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이들 붑의 첫 출발을 축하하는 하객들이 많았다신문웅
마당에는 80년대 주점에서 볼 수 있었던 쉰 살이 넘은 듯한 건반 연주자가 알이 굵은 검은 썬그라스를 쓰고 연주하는 음악에 맞추어 흥을 내며 손길이 바빠지더니 순식간에 병풍이 처지고 상이 마련됐다. 기러기 조각, 댓고리 소주병에 대나무와 동백나무를 꺾어 올려놓고 빨강, 파란색 실이 올려지고 음식이 차려지자 전통 혼례식 준비가 끝난다.
한 중년 신사가 마이크를 잡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상 주변으로 모였다. 이어 '신랑 신부 입장!'이라고 외치자 박수 속에 쑥스러운 듯 사모 관대를 쓴 신랑과 연지곤지를 찍고 얼굴을 살짝 가린 신부가 입장했다.
신랑 이용국(51·태안읍 남문리 한주 아파트)씨는 공주 출생으로,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전국을 전전하다가 13년 전 태안에 와 정착, 현재 태안반도용역 노조에서 근무하는 총각이다. 신부 노금화(38·태안읍 남문리 한주 아파트)씨는 조부가 경북 출생이나 일제 시대 징용을 피해 중국으로 건너가 요령성 처령시에 정착했다. 노씨는 지난해 9월 18일 입국, 온갖 어려움 속에 이씨를 만나 오늘의 아리따운 신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