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 인사보좌관 내정 후 며칠간 어떻게 지냈나.
"YMCA 사무를 정리하는 일과 함께 지역에서 함께 일해온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있다. 무거운 책임을 맡아 성실히 해보겠다는 다짐도 드려야 하고, '고향사람이니 덕보자'하는 그런 건 안된다는 것도 전달해야 할 것 같다."
- 후임 사무총장을 공개모집하자는 논의도 있다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결정권한은 이사회에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공개모집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뜻을 이사장께도 말씀 드렸다."
- 정 보좌관 발탁을 보고, 제도권과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고른 인재의 등용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당선자가 나에게 세 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한국의 공직사회의 인사관행에 정실인사가 많았다. 기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원칙을 하나 세우자. 그게 첫 번째 부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원칙을 실질적으로 바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묻혀 있는 인재를 찾아내 발굴하는 것이다. 많은 추천을 받을 생각이다. 그걸 바탕으로 우리가 만든 원칙에 의해 천거를 할 것이다.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는 나도 추천하지 않을 것이지만, 내가 잘못 추천했다 하더라도 당선자가 수용을 안할 것이다. 그러면서 (당선자가) '넉넉하게 합시다. 원칙은 굳건히 지키되 적용은 유연하게 하자'고 했다."
- 인수위 기자회견에서 인사보좌관의 역할과 민정수석과의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다는 식으로 답변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인사보좌관이 정무직과 국영기업체·청와대에서 해야 할 인사에 자료를 모아 정리해서 천거하면, 민정수석실에서 받아 검증해서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된다."
- 인수위 기자회견에서 존안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건 기존의 제도권 인맥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사자료를 만들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지금까지 인사를 하는 자료가 청와대에 있는 존안자료, 중앙인사위 자료, 그리고 경찰이나 검찰이나 국정원 자료를 토대로 했는데, 그 자료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을 기본 틀로 삼되, 다른 한 틀로 좋은 사람을 발굴해 연못을 만들고, 그 연못에서 개혁성이 필요한 자리엔 개혁적 인사를 추천할 것이고, 경영능력이 필요한 곳엔 그런 사람을, 공공성이 필요한 곳엔 거기 걸맞는 사람을 추천할 것이다."
-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거창고 인맥, 민청학련 인맥이 뜬다'는 식의 '연고주의성 보도'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다. 연고주의를 벗어나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나는) 고향이 전라도고, 경상도서 17년4개월을 살았지만, 사람의 연고란 한계가 있다. 당선자 제시하신 견해대로 그야말로 대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연고를 떠나 두루 함께 모이는 연못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거기엔 야당이나 노무현 당선자를 반대한 사람들도 포함되나.
"그렇다.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 정 보좌관의 발탁으로 이미 서울에서는 주류의 교체가 시작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 정권이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득권 세력이 58년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역의 기득권세력 물갈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까진 인사보좌관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 같은데…, 개인적 의견으로는 사회의 변화는 1년, 2년, 5년, 10년으로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줄기를 만들어 놓으면 된다. 그 역할이 내가 할 역할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프랑스형 정치발전과 영국형이 다른데, 프랑스는 끝까지 기득권을 고집하는 세력을 단두대에 올렸지만, 영국은 기층세력의 요청을 기득권이 양보와 양보를 거듭하면서 다투는 과정에서 변화했다. 기득권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은 있다. 공무원 집단 중에서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사람과는 함께 가야 한다."
"DJ정권 동진 정책은 구걸정책"
- 경력을 보니 제2기 제2건국위 위원으로 돼 있다. 광주는 어떤지 몰라도 경남의 경우 오히려 기존 토호세력이 DJ정부의 제2건국위를 보호막으로 활용했다는 혐의가 짙다. 어떻게 보나.
"나는 김대중 대통령 정부나, 김영삼 정부나 모두 변화를 희망했다고 생각한다. 변화는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변화의 흐름을 누가 힘있게 가져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제2건국위는 필요했다고 본다.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 발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었다고 본다."
- DJ정부가 박정희 기념관 지원 등을 통해 영남의 기득권 세력과 적당히 타협하는 정책을 썼지만 실패했다고 보는데, DJ식 영호남 화합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