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표용은 이사장의 '비자금 조성' 파문

'Y개혁·재건회의', 기자회견서 사법당국의 전면 조사 촉구

등록 2003.01.20 17:53수정 2003.01.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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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일 'Y개혁·재건회의'가 공개한 표이사장 관련 비자금 조성 장부

20일 'Y개혁·재건회의'가 공개한 표이사장 관련 비자금 조성 장부

"표용은 체제의 부패현상은 정실·측근인사를 통한 비운동적인 사조의 유입과 득세, 외형확장 추구, 영리기관화, 회원 대표성과 운동권 유린, 민주적 절차성 왜곡, 부패감시·통치체계 부재 등으로 표 이사장의 서울YMCA의 사유화가 낳은 비극이다."(노종호 Y개혁·재건회의 공동대표)

100년 역사의 서울YMCA(회장 김윤식)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YMCA의 개혁과 재건을 위한 회원비상회의(이하 'Y개혁·재건회의') 구성과 함께 불거진 '표용은 이사장 체제 28년'에 대한 문제제기는 급기야 표 이사장 등 지도부의 비자금 조성 파문으로 번지고 있다.

'Y개혁·재건회의'는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표용은 이사장과 김수규 전 회장 체제 아래서 동대문 등 9개 지회와 체육교육부에서 1년 6개월간 약 2억8700만원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며 사법당국의 전면적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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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어 "김 전 회장의 재임기간이 총 5년5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재임기간중 총 비자금 조성액은 최소한 1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심상용 서울YMCA 시민사업팀장은 "김 전 회장은 기안서류 및 구매결의서 결재 시 자신과 재정담당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비밀 표식(사인 옆에 V자를 표시)을 통해 비자금 관련서류를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통해 말단 재무회계 담당자부터 회장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 관리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윤식 서울YMCA 회장은 19일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에서 "돈을 직접 만지는 것은 아니고 결재만 해 회계 담당자들에게 넘기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며 "일부 사람들이 조직을 흠집내기 위해 만들어낸 낭설"이라고 반박했다.

비자금 실상 공개와 관련, 이신행 'Y개혁·재건회의' 상임의장은 "'표용은 체제 28년'을 통해 서울 YMCA의 회원운동 체제는 완전히 무너졌으며, 간사직 전통도 사유화됐다"면서 "회원운동의 붕괴와 간사지도력의 사유화는 YMCA가 더 이상 민족적 공기관으로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불러왔다"고 한탄했다.


이 의장은 이어 "YMCA에 비자금이 있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각오가 있기 때문"이라며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YMCA를 재건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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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공희정

"표용은 체제의 비자금 전모?"


'Y개혁·재건회의'가 2001년 3월 26일부터 2002년 9월 27일까지 1년6개월 동안 동대문 등 9개 지회로부터 밝혀낸 비자금 조성 방법과 지출 내역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성인체육대회, 유아·아기스포츠단 등 회원 행사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출한 보조금 착복 (98,808,908원) ▲ 직원복지의 한 방편으로 년 2회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 유니폼 미지급 (41,825,810원) ▲ 직원식당 및 식당운영 예산 전용 (47,580,000원) ▲ 지회 개관 및 건물 개·보수 과정 덤핑 (45,448,000원) ▲ 위탁 지회 관장의 판공비 유용 (40,540,000원) ▲ 물품 구입비 착복 (5,491,200원)

위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모아진 비자금은 국제협력 또는 협력기금 명목으로 지출됐다고 'Y개혁·재건회의'는 밝히고 있다. 전체 비자금 지출 중 65.7%에 해당되는 금액이 표 이사장과 김 회장의 해외 출장시기를 전후해 유출됐다는 것이다.

