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신
미국에 처음와서 놀란 것 중에 하나가 미국에는 'A4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어렸을 때 쓰던 '16절지'가 어느 때부턴가 A4지로 대체되면서부터 자연스레 표준규격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름 탓인지 무의식적으로 A4지가 세계화된(?) 규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아서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곳 미국에서 A4지 대신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바로 '레터(Letter)지'라는 규격의 용지입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레터지는 A4지에 비해 길이가 약간 짧고 폭이 약간 넓습니다. 사용하는 도량형이 다르기 때문에 단위가 다르지만 굳이 수치로 비교해 보자면 A4지는 '210×297밀리미터'이고 레터지는 '8.5×11인치'입니다.
기본 규격용지가 레터지인 관계로 복사기나 프린터 혹은 파일이나 노트까지 그 크기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한국에서 기본적인 문서나 기타 서류철들이 A4지 규격에 맞추어져 있는 것과 똑같이 말입니다. 가끔은 한국에서 유학오시는 분들 가운데 A4지나 혹은 A4지에 맞추어진 규격의 파일이나 서류철을 가져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수고스럽게 가져왔으면서도 이곳에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어떤 종이가 좋고 어떤 종이는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종이의 크기가 다를 뿐이지요. A4지를 사용하는 곳에서 레터지가 우수하다고 말하는 것도 우습고, 레터지를 사용하는 곳에서 굳이 A4지를 사용하겠다는 것도 어거지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3.
마침 제가 이곳으로 돌아오자마자, 북한이 핵문제와 연관해서 여러 가지 파격적인 선언을 하는 바람에 이곳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한국에 다녀온 줄 아는 미국친구들이 만날 때마다 한반도 상황에 대해 묻는 바람에 대답하느라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정보 외에는 없는 저에게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곤란한 문제를 들이대며 어설픈 전문가적 견해를 묻는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한국에서는 미국에 대한 질문으로 불편했는데, 이곳에 오니 한국에 대한 질문 때문에 곤란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