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의 밭 위에 지어진 개집에는 큼직한 도사견들이 갇혀 있었다. 이 밭에만 이런 개집이 몇 동이나 줄지어 서 있었다.정지환
-주민들이 갑자기 이렇게 많은 개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2001년 5월경부터 본격적으로 개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쇠창살이 달린 개집이 트럭에 실려서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 행렬이 작년까지 계속 이어졌어요."
- 5000∼6000마리라는 계산은 어떻게 나온 겁니까?
"작년에 이미 4000마리가 넘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개체수가 워낙 많다보니 어미 개들이 새끼를 낳으면서 그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한번 새끼를 낳으면 보통 10여 마리씩 낳거든요. 정확하게 집계하면 어쩌면 6000마리 이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 5000∼6000마리라면 사료비만 해도 엄청나게 들어갈 것 같은데요?
"아마 정식으로 사료를 먹였다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서울 등 외지에서 값싼 음식 쓰레기를 들여다 먹이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것만 전문적으로 나르는 업자가 따로 있어요. 사실 개 때문에 돈 버는 사람은 그 업자뿐일 겁니다. 서울 음식점에서 쓰레기를 치워주는 대가로 처리비 받지, 여기 와서 사료비 받지…. 아마 가구당 매달 15∼30만원씩은 사료비로 지불하고 있을 겁니다."
- 기하급수적으로 개가 늘어나면서 문제도 많이 생겼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물론입니다. 우선 오염 문제가 심각합니다. 거의 모든 사육시설에 오폐수 정화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름만 되면 악취가 말도 못할 정도로 심합니다. 그리고 개똥과 음식 쓰레기 때문에 동네에 파리도 엄청나게 모여듭니다. 우리 마을에는 한탄강에서 최고 절경을 자랑하는 재인폭포 유원지가 있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놀러오는 사람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형편입니다."
- 그밖에 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소음 문제도 심각합니다. (허탈하게 웃으며)개 소리를 한 2년 동안 계속해서 듣다 보니, 우리는 개 소리 전문가가 다 됐습니다. 우리 마을에 교회가 하나 있는데, 교회에서 새벽 5시에 스피커로 종소리가 울립니다. 그러면 잠에서 깬 개들이 한꺼번에 짖기 시작하지요. 개 한 마리가 '우∼' 하고 짖으면 다른 개들도 따라서 '우∼' 하고 짖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청승맞습니다. 간혹 개장사가 와서 '개 파세요' 하고 스피커로 떠들기라도 하는 날이면 '컹컹컹' 짖어대는 개들 때문에 동네는 완전히 난리가 납니다. 한마디로 코미디 저리 가랍니다."
- 그런데 댐이 들어서면 개도 보상을 받을 수는 있는 겁니까?
"언젠가 국회에서 '개고기 논쟁'이 있었지요? 그런 걸 보면, 아직까지 개는 법적으로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 이장의 말로는, 수자원공사에서 개도 가축에 포함시켜서 보상이 된다고 했다는 거예요. 지금 개를 대규모로 사육하는 주민들은 수자원공사와 이장 말만 믿고 있습니다."
- 이런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순진한 주민들을 선동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봅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개를 기르고 있는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댐 건설이 빨리 되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보상비를 받기 위한 욕심으로 개를 기르고 있는 주민들도 잘못이지만, 그런 행위를 뒤에서 부추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더 나쁩니다."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확인 결과 거의 모든 집마다 개 사육장이 설치돼 있었는데, 주택 옆에 세워진 비닐하우스 안에는 예외 없이 쇠창살로 만든 개 사육장이 보였다. 마을 교회 뒤에 있는 언덕을 오르자 넓은 밭 위에 여러 개의 개 사육장이 연립주택처럼 노천 위에 빼곡하게 지어져 있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접근하자 칸막이가 쳐진 사육장 안에 있던 송아지 만한 도사견들이 기자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컹컹컹…."
적막에 싸여있던 산골짜기는 잠시 후 우렁찬 개 소리의 도가니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