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열린 한기총 주최 서울시청앞 제2차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이날 집회는 '평화기도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전혀 평화롭지 않았다. 이날 '한기총 시청앞 집회 반대 기독인모임'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기총의 기도회에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했으나, 주위에 있던 50~60대 기도회 참석자들은 이들의 피켓을 빼앗고 멱살을 잡고 때리는 등 항의시위를 원천 봉쇄하려 했다.
이처럼 비평화적인 정치집회를 평화기도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우스꽝스런 '언행 불일치'도 문제이지만, 백주 대낮에 5만명이나 되는 인파가 모인 시끌벅적한 광장에서 기도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기독교인의 자세인지도 의문이다. 다만 기독교인의 자세에 대해 논하는 것은 여기서 접어두기로 하자.
김홍도 목사 "공산주의가 한국에 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문제는 지난 1차 기도회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 반대 기도'를 한 김홍도 목사의 '세속'에 대한 발언 내용이다. 김 목사는 설교에서 "고칠 수 없는 미치광이 병인 공산주의가 한국에 염병처럼 퍼지고 있다"며 "두 여중생이 죽은 것을 두고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성조기를 불태우며 주한미군 철수하라고 외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고정 간첩'을 내세웠다. 다시 말해 '고정 간첩들에 의한 책동으로 반미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논리다.
이같은 주장은 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민주화투쟁을 북한의 고첩과 불순세력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의 만행으로 몰아간 이른바 신군부의 선전선동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주장은 또 90년대 초반에 노동자, 학생들이 연이어 죽음으로 항거하는 분신정국이 벌어지자 이들의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주장한 박홍 신부를 연상케 한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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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목사는 다만 "북은 그간 우리나라에 수많은 고정간첩을 내려 보내왔다"며 "현재도 5만명이 넘는 고정간첩이 있으며 친북사상을 가진 자들은 400만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이 기도회에도 고정간첩이 와 있을 것"이라며 "(그 간첩은) 회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신도들이 박수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히 수준급 블랙 코미디이다.
고첩 4∼5만명은 냉전시대 주먹구구식 셈법
고정간첩 5만명설이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현직 국방부 장관이 '우리나라에 간첩이 4만명이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으며 박홍 전 서강대 총장도 비슷한 주장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도 국내 불순분자의 수가 그 정도 된다고 거들었다. 그리고 성균관대학의 L교수는 이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생하는 등록되지 않은 전파는 하루에 1만여회 이상이라고 한다. 한 개 전파에 4~5명의 간첩이 물려 있다면 4~5만명이 된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 성인인구가 2500만명이라고 하면, 1000명 중에 2명이 간첩이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냉전시대의 간첩 머릿수 셈법이다.
북한의 이른바 대남공작 추세를 보면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직접 보낸 간첩이나 조총련계 간첩들이 많았다. 그러나 외화난이 심각해지고 조총련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 80년대 이후에는 직파간첩이나 우회침투간첩을 잡았다는 소식은 별로 없다.
게다가 89년 이후에는, 간첩활동의 터전이었던 조총련이 북한의 자금 지원이 끊어지고 동포들의 모국방문 성과로 급격히 와해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북한은 외화가 거덜나고 김정일 생일 등의 이유로 조총련으로부터 돈을 걷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조총련을 이끌던 세대들도 간첩 활동을 하기에는 너무 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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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 국정원장 "북한 당국 고첩 자금지원 전면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