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특검인가

[대북송금 논쟁] 조화유 기자의 주장에 대한 반론

등록 2003.02.05 01:36수정 2003.02.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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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상선 대북송금'건에 대해 각계 각층의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3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재미 언론인 김민웅씨의 "긴장해소 · 전쟁방지 위한 비상권한/사법판단 보다 민족사 관점 처리를" 제하의 기사에 대해 반론을 쓴 재미작가 조화유씨가 쓴 기사에 대한 이화여대 교수 조기숙씨의 반론입니다...<편집자 주>

대북송금건과 관련한 논란거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동기와 과정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결과에 관한 것이다. 결과에 관한 것은 대북송금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했느냐 하는 문제이다. 송금의 정치적 결과는 지금 예단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또 국민들도 나름대로 판단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한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송금과정의 불법성과 송금의 동기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국가의 국민이라면 "대북송금"의 진상에 대해 누구나 더 알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단순히 "대북비밀송금은 진상을 밝히는 게 좋다"는 조화유기자의 주장은 너무나 원론적이라 반박할 필요를 못 느낀다. 논쟁의 핵심은 무엇을 그리고 어떤 방법을 통해 밝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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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해소 · 전쟁방지 위한 비상권한 사법판단 보다 민족사 관점 처리를"


순진한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밝히라고 주장하는 것은 김대통령이 불법행위에 관여했는지의 여부와 송금의 동기가 사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밝히라는 것이다. 나는 <조선일보>가 이렇게 순진한 신문인지 처음 알았다. 대통령에게 송금의 동기를 밝히라면 사적인 욕심에서 그랬다고 밝힐 대통령이 어디 있는가. 결국 얻을 답이 뻔한 질문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비록 객관적으로 송금의 동기가 대통령의 사적인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증명된다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인을 비난할 근거가 되는가. 어차피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고 정치인은 자신의 명예와 권력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다. 다만 그 사적 동기가 공적인 명분과 일치할 때 정치인은 자신들이 원하는 권력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 또한 역사적 평가로 남겨두어야 할 부분이다.

결국 밝혀져야 할 문제의 본질은 송금의 과정에 대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누가 책임이 있는지, 얼마의 돈이 어떤 경로로 흘러 들어가서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를 밝히는 목적은 무엇인가. 목적에 따라 특검제든 국정감사든 가장 합당한 방법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검제 만능 아니다


이것을 밝히는 목적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대북정책은 민족의 안보와 통일과 관련된 문제이다. 송금지원의 과정에 대한 정보가 일반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밝히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DJ의 대북정책을 흠집내기 위해서, 혹은 민주주의는 투명성이 생명이니까 무조건 밝혀야 된다는 사람은 어린아이와 같다. 개인의 사업상 거래에서도 꼭 부도덕한 이유가 아닐지라도 비공개가 더 바람직한 경우가 있다. 독일에서도 초기 과정에서는 동독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동독에 대한 지원을 비공개로 했다고 한다. 언론과 정치권은 그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독일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에 덮어주었다는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송금과정과 관련된 비밀을 밝히는 것이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데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럼 특검제가 그것을 밝힐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옷로비와 조폐공사파업사건과 관련하여 특검제를 실시했다. 소득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별로 시원하게 밝혀진 것도 또 덮어 진 것도 없다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그 해답은 조화유기자가 투명성의 상징으로 언급한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독립검사 보고서에 구구절절이 나온다.

대북송금과 이란콘트라 스캔들

레이건 행정부 때 터진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대북송금 사건과 매우 유사점이 있어 흥미를 더한다. 이 사건은 레이건이 카터정부 당시 터진 미대사관 인질사건으로 이란과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검은 뒷거래이다. 미국은 당시 엠바고를 가하고 있던 이란에 무기를 팔았고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니카라과의 반군을 지원했다. 이란에 무기를 판 것, 사적인 자금을 반군에 지원한 것 등이 모두 불법이었다. 게다가 레바논에 있는 인질이 무기를 판 대가로 풀려나면서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위반했다.

대다수 국민이 이 모든 거래를 대통령과 부통령이 추인했을 것이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수십 차례의 의회 청문회도 8년에 걸친 특검제도 결국은 밝혀내지 못했다. 대통령은 TV에 나와 그런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했으며 청문회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검제를 통해 얻은 소득이라면 의회청문회가 밝혀내지 못한 추가적인 사실의 발견에 따라 이 작전에 개입했거나 사건을 은폐하는데 가담한 사람 14명을 기소했다는 것이다. 그 중 중 6명이 부시대통령에 의해 곧 사면되었다. 하지만 작전의 중심에 있던 노스 중령은 해임되었을 뿐 아무런 사법책임도 지지 않았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대통령이 원내 소수당일 때 반대당을 설득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비밀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사건의 질을 비교해 볼 때는 이란콘트라가 대북 송금에 비해 결코 양질의 범죄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레이건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이란에 무기를 파는 대가로 인질을 선거 후까지 잡아두는 밀약을 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맡았던 왈시 독립검사는 보고서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민주주의는 입법부와 사법부 의한 균형과 견제를 통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회와 검찰이 밝히지 못한 사건을 어떻게 독립검사가 밝히기를 기대하느냐는 것이다. 그만한 조직과 재원과 권력을 가지지 못한 특검이 대통령, 부통령, NSC(국가안보회의)를 상대로 뭔가 밝혀내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비밀송금이 있었음을 이미 시인한 바 있다. 국익을 위해 더 밝힐 것이 있다면 국회에서 초당적으로 현명하게 집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미국의 예를 볼 때 어차피 더 이상 밝혀지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런 사건을 특검제를 통해 질질 끌면 실익은 없으면서 국론 분열로 에너지만 낭비할 뿐이다. 새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소모전을 벌이기보다는 역사가 평가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국회가 이 문제를 논의해보기도 전에 특검으로 바로 가는 것은 직무유기이거나 싸움꾼이라는 의혹을 국민들로부터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첫삽을 뜬 김대중 대통령은 온갖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악성 스캔들에 휘말렸던 레이건 대통령은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퇴임했다. 미국민의 민도가 한국민보다 낮은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www.newqm.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www.newqm.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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