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오마이뉴스 조호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새해 첫 날이면 지리산에 오릅니다.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살아온 만큼 부끄러워라, 그대들 수만의 죽음이 가엾어서 눈 덮인 지리산이 가엾어서 그리하여 온전하지도 맑지도 못한 싸움과 영혼이 부끄러워서 새해 첫날, 지리산의 햇살에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뉘우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지리산을 밟았습니다.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들도 지리산에 오릅니다. 첫 해 아침에 해돋이를 보며 무병장수(無病長壽)와 가족의 안녕 혹은, 새해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아들과 딸들의 손을 잡고, 아내와 어버이와 함께 어울려 산에 오릅니다. 민족의 영산에 오르는 것은 뉘우치기 위함입니다. 소원을 빌면서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마음을 다잡는 것입니다. 그 무엇을 빌든지 소망하든지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함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람다운 사람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 되도록 마음과 마음이 보태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