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경륜투기로 빚을 지게 된 택시기사가 여자승객을 상대로 강도 강간범행을 저지르고 평범한 회사원이 경륜투기로 카드 빚을 지게되자 목숨을 끊는 등 가정 파탄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창원시와 공동투자자인 경남도, 운영본부인 경륜공단측은 이에 따른 예방책을 마련해 시행하지 않고 있어 경륜으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변호사사무실에 근무하는 하모(48)씨는 지난해 초 친구들과 경륜장을 찾았다가 재미로 배팅한 5만원이 40여만원으로 당첨되자 경륜에 맛을 들이게 됐다.
하씨의 친구 최모씨에 따르면 “경륜은 재수가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 이후 배팅에 나서야 하는데도 고작 경륜장 주변에서 구입한 각종 경륜정보지에 의존, 지나친 배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경륜매니아로 칭한 하씨는 경륜경주가 열리는 날은 어김없이 경륜장을 찾았고 배팅액수도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점점 늘렸으나 본전을 건지기는커녕 그 만큼 빚은 늘어만 갔다.
결국 신용카드빚 1억원의 상환과 자녀등록금 마련 등의 문제를 고민하던 하씨는 지난해 11월 경륜장 화장실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또 영업용 택시기사 신모(37·창원시 가음정동)씨는 대박을 기대하며 매주 금·토·일요일 경륜경주가 열리는 날이면 영업도 포기한 채 경륜장을 찾아 그동안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고액배팅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당첨은 하늘에 별 따기였고 날이 갈수록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1억여원에 이르러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게 되자 경륜장에서 만난 같은 처지의 경륜동료 2명과 범죄를 모의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4일 창원시 대방동 모 교회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김모(42·여)씨를 납치해 성폭행을 저지르고 나체사진을 찍은 뒤 신용카드를 강탈해 현금 330만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이들은 또 구랍 30일 창원시 반림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강모(35·여)씨 차에 탄 후 흉기로 위협, 같은 수법으로 현금 500여만원을 빼앗는 등 지난 8일까지 같은 수법으로 1천여만원을 빼앗았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유사범죄 신고가 잇따르자 동일범의 수법으로 판단하고 탐문수사 끝에 지난 9일 택시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부녀자를 납치, 강도 강간짓을 한 신씨 등 3명을 강도 강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한편 경륜공단은 “경륜 팬들의 지나친 사행성이 문제로 현재 경륜투표지 1장당 5만원 이상 배팅은 규제하고 있으나 여러 장의 투표지 이용을 차단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경륜공단은 적절한 대책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륜공단은 특히 “고액 배팅에 집착해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 고통이나 문제점을 느끼는 고객이나 그 가족에 대한 상담활동을 통해 고객을 건전한 여가생활로 유도하기 위해 건전클리닉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부 경륜꾼들 중 경륜으로 잃은 돈을 찾기 위해 경륜장 주변을 범죄 모의 등 각종 범죄행각을 위한 모의 장소로 악용하고 있으나 정작 경남도, 창원시 창원경륜장 등 관련기관에서는 예방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건전레포츠 경륜’이란 이름 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는 창원경륜경기장의 설립 목적이 국민체육진흥을 위한 기금 조성과 청소년들의 건전한 미래 육성사업, 또 국가 및 지방재정확충으로 지역주민들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하는 데 있다고 밝혔지만 극성 경륜팬들의 지나친 고액배팅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한 채 오히려 ‘창원 경륜장은 흑자 경영을 하고 있다’는 선전에 골몰하고 있어 선량한 시민들의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경륜전문가들은 “경륜피해자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륜개선 기구나 감시단체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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