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부터 출입기자 관행 개선해야

방송사 출입기자단 '나쁜 프로 선정' 논란에 부쳐

등록 2003.01.08 09:49수정 2003.01.08 17:40
0
원고료로 응원
MBC <미디어비평>의 최용익 팀장이 올린 글을 확인하고 먼저 서글픔이 들었다. 나는 방송사나 일간지 직원으로 일해본 경험이 없어 기자단과 방송사 사이에 어떤 내막이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팀장이 줄잡아 몇 십명에 불과한 일간지 기자들이 선정했다는 '프로그램 선호순위'때문에 썩 유쾌하지 않을 해명과 인내를 가졌을 거란 생각이 앞서니 씁쓸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신문사엔 없는 기자실, 방송사 왜있나 방송과 신문의 ' 제자리찾기 ' 절실하다

최 팀장의 일갈은 속이 후련했다. 새해 벽두에 들리는 묵직한 사자후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속한 방송사는 여전히 모순덩어리며 일간지 기자단을 최고의 손님이자 왕으로 모시고 있으니 이와 관련한 개혁은 요원하기만 하다. 왜 요원할까. (최 팀장님. 겸연쩍지만 정말 방송사 아직 멀었습니다.)

나는 모 주간신문 기자 시절 잠시 방송사를 출입한 적이 있었다. 이때 방송사들이 얼마나 일간지 기자들 위주로 행정을 펴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먼저 방송사의 프로그램 홍보나 그외 주요 기자회견이 있을 때 일간지 기자가 아닌 경우 그야말로 알아서 가야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여기서 '초청된' 일간지 기자라는 위상은 빛을 발한다. 내 경우 '내가 필요한 건 알아서 챙긴다'는 생각으로 매번 밀고 들어갔지만, 회견의 성격에 따라 1층 데스크에서 제지당하거나 '정식으로 등록된 일간지 출입기자가 맞냐'는 1층 직원의 말을 들어야 할 때도 있었다. 기분이 나쁜 것보다 더 짜증나는 것은 쓸데없이 시간을 지체한다는 사실.

물론 이 모든 관행들을 피상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일간지 기자들만 해도 수십 명인데 방송사에 출입하고자 하는 모든 기자들을 다 상대하다간 업무마비'라는 논리는 이해한다는 것. 하지만 이 논리의 행간에 숨겨진 것이 문제다.

방송사는 주요 드라마 런칭을 앞두고 주연배우들을 동원해 일간지 기자들을 '초청'한다.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일간지 기자들을 '모셔놓고' 설명회를 갖는다. 개인적으로는 측은지심이 들 정도다. 초청된 일간지 기자가 해당 프로를 비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면 방송사와 일간지의 관계는 수평이라기보다는 점점 수직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방송사에게 일간지 기자들은 분명 중요한 고객이요 전달자다. 일간지 기자단의 파워가 어느 정도 먹힐 수밖에 없는 논리다.

언론은 응당 권력을 지향하게 된다. 오마이뉴스 기자들도 인터넷 언론의 최고로, 방송사를 자유롭게 출입하며 위상을 인정받을 때 묘한 쾌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기자들의 권력의식을 방송사가 적절히 조절해줘야 한다. 방송사 홍보실에서 기자들의 그룹 이메일을 발송할 때 조금만 수고를 하면 더 많은 기자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런 작은 커뮤니케이션 하나가 기자들 스스로 몸을 낮추게 하고 방송사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계 속에서 방송에선 유일하게 <미디어 비평>만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것만으로는 도무지 성이 안 찬다. 일간지를 함부로 건드렸다간(?) 피곤해진다. 이러니 제 목소리를 내도 편파니 불공정이란 소리가 빈번하게 들리는 것이다.

사실 방송사를 출입하는 일간지 기자들에게 출입기자단이라는 명목상의 단체를 해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방송사에서 그 기자들만의 커뮤니티 형성에 일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용익 팀장이 제시한 결론은 되새겨봄직하다.


최 팀장은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도 기자실을 철폐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각 일간지에서 행하는 프로그램 비평, 연기자 인터뷰 등등이 방송사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과연 현실가능할까. 방송과 신문의 상호비평이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아직도 방송보다 신문이 우위에 있는 시점에서 과연 방송사 스스로 일간지 기자단에 대한 예우를 포기할 것인가.

최 팀장이 속한 MBC만 해도 지난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출입기자단이 뽑은 연기자' 부분을 만들어 시상할 정도였으니 스스로 그 권위를 인정한 꼴이 된다.

최 팀장의 목소리가 독야청청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정선 한 카페 구석에서 발견한 먼지 쌓인 보물 정선 한 카페 구석에서 발견한 먼지 쌓인 보물
  2. 2 쓰레기 몰래 버리던 공간, 주인의 묘안이 놀랍다 쓰레기 몰래 버리던 공간, 주인의 묘안이 놀랍다
  3. 3 신입사원 첫 회식... 선배가 데려간 놀라운 장소 신입사원 첫 회식... 선배가 데려간 놀라운 장소
  4. 4 [단독] 구독자 최소 24만, 성착취물 온상 된 '나무위키' 커뮤니티 [단독] 구독자 최소 24만, 성착취물 온상 된 '나무위키' 커뮤니티
  5. 5 뉴욕 뒤집어놓은 한식... 그런데 그 식당은 왜 망했을까 뉴욕 뒤집어놓은 한식... 그런데 그 식당은 왜 망했을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