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신문협회 그리고 조선일보가 짜고서 일선 지국장들을 등 쳐먹는 게 아니냐?"오마이뉴스 남소연
어쨌든 작년 11월 이후 하루아침에 생계 터전을 잃어버린 고씨는 법원에 지국 해약취소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
그러나 재판 결과만을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어서 청와대, 문화관광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감사원에도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들 정부기관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서 알아보라"고 회신을 보내왔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협회에 민원이첩을 하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또 신문협회에도 수 차에 걸쳐 진정서를 보냈지만, 아직 한 통의 회신도 받지 못했다고.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고씨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신문협회 그리고 조선일보가 짜고서 일선 지국장들을 등 쳐먹는 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조선> 경기남부지사장 배모 씨의 얘기는 또 다르다. 배씨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씨가 13년간 일해온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개선이 안되고 있었다. 지역에서 조중동 3개 신문중 우리가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독자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배달 사고가 났을 때 독자가 바로 연락할 경우 재배달을 해주는 당직 체제도 점검해봤는데, 옛 병점지국은 독자들 전화도 제대로 받지 않더라는 것이다.
배씨는 또 "처음부터 지국을 교체하려고 한 게 아니라 병점지국이 신영통지역도 커버하고 있어서 분리할 것을 권유했는데, (고씨와의) 분리 협상이 잘 안된 것도 한 사유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남부지사에서 고가 경품을 쓰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단지 신문들이 부수 확장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으니 구독률을 높여달라고 말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3년전 <조선일보>와 판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60부를 8백만원에 인수해 아내와 함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문을 돌린 그로서는 지금의 현실이 기가 막히기만 하다.
1995년 2월의 어느 새벽 갑자기 내린 폭설로 고씨의 아내가 탄 차가 전복됐는데, 고씨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아내는 전복된 차안에서 신문을 꺼내며 울고 있었다고. 아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함박눈을 맞으며 지국으로 오던 고씨는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신문을 돌리느라 컴퓨터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고씨는 작년 11월25일 인터넷에 띄운 글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흔히 지국장은 날계란에 비유한다.
깨지면 교체되는 것이고...
어렵게 정말 어렵게 지국운영이 될 때에는 너의 사업이니까 알아서 하라면서,
막상 지역개발이 되여 허리 좀 펴려고 하니까
열심히 본사에 협조하지 않은 당신은 떠나라....
본인은 죄가 너무 많다.
본사에 평소 협조하지 않은 죄.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자전거, 김치냉장고, 최신핸드폰을 판촉물로 신문확장을 하지않은 죄.
빚을 져도 그건 온전히 지국장의 몫이지만 너무 죄가 많다.
어느 해 늦은 봄날 아내의 투정이 지금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새벽배달과 낮에는 지국업무로 봄꽃이 다 져도 몰랐다는 말에
이웃 분이 언제 피었다 지는 것인데 모르냐고 웃더라는 말이 참 가슴에 남았었나보다.
그렇게 세상모르고 살아온 세월에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롭다.
못난 남편 만나 사고로 허리를 못쓰는 아내에게도 면목이 없고,
건강상태가 안좋은 것도, 나는 죄가 너무 많다.
죄 많은 본인은 이렇게 병점지국을 온전히 타의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빼앗기고 말았으나 이젠 웃을 수가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13년 일군 <조선>지국 잃은 남편 신문돌리다 허리못쓰는 아내에게 미안"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