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쟁취 지하철 시위. 2003.1.22최진영
장애인들이 이동을 위해 감수해야하는 공포와 고통은 여전히 일상적이다. 집회에 참석한 이현준씨는 "리프트가 중간에서 멈춰서버릴 땐,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들이 밀려온다"고 했다.
박경석 대표에 따르면, "동대문운동장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40여분이 걸린다. 장애인 두 사람이 함께 다니면 무려 80여분을 같은 장소에서 보내야 한다. 게다가 그나마도 맨날 고장"이라는 것이다. 이날도 집회가 열리는 1호선 서울역 승강장으로 오고 있던 한 장애인은 4호선 서울역 리프트가 고장나는 바람에 한참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특히 이동권연대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넓은 간격과 높이 차이'로 인한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 위험을 새롭게 제기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간격은 3㎝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15㎝를 넘는 곳이 허다하다.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높이 차도 보통 5㎝를 넘는다. 이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앞바퀴가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구멍으로 빠져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는 양영희씨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 폭이 넓어 그 사이에 끼지 않기 위해서는 전동 휠체어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을 칠 위험도 있어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또 송병준씨는 "전동 휠체어 앞바퀴가 그 사이에 끼여 몸만 튕겨 나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험은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 이동권연대 조직국장 박현씨는 "일본의 경우, 장애인이 안정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역무원이 직접 승강장으로 나와 '간이 경사로'를 깔아주고 있으며, 지금은 자동으로 '간이 경사로'가 만들어지는 방법을 연구중이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