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미2사단 앞에서 미군과 시위대가 충돌한 가운데 미군들이 부대를 지키고 있는 모습(2002.6.26)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러한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논란을 키워 야기되는 결과에 대한 사려를 갖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이 사안을 침소봉대해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함승희 의원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심각한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말을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로부터 들었다"며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데 비해 우리 정부는 상황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안이한 쪽은 우리 정부가 아니라 함 의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발언이 몰고올 결과에 대한 사려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가 어떠한 근거로, 어떠한 맥락에서 이런 얘기를 했는지 밝혔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근거와 맥락이 오해와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 여론과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미국 관료를 자제시켰어야 옳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함 의원의 중대한 실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 '일부' 관료와 정치인, 그리고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론이 마치 미국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일반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내 일부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제기된 것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미국 정부나 정치권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면 그 내용은 적지 않게 우리에게도 알려지기 마련입니다.
미국 내 '미군철수론'의 맥락 정확히 읽어야
오늘날 미국 내에서 미군철수론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과거부터 있어왔고, 또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좌우할 만큼 높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 내 일부의 미군철수론의 이유와 배경입니다. 특히 보수강경파들 가운데 일부가 미군철수론을 들고 나온 것은 "북한을 손봐주고 싶은데, 주한미군의 안전이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 내 대표적인 미군철수론자들인 윌리엄 새파이어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촛불시위가 있기 전부터, 북핵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북한을 폭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습니다. 최근 이들이 촛불시위를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반미시위로 매도하면서, 미군철수를 들고 나온 것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창리 핵의혹 시설에 대한 북미간의 협상이 한참 진행되던 1999년 3월 2일자 사설에서 느닷없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선 바 있습니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주한미군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햇볕인가, 달빛인가?"라는 사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과 이에 끌려다닌다는 클린턴 행정부에게 잔뜩 독설을 퍼붓고 나서, 이 신문은 다음과 같은 '예언'을 한 바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한국 정부의) 포용정책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권은 바뀌게 된다. 그리고 미래의 정부는 의회와 국민으로부터 강하게 행동하고 위험으로부터 미군을 철수시키며, 미국에까지 다다를 수 있는 미사일이나 핵무기와 같은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을 것이다."
주한미군철수 반대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