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있어 자랑스러운 분, 환경미화원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인생이야기"

등록 2003.01.02 12:33수정 2003.01.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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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젊지도, 잘 생기지도, 말을 잘 하지도, 많이 배우지도 않았지만 그 분을 보면서 그 분에게서 웃음을 보았고 만족감을 보았기에 저는 그 분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렵니다.


김 선생님.

대전광역시에는 대전 시내의 청소를 한밭개발공사라는 용역업체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 선생님은 한밭개발공사에서 환경미화원으로 현재 17년째 근무하시는 분이십니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기상하여 4시부터 시작하는 담당 구역의 쓰레기를 청소차에 수거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대개 하루 일과가 12시면 끝나기에, 단골로 가는 대포집에서 막걸리 한두 주전자는 거뜬이 비울 수 있는 48살의 중년 가장이십니다.

한 주전자에 3000원하는 대전의 산내막걸리는 특별한 안주 없이도 마실수 있고 1만원권 지폐 하나면 금상첨화입니다. 막걸리로 인해 코가 딸기코가 되었어도 일 끝나면 반드시 들러야 합니다.


대전 인근에 소재하는 금산의 한 시골에서 태어나 가진 것 없고 못 배워 젊을 때는 건설현장일(노가다)을 하였지만 지금의 한밭개발공사에 취업한 이후로는 오직 한 우물만을 파고 계십니다.

처음 청소일을 할 때만 하여도 높은 곳에까지 쓰레기를 올리는 것이 힘이 들었고, 연탄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고역이었지만 지금은 압축청소차가 있어 수거도 편하고 연탄재도 별반 없어 일하기가 아주 편합니다.


4시부터 11시경까지 압축청소차를 따라 담당구역을 돌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면 하루 일과가 끝이 납니다.

주 5일 근무제는 아니어도 한 달이면 4번을 쉴 수 있다는 것과, 연봉이 2천여만원이 되니 누구보다도 지금 하는 직업에 만족합니다.

다만, 앞으로 2-3년이 지나 재직기간이 20년이 넘는 고참 선배님들이 하는 구역 리어카청소를 하며 정년을 맞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뿐입니다.

맡겨진 직무에 충실하며 조그마한 것에 만족하는 김 선생님 같으신 분들이 우리나라를 이루는 바탕입니다.

남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그 분들이 있어 하루의 아침이 깨끗하게 정리되기에 그 분들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분들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막걸리 한 주전자 놓고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지금 나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김 선생님은 '그 자리에 있어 자랑스러운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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