심 팀장은 "표용은 이사장이 지난해 7월 14일 멕시코 세계YMCA대회와 9월 6일 오슬로 세계감리교실행위원회 회의 참석 차 출국할 때에는 당시 기획행정국장이었던 김윤식 현 회장이 직접 비자금에서 수 천불을 제공하기도 했다"면서 "이는 수년간 지속돼 온 국제협력 및 협력기금 방식의 비자금 지출의 유력한 근거"라고 지적했다.

a 'Y개혁·재건회의'가 공개한 '표용은 체제의 비자금 전모 및 부패구조'

'Y개혁·재건회의'가 공개한 '표용은 체제의 비자금 전모 및 부패구조'

표 이사장 관련 4대 의혹

이밖에도 'Y개혁·재건회의'는 표 이사장과 관련해 ▲ 찬조회비 의혹 ▲ 강남지회 예식장 무상임대 의혹 ▲ 일산골프장 고가 매입 의혹 ▲ 개발 불가능한 공주 땅 매입 과정의 리베이트 조성 의혹 등 4대 의혹도 제기했다.

YMCA는 어떤 단체?

YMCA는 회원들의 공동체성과 기독교적 사상을 기반으로 여러 사회운동을 벌이고있는 단체이다.

현재 향락문화추방운동(1989), 건전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발족(1989), 환경보존 시민운동(1990), 지역민주주의와 참여를 위한 심연대운동(1991), 바른 선거문화형성을 위한 시민운동(1992), 부정부패추방시민운동(1993), 한강물되살리기시민운동(1993) 등 다양한 시민운동뿐만 아니라 청소년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1903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YMCA는 구한말, 만민공동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150명의 개화청년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과거 구한말 당시에도 사회체육활동, 물산장려운동, 농촌협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벌였다.

현재 YMCA의 1년 예산은 총300억 원이며 대부분 주부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는 약 3천여명, 직원 수는 총500명, 회원 수는 총 4만5천명 중 약 3만 명이 성인회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조직은 크게 기획행정부와 프로그램국, 사회체육국으로 나눠지고 이를 관리하는 실무진과 이사회가 있다. 실무진은 직원임명과 프로그램운영 등을 관리하고 이사회는 약 천 4백여명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매년 이사회대표의 주도하에 운영된다. / 이지현 기자
찬조회비는 서울기독교청년회 종로회관(본관과 인의빌딩)과 강남지회 회관을 임대하면서 임대차계약의 체결과 종료시 임차인에게 강제로 징수하는 금액으로, 임차인이 명의변경·권리금 확보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금전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 그러나 이 금액에 대한 사용처가 불분명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Y개혁·재건회의'는 "지난 5년간 최소한 한 두 차례 정도 임대차 계약의 체결과정에서 임차인들에게 찬조금을 수수했을 것으로 본다면, 지난 5년간 조성된 찬조회비의 총액은 최소 7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지회 예식장 무상임대 의혹'은 표용은 이사장이 친구인 김 아무개씨에게 9년간 강남지회 예식장을 무상임대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 임대료를 최소 1천만원으로 산정해도 무상임대로 인한 손해는 10억8천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산골프장 고가 매입 의혹'과 '리베이트 조성 의혹'은 서울기독교청년회에 기부체납하는 조건으로 운영해 오던 고양시 일산 소재 골프연습장을 김수규 전 회장이 1998년 경 갑자기 시가의 2배에 해당하는 7억5천만원에 이를 매입했다는 것과 서울기독교청년회가 지난 1993년 공주 일대의 땅 20만평을 캠프장 건설 목적으로 10억 원에 구입했지만 개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는 것.

a 'Y개혁·재건회의' 이신행 공동대표(오른쪽)와 심상용 서울YMCA 시민사업팀장

'Y개혁·재건회의' 이신행 공동대표(오른쪽)와 심상용 서울YMCA 시민사업팀장 ⓒ 오마이뉴스 공희정

이와 관련 노종호 'Y개혁·재건회의' 공동대표는 "감사 등을 통한 내부적 해결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표 이사장 측에 의해 거부당했다"면서 "이는 표 이사장과 일부 측근들의 농단에 의해 서울YMCA 부패구조가 심화돼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어 "비자금 조성을 비롯한 '표용은 체제'의 부패의 실상이 철저하고 명백히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법에 의해 조치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용기 있는 내부고발, 서울YMCA 차원의 전면적인 진상규명 노력, 사법당국의 조사 등이 신속하고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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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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