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3.01.02 11:30수정 2003.01.0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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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미년 아침, 축복 속에 가정을 이루고 행복한 여생을 다짐하는 아름다운 결혼식이 열렸다.
새해 아침 소원면 법산리에 위치한 한 가정집에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금세 잔치집이 된다. 거실에서는 아낙네들이 상을 차리며 음식을 나누고 마당에서는 사내들이 모여 모닥불을 피고 돼지고기를 먹으며 소주잔이 돌아가며 웃음꽃이 핀다.

▲새해 아침 이들 붑의 첫 출발을 축하하는 하객들이 많았다 신문웅
마당에는 80년대 주점에서 볼 수 있었던 쉰 살이 넘은 듯한 건반 연주자가 알이 굵은 검은 썬그라스를 쓰고 연주하는 음악에 맞추어 흥을 내며 손길이 바빠지더니 순식간에 병풍이 처지고 상이 마련됐다. 기러기 조각, 댓고리 소주병에 대나무와 동백나무를 꺾어 올려놓고 빨강, 파란색 실이 올려지고 음식이 차려지자 전통 혼례식 준비가 끝난다.
한 중년 신사가 마이크를 잡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상 주변으로 모였다. 이어 '신랑 신부 입장!'이라고 외치자 박수 속에 쑥스러운 듯 사모 관대를 쓴 신랑과 연지곤지를 찍고 얼굴을 살짝 가린 신부가 입장했다.
신랑 이용국(51·태안읍 남문리 한주 아파트)씨는 공주 출생으로,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전국을 전전하다가 13년 전 태안에 와 정착, 현재 태안반도용역 노조에서 근무하는 총각이다. 신부 노금화(38·태안읍 남문리 한주 아파트)씨는 조부가 경북 출생이나 일제 시대 징용을 피해 중국으로 건너가 요령성 처령시에 정착했다. 노씨는 지난해 9월 18일 입국, 온갖 어려움 속에 이씨를 만나 오늘의 아리따운 신부가 되었다.

▲쉰한살 노총각은 결혼식 내내 웃음이 계속되었다. 신문웅
오늘의 결혼은 신랑의 직장인 태안반도용역의 노창복(49·소원면 법산리) 사장이 동료직원들과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 돼지도 잡고 잔치음식을 마련하는 등 100여만원의 잔치 비용을 들여 자신의 집에서 준비한 전통 혼례였다.
전통 혼례가 시작되자 사회를 보던 노 사장은 기억이 안나는지 동네 노인들에게 “신부가 몇 배래요?”라고 물었다. “삼배여”라고 한 노인이 말하자 큰 목소리로 “신부 삼배요”를 외친다. 신부 옆에선 백발이 선한 할머니들이 신부의 절을 도와준다. 잔이 왔다갔다 건네진다.
마지막으로 노 사장이 “신랑 이용국과 신부 노금화는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고 하자 하객들의 축하의 박수가 쏟아진다. 신랑은 연신 좋아하고 신부도 이제야 먼길을 돌아 고향의 보금자리에 정착을 한 듯 눈물속에 신랑에게 웃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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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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