 있어서 철수에 관련된 말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배경을 설명해 달라.
"새로운 정보에 접한 것은 없다. 다만 보도를 통해 그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말 한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얘기를 일부러 작정하고 한 이유는 우리 한국의 소위 책임 있는 단위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비가 돼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중대한 국가적 문제에 관한 국가적 프로그램 내지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가 잘 준비돼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일종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그런 취지로 제가 질문을 드린 것이다.

우리가 이런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프로그램도 없이 딱 고정돼 있는 한 두 개의 고착된 어떤 전제를 가지고 모든 것을 사고하는 현실이 걱정돼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좀더 다양하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시나리오와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책임 있게 대비해주기 바란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 북한 핵 문제가 우리 사회의 한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당선자께서는 지난 12월 4일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 대통령이 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핵 포기를 설득하고, 북한을 안심시키겠다고 말했다. 그 발언이 당선된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그리고 유효하다면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는 복안이 있는가.
"그 문제를 포함해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좀더 체계적인 대응책을 지금 구상 중에 있다. 그 외에 북한 핵 문제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좀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문제를 풀어나갈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지금 구상 중에 있다. 그 구상 속에 내가 선거 때 말했듯이 북한도 설득하고, 미국도 설득하는 프로그램을 좀 구체화하려고 한다.

지난번 부시 대통령도 북한 정책을 결정하는데 몇 달이 걸렸다. 우리는 그렇게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좀더 빨리 되어야겠지만 그래도 계속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나의 희망은 국민들이 모두 불안해하기 때문에 1월중으로 대개 전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서 국민들에게 제시하려고 한다. 제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검토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것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 동안에는 기존 국민의 정부 노선대로 그렇게 가는 것이고 또 엄밀하게 말하면 내가 취임할 때까지는 공식적으로 국민의 정부의 몫이다. 내가 1월 달에 발표하더라도 그것은 계획의 발표일 뿐이다. 계획의 발표가 될 것이다. 그런 관계는 있지만 대개 기조에서 어긋남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져갈 것으로 보인다. 발표하고 하더라도 예측 가능하고 방향이 분명해서 그것을 놓고 북한도, 미국도, 또 주변 여러 국가들도 그것을 하나의 전제로 생각해서 사고할 수 있도록 기본원칙을 만들어서 내놓을 생각이다."

"미국의 대북 '맞춤형 봉쇄정책' 효과 회의적"

- 구체적인 대응책에 앞서 북한이 아주 빠르게 치닫고 있는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부분에 관해서는 그 동안 북한이 취해 온 여러가지 조치와 행동을 좀더 분석해서 정확하게 평가하고 파악하려고 한다. 대개 짐작은 하지만 아직 단언은 하지 않고 있다. 대체로 지금 (북한의) 조치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얘기하듯이 소위 협상전략 내지 전술적 차원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이제 책임 있는 당국의 판단과 선택은 그 이외의, 의외의 가능성까지 다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의도가 대개 그렇게 판단된다하더라도 그 의도를 전제로 해서만 대응하는 것은 부족하다. 다른 의도가 있을 경우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최근 미국 행정부에서 이른바 '맞춤형 봉쇄정책'이라고 하던데, 그 안에는 북한 고립화, 그리고 한국이 북한과의 교류를 중단하도록 종용하는 내용도 포함되는 관측성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고 있는가. 또한 그러한 정책적인 발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미국이 '맞춤형 봉쇄'라는 것을 미국의 정책으로 채택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 특별한 정보가 없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것이 북한을 제어하거나 또는 굴복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수단인지에 관해서는 실제로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한·미·일 공조를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한국이 이것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그런 절차가 아니라 사전에 충분히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한·미·일 공조로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지, 미국이 발표하고 한국정부가 그냥 수용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공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조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치 심각한 한·미 갈등이 생길 것이고 그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무슨 큰 일이 날 것처럼 생각하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주장에 나는 정말 동의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 하는 북한에 대한 조치에 관해 그 조치가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미국 국민들은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어떤 조치도 그 성공과 실패, 또는 그 결과가 끼치는 문제가 한국민에게는 사활적인 이해관계로 다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점을 한국도 미국도 똑같이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의 어떤 조치도 전 세계에 한·미 지도자들이 이미 공언한 바대로 성실히 공조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절차적으로도, 내용에 있어서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우리 한국 국민들이 가져야 한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는 여야에 관계없이 이 원칙에 대해 확고한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국민들도 이 자세를 지지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협을 주지 안고 경제의 충격을 주고 않고 북핵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렇게 꼭 정말 말하고 싶다. 미국의 의견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 나는 것처럼 그렇게 자꾸 몰아부치는 그런 정치적 주장에 대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미국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 거꾸로 사고하는 한국 일부 시각이 문제"

- 주한 미군 철수문제를 어제 언급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에 말했듯이 지금 당장 주한 미군 철수가 있을지 모르니 대비하자는 뜻에서 한 말이 아니다. 여러차례 주한 미군의 감축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대체로 한국의 동의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국방전략의 변화에 따라 감축이 이루어져 왔다. 1954년부터 여러차례, 71년에도 있었고 그 뒤 지속적으로 있어 왔는데 모든 감축은 다 미국의 국방전략의 변경에 따라서 있는 것이지 한국의 의사대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설왕설래만 있을 뿐이고 실제로 국가적인 프로그램으로서 언제든지 그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이 그런 결정을 했을 때, 우리 한국이 어떻게 대비해 갈 것이냐, 어떤 무기 체계, 어떤 병력 체계, 또는 한·미 연합사에 있어서 작전지휘권의 문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적어도 우리국민들이 믿고 안도할 수 있는 대응프로그램을 준비해 두고 있느냐, 나는 그런 것이 준비되어 있어야 우리 국민들이 국방부 또는 군을 신뢰하고 안심하고 국방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혹시 그런 것 준비해 둔 게 있느냐고 질문한 것이다. 우리한국의 안보책임자들에게 질문한 것이다. 자연스럽지 않은가."

- 미국에서 특사도 보내고 우리 쪽에서도 특사방문이 있을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당선자의 이러한,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이런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식의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한국 정부가 한국과 한국민의 이익을 항상 고려하고 주권국가로서의 체면과 위엄을 유지 하려고 하는 것을 미국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미국이 그런 문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오히려 우리 한국 내에서 그것을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나는 당선자가 되고 난 이후에 미국과의 외교관계에 있어서 혹시나 어떤 오해가 생기거나 그로 인해서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에 대해서 검토해 보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이 국내 일부의 시각이다. 미국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나의 발언에 대해 미국보다 국내 일부의 시각이 원체 민감하게 발언하고 그것이 크게 사단을 일으킬 것만 같은 분위기 때문에 발언을 조심해야 하고, 또 주변에서 그런 문제들을 매우 민감하게 신경 쓰는 것을 보면서, '참 우리 한국이 답답한 나라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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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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