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연결도로 최종착지를 가다

[르포] 영하의 삭풍속 연약 지반 걷어내고 땅다지기 한창

등록 2003.01.28 23:22수정 2003.01.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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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실무위원회가 민간인의 비무장지대(DMZ) 임시도로 통행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잠정합의서에 서명, 발표한 다음날인 28일. 비무장지대 경의선 임시연결 도로공사 현장.

a 남측의 경의선 노반공사가 100% 완공된 채 북측과의 연결만을 손꼽고 있다.

남측의 경의선 노반공사가 100% 완공된 채 북측과의 연결만을 손꼽고 있다. ⓒ 김준회

파주지역 기자들은 육군 전진부대의 안내를 받아 반세기 동안의 한을 간직한 이곳,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안의 경의선 임시연결 도로 남측 최종착지를 갈 수 있었다.

일행은 군부대에서 제공한 버스에 몸을 실은 채 통일대교를 넘어 남방한계선 제2통문과 반세기를 굳게 다물고 있었던 비무장지대 철책 안의 임시도로를 따라 북녘으로 향했다.

뒤로는 도라산 역이 보이고 서울 56km, 평양 205km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남과 북의 경계가 가까웠음을 말해주며 묘한 긴장감을 안겨줬다.

a 군사분계선을 지나기 바로전 남측 도라산 역 방향. 이정표가 남북의 경게가 가까웠음을 말해주고 있다.

군사분계선을 지나기 바로전 남측 도라산 역 방향. 이정표가 남북의 경게가 가까웠음을 말해주고 있다. ⓒ 김준회

구불구불 비포장도로를 지나 능선을 하나 넘자 50년 간 풀숲에 갇힌 채 회한의 세월을 보내며 아픈 역사를 대변해 왔던 경의선 열차 화통이 새로 놓은 경의선 선로에게 자리를 내준 채 바로 옆에 맥없이 멈춰 있었다.

붉게 녹슬은 화통 위에는 어제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순간 망향의 한이 백발로 변해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실향민들의 애절함이 스쳐갔다.

a 반세기를 풀숲에 갇힌채 회환의 세월을 지켜봐 온 경의선 열차 화통.

반세기를 풀숲에 갇힌채 회환의 세월을 지켜봐 온 경의선 열차 화통. ⓒ 김준회

우리 일행은 버스로 1km 가량을 들어가다 버스에서 내려 눈이 쌓인 비포장도로를 다시 걷기를 200m 가량. 눈앞에는 더 이상 갈 수 없음을 알리는 철책이 가로막고 있었고 우리의 발길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러나 살을 에는 듯한 영하의 삭풍 속에서도 연약지반을 걷어내고 땅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라는 것에서 남북 양측 병사들이 손을 맞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철책 북쪽으로 100m 앞에는 막내뻘쯤 돼 보이는 앳된 모습의 북한군 경계병 2명이 우리를 주시하며 꼼짝 않고 서 있다. 우리 군과 북측 경계병이 100m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서 있다. 방금 4명의 북한군 병사가 근무교대를 하고 총총히 사라지는 모습도 보였다.


a 남측의 임시도로가 끝나는 부분. 북쪽으로 양쪽에 경비병의 모습이 보이고 중장비가 공사를 한창 진행중에 있다.

남측의 임시도로가 끝나는 부분. 북쪽으로 양쪽에 경비병의 모습이 보이고 중장비가 공사를 한창 진행중에 있다. ⓒ 김준회

또 북측에서는 현대에서 제공한 포크레인 2대가 임시도로 개설작업에 투입돼 굉음을 내며 산을 허물고 있었다.

통일대교를 지나 이곳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분밖에 안 되는 시간. 고향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파주에 터를 잡고 반세기를 기다려온 실향민들의 기다림에 비해선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손에 잡힐 듯 바로 앞인데...

경의선 연결공사는 이미 남측 구간의 철도 노반공사가 100% 완료돼 북측과의 포옹할 날 만을 기다리고 있다. 임시연결도로도 24%의 공사진척을 보이며 반세기 동안 얼어 있던 동토(凍土)를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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