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촛불에 우리의 염원을 담아

"미군의 오만함을 비판하는 자리에 참여할 수 있어 좋아요"

등록 2003.01.01 11:18수정 2003.01.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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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중.고생과 가족단위로 많이 모였다.
1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중.고생과 가족단위로 많이 모였다.오명관
"효순이를 살려내라. 미선이를 살려내라. 부시는 사과하라."

연말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한달 전부터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촛불시위가 익산에서도 그 한 목소리를 내었다.

2002년의 마지막 밤. 여느 해 같으면 연말분위기로 떠들고 아쉬움과 설레임으로 지낼 하루였다. 그러나, 학생들과 가족들은 이런 분위기보다는 우리의 자존심을 위한 외침을 하고자 동참하였다.

가만히 서 있기만해도 온 몸이 떨리는 추위에서도 너나할 것 없이 촛불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특히, 고사리같은 손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청량제 같았다.

서명을 하고 있는 시민. 저녁에는 퇴근하거나 연말을 즐기기 위해서 나온 시민들이 많은 서명을 하였다.
서명을 하고 있는 시민. 저녁에는 퇴근하거나 연말을 즐기기 위해서 나온 시민들이 많은 서명을 하였다.오명관
오후 4시

시위를 준비하기 위해 이일여고 방송반 학생들과 이리청년회의소 회원들이 나와서 서명운동과 함께 모금을 하고 있었다. 익산시에 있는 15개 시민단체와 이리청년회의소에서는 재정적, 물질적 그리고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장소 및 여러 가지 제반사항을 준비해줬다. 그리고 행상의 기획과 섭외, 각 행사진행 등은 순수한 고등학생들의 손에 의해 행사가 치러졌다.

행사를 준비하는 한 회원은 "이곳에 있는 초와 종이컵은 일반시민들과 단체에서 성금을 보내와 준비한 것이다"면서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그 날까지 지원을 아낌없이 하겠다고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많다"고 말한다.


이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열심히 뛴 이리청년회의소 회장 오상식(군산계곡가든 익산점 대표)씨는 "3주전부터 행사를 시작하여 오늘이 3번째이다.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같이 동참하는 것을 보고 우리의 자존심이 얼마나 많이 손상되었는지 알 수 있다"면서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는 그날까지 시위를 하겠지만, 아무리 좋은 시위라도 주변 상가에 피해를 주면 오히려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보여 거리시위는 자제하고 미디어시위로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연을 하고 있는 익산지역 고등학생들.
공연을 하고 있는 익산지역 고등학생들.오명관
오후 6시


익산시 고등학교 학생 연합회에서 준비한 각 학교 동아리의 노래와 율동 공연으로 참가한 시민, 학생들과 어우러지는 공연으로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시민 1200여명이 모이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손을 잡고 이 촛불시위에 동참한 김명진(9살)군은 "미국이 우리나라사람을 죽였는데 무죄라고 해서 부모님에게 졸라 시위에 참가하자고 해서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아들 딸과 아내를 데리고 온 박관석(46.병원근무)씨는 "미국이라는 강대국 앞에 약소국인 우리나라에 대한 오만함을 가족들에게 말하고 같이 동참하자고 했다"면서 "아이들에게 교육적 차원으로 우리의 자존심이 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의 팬이라면서 <오마이뉴스>에서 더욱 열심히 해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명진군과 그의 가족들. 추운날씨 속에서도 끝까지 참여하였다.
김명진군과 그의 가족들. 추운날씨 속에서도 끝까지 참여하였다.오명관
오후 7시

시민과 함께 한 공연은 마치고 살풀이공연으로 식전행사를 가졌다. 양황자윤 선생님의 살풀이공연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효순양과 미선양의 넋을 기렸다.

자리에 모인 시민과 함께 애국가제창 및 묵념으로 분위기는 점점 숙연해져가고 있었다. 한 시민단체의 회장은 추모글 낭독에서 어린 여중생의 사망이 무죄라고 하는 것은 그 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에게 향한 미국의 오만함으로 우리의 자존심을 뭉개버린 사건이라면서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다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버리는 것과 같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리고, 추모행사를 마치고 영등동주변을 행진했다. 각 구호와 함께 거리를 행진 할 때는 영업장의 사장님도 나와서 박수를 쳐주는 등 시위자들에게 큰 힘을 보태주었다.

2002년도에 우리의 열정과 자신감을 보여 준 해로 기억되고 싶다. 이제까지 우리는 어떠했는가? 그저 미국의 오만함에 치를 떨면서도 그냥 모른 채 했었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몰려나와 미국의 오만함을 비판할 때 우리의 시민들은 그저 구경하고 있었으며 군사독재정권은 무참히 짓밟았다. 그러면서 미국의 오만함과 우리의 자존심은 한없이 무너지고 어쩔 수 없는 체념까지 하게 되었다.

어린남매의 눈동자가 맑다. 이 순수한 모습에서 이 촛불시위에 더욱 힘이 되었다.
어린남매의 눈동자가 맑다. 이 순수한 모습에서 이 촛불시위에 더욱 힘이 되었다.오명관
그러나, 우리는 올 해 그 울분을 토해냈다. 우리의 힘과 용기를 전 세계에 알렸다. 그러면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장차 이끌어 갈 청소년들과 아이들에게 우리의 자존심을 향한 몸부림을 보여줬다. 임희정(이일여고 1학년)양은 "올 초에 있었던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선수의 사건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감정이 나빴다"면서 "그러다가 여중생사망사건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환상은 버린 지 오래됐고 이제는 미국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는 것이 요즘 학생들의 분위기"라고 말한다.

희망을 싣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오늘. 2002년도 마지막밤을 촛불로 환희 밝히면서 저무는 해를 보냈다. 이 촛불들이 이제는 우리의 희망이며 우리의 자존심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세계의 무대에서 주역이 되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더욱 멋진 한해가 되기를 바라고 또한 될 것으로 확실한다.

특히, 이번 시위에 가족단위와 중·고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우리의 미래는 더욱 밝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들이를 하다가 시위현장을 보고 같이 동참하는 가족들. 이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찬 내일을 주었으면 한다.
나들이를 하다가 시위현장을 보고 같이 동참하는 가족들. 이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찬 내일을 주었으면 한다.오명관
원광대에서 나온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원광대에서 나온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오명관
살풀이공연으로 효순양과 미선양의 넋을 기리고 있다. 뒤에 있는 태극기가 가슴을 더욱 울리는 것 같다.
살풀이공연으로 효순양과 미선양의 넋을 기리고 있다. 뒤에 있는 태극기가 가슴을 더욱 울리는 것 같다.오명관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시민들. 이 행진이 자존심을 회복하는 날까지 이어지기를...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시민들. 이 행진이 자존심을 회복하는 날까지 이어지기를...오명관
이 행사를 기획하고 섭외 및 행사를 진행한 익산 이일여고 방송반 학생들.
이 행사를 기획하고 섭외 및 행사를 진행한 익산 이일여고 방송반 학생들.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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