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거나 끝이거나, 이도 저도 아니거나

등록 2003.01.02 12:54수정 2003.01.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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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다가 참나무 말뚝 단단히 박구 사는 친구덜과
시내서 지각기 터잡구서 사는 친구덜
애덜꺼정 죄다 디리구 나와
파절이가 유난히 맛있는 장터 식당에 모였다.


대개가 니 식구덜씩 떼루다 몰려와서
애덜버텀 챙겨 멕이구, 가족 식사 끝나문

간다는 애덜 더러는 집에다 디려다 주구
혹은 pc방에서 놀어라 하구서는

으른덜끼리 헤쳐모여
이런 저런 세상사는 얘기 순서읎이 덜 지껄인다.

장가를 비교적 일찍 간 나는
거개가 함을 팔러 친정꺼정두 가봤구
여름 휴가덜 시간 맞춰 한솥밥두 해마다 사나흘씩 먹은터라
남녀 불문하구 모두덜 한식구 같이 그렇게 지내는 사이다.

어음이 부도났다구 그랬던가
동업하는 사람한티 사기를 당했다구 그랬던가
처자식 모두 팽개치구 혼자와서 뚜걱 뚜걱 술만 푸던 그 친구


노래방 가서 마이크 움켜쥐구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를 부르다 말구
이내 주저앉아 어깨 들썩이며 닭똥같은 눈물 토해 낸다.

질 먼저 시집와서
여자덜 끼리두 댓방으루 불리우는 솔이엄마
지 서방인양 일으켜 세워 억지 부르스 추구
그 친구 댓방 어깨에 눈물 콧물 쳐바르다


그냥 저냥 끝내구 나오던 노래방 카운터
보신각인가 하는디 사람덜 한무디기 모여서
서른세번 종치는거 중계방송하는 티뷔서
여자 리포터 잔뜩 흥분해서 새해 희망을 가지라 떠들어 댔다

.
.
.
.
자정 넘긴 시간
엄니 깨실까 살금 살금

자리펴고 누워
오지않을 것 같은 잠을 포기하구

옆에 누운 여자
슬그머니 가슴패기루 손 들이 밀문서
코먹은 소리루 물어 본다.

'여보 나 사랑햐 ?'

'그런거 말루 하는거 아니라구 그랬잖어 얼릉 주무시기나 하셔'

손 잡아 빼놓구 돌아 눕더니 이내 쌔근거린다.

..................



아침에 일어나니 해가 바뀌었다구 한다.

출근길
부모산 위에 고개 내민 해는 분명코 어제의 그 해같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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