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고싶은 우리직장 우리가 만들죠"

대전 백화점세이 노조 황천순 위원장 인터뷰

등록 2003.01.28 19:46수정 2003.01.2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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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백화점세이노조 황천순 위원장(오른쪽)과 강영식 사무국장(왼쪽)

백화점세이노조 황천순 위원장(오른쪽)과 강영식 사무국장(왼쪽) ⓒ 정세연

"한 사람이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 갈 수 있는 노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우리의 회사,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내 발전시키고 정말 다니고 싶은 우리 직장으로 만들겠습니다."

대전지역 유통업계 중 최초로 지역단위 단일노동조합을 설립한 백화점세이노동조합(위원장 황천순)은 지난 26일 오후 10시 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가졌다. 그리고 27일 중구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설립을 마쳤다.
느린 걸음일지라도 함께 나가는 노조를 만들어 노동자의 권리를 찾겠다는 백화점세이노조 황천순(32) 위원장과 강영식(31) 사무국장을 만난 것은 28일 오후.

지난해 11월에 준비위원회를 결성해 두 달 이상 노조설립을 준비해 온 백화점세이노조는 직원 교육과 수련회 등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세를 불려나갔다. 노조설립 내용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보안을 유지했지만 창립총회일,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회사측은 남직원들을 상대로 교육은 물론 방해와 회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희망과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지난 11일 신법인인 (주)세이디에스가 들어오면서 직원들은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동의서'와 '근로계약서'를 써야했다. 평소에는 '왜 써야 하나'하고 의문을 갖고 내용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대부분 길들여진 대로 '그냥' 쓸 뿐이었지만, 노조설립을 준비하는 중 함께 이야기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직원들은 사측의 일방통행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됐다.

a 백화점세이노조 황천순(32) 위원장

백화점세이노조 황천순(32) 위원장 ⓒ 정세연

"이미 노동운동은 일상생활의 일부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히 느꼈고요.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노조활동은 사회적 흐름이고 바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노조 설립 과정에 큰 장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백화점세이 전체 1300명 직원 중 정규직 25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정규직 노동자 250명 중에서도 관리직과 임원 등을 빼면 노조가입 대상이 되는 직원은 150여명. 28일 현재 130여명이 노조가입을 한 상태이다.

"창립총회일에 노조결성 내용이 노출되면서 사측의 방해와 회유가 많았습니다. 남직원을 모아놓고 교육도 시키고 회유하기도 했죠. 그래도 오후 10시에 진행된 창립총회에 노조가입 대상 직원의 70% 이상이 참석했습니다. 총회 이후 합숙을 하고 다음날 오전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접수하러 갔죠."


근로 환경이 특히 열악한 비정규 노동자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에 대해 황 위원장은 "아직 역량은 안되지만 앞으로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노조가 안정화되면 민주노총 산하 유통 사업장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배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애매한 부분도 있습니다. 매장 근무원들은 정규직원은 아니지만 비정규직도 아니고, 소사장 개념에 가깝습니다. 매출액의 11~12%를 가져가고 자신들이 직접 직원을 고용하죠. 또 우리는 노동자지만 관리자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애매한 부분이 조금 어렵습니다."


노조가 설립되면 금방 많은 것들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직원들도 많다. 그러나 황 위원장은 한 사람이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 갈 수 있는 노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a 강영식(31) 사무국장

강영식(31) 사무국장 ⓒ 정세연

설 연휴 이후 단체협상을 계획하고 있는 백화점세이 노조는 단체협상 진행 과정에서 어떤 성과물이 나오고 어떤 방향성이 제시되느냐에 따라 추후 사업을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또 설 연휴가 끝나면 이미 사측과 합의된 노조사무실과 게시판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측 역시 노조를 인정하고 안하고의 문제를 떠나 서로의 입장과 요구를 받아들이며 잘해보자는 입장입니다. 노조 역시 '사'든 '노'든 우리 회사인데 함께 목소리를 내어 발전시키고 정말 다니고 싶은 우리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또 노조가 안정화되면 다른 유통업체들과의 연대 등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부칠 겁니다. 어쨌든 백화점세이에서 민주노조 깃발을 먼저 꽂았으니 우리의 용기와 의지가 다른 곳으로도 전해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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