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신문사의 왜곡된 인터넷 읽기

등록 2003.02.14 07:08수정 2003.02.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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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성

인터넷 인구 2600만의 시대, 이제 인터넷은 신문, 방송과 비교해볼때 적어도 동등하거나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기존 매체보다 우월한 입지를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 전문주간지 〈미디어 오늘〉이 2002년 12월 전국의 현직 기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미래 언론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앞으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언론사를 묻는 질문에 오마이뉴스가 1위로 뽑혔다(31.4%).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제도를 통해 독자를 기자로 삼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조사 결과 역시 현직 기자들도 인터넷의 영향력 확대가 '쌍방향성'에 기인한다(41.6%)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터넷 매체는 쌍방향으로 열려 있다. 그것이 인터넷의 '힘'과 '가치'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정보 저장/검색의 용이함, 실시간 뉴스 전파, 멀티미디어, 정보전달의 확산성 등은 차치하더라도 인터넷의 '쌍방향성'은 새로운 시대의 주된 매체로서 인터넷을 언급하게 하는 가장 위력적인 속성이라는 말이다.

인터넷 매체가 '쌍방향'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더 이상 시청자와 독자는 언론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만 섭취하지 않는다. 기존의 매체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자본으로 운영되는 방송사와 신문사에 의한 정보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 소비자가 제작자로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실 언론사의 정보 자원은 정보 소비자의 삶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계 각층의 사람이 만들어내는 세상살이가 언론사의 생산 원료가 아니었던가. 정작 정보의 근원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설득할 수단이 없었고, 언론사에 의해 선택되지 않는 이상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토해놓을 방법이 없었다.


인터넷은 매체로부터 개인의 소외를 극복했다. 그들은 이제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와 게시판, 그리고 인터넷 신문 곳곳에서 글과 그림, 때로는 음악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타인들에게 전송하고 있다. 그러한 전송 네트워크는 이제 거대한 정보망이 되어 강력한 대안매체로 성장했다.

힘과 가치


쌍방향 매체로서 인터넷의 '힘'은 정보 소비자가 생산자로 참여했을때 매체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는 '동기 유발'에서 비롯된다.

오마이뉴스가 창립 3년만에 유력언론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2만5천명에 이르는 '뉴스게릴라(시민기자)'들이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문턱과 기사의 형식을 허물고 과감하게 네티즌들에게 지면을 열어줌으로써 대중적인 관심과 참여를 일으킬 수 있었다.

자신의 기사가 메인 화면에 배치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응답한다는 현실은 네티즌으로 하여금 자신이 실존한다는 쾌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생산자가 되기 위해 인터넷 매체로 모여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한편 인터넷의 쌍방향성이 함축하는 '가치'는 우리 사회의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과 관계를 맺는다. 인터넷의 쌍방향 시스템이 상향식 의제 설정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와 관료, 그리고 기자만이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체험하는 사회 현실을 토대로 대중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촉구한다.

인터넷은 그러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단지 의제 설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은 대중적 피드백(feedback)의 수단을 제공한다. 인터넷은 국가와 기업, 언론 등 권력 집단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에 대해 개인이 반응, 평가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인터넷은 상향식 의제설정과 피드백 시스템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더 혁명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거대 신문사의 왜곡된 인터넷 읽기

익명성의 윤리 문제, 과다한 쓰레기 정보, 정보 격차(digital divide) 등 인터넷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과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의사소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며 인터넷의 장점을 활용한 언론은 향후 발전을 거듭해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 매체, 특히 멀티미디어 역량을 가지지 못한 신문 등 종이 매체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인터넷의 쌍방향성이 내포하고 있는 '힘'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터넷이 함의하는 사회적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이른바 보수 메이저 신문들이 인터넷을 고깝게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2002년 대선 정국을 둘러싸고 이회창을 지지하는 거대 신문사들과 노무현을 지지하는 인터넷 신문의 대립이 가시화되면서 거대 신문사들의 인터넷 비판은 정치 권력 투쟁의 성격마저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 목적이나 신문의 생존을 위해 인터넷을 왜곡하거나 매도해서는 안될 것이며, 또한 인터넷의 일부 문제를 비약하여 특정 사회세력 전반에 대한 비판 수단으로 삼는 행동도 올바르지 않다.

중앙일보 2월 10일 A 5면에 실린 <청와대 통신>은 노무현이 '인터넷 주의자'라면서 '인터넷의 해악'이 국정운영에 스며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 변혁의 그림이 盧당선자의 인터넷 마인드에서 출발하고 있다. 조각(組閣)과 정책 입안을 위한 온라인 조사, 지방.무명 신인의 파격 발탁, 토론공화국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대와 반비례해 불안감도 커져 간다. 인터넷의 해악이 바이러스처럼 국정에 스며드는 경우다. 익명성에 따른 여론몰이와 포퓰리즘, 수(數)의 우위와 전문가 식견의 균형 문제, 세대간 갈등과 새로운 정보 소외에의 우려다. 盧당선자가 '내사랑 인터넷'을 한번쯤 반추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쩌다 그 애인이 盧당선자를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거나 배신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03/02/10)

한편 동아일보는 1월 8일 <사설>에서 촛불시위를 인터넷 매체의 자작극으로 단정하고, 인터넷 매체의 윤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빠른 전파력 등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한 인터넷매체가 이제는 여론을 왜곡하고 대중을 선동하는가 하면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는 사이버테러까지 감행하는 등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자리잡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동아일보 03/01/08)

그리고 조선일보 1월 6일 <이규태 코너>는 과거 조선의 천거 및 신문고 제도가 부패해졌던 것에 빗대어 정권인수위의 인터넷 천거 및 인터넷 고발 제도를 비판하면서 인터넷이 음해의 폭군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역사도 유구한 음해의식은 아직도 기승을 부려 조직화 집단화 대형화하고 있다. 정권인수위는 장관을 비롯, 인재의 인터넷 천거를 받고 고위공무원 비리의 인터넷 고발을 수용할 뜻을 비쳤다. 첨단 이기를 이용한 진선(進善)제도요 현대판 신문고랄 수 있다. 하지만 음해의 폭군으로도 부각되고 있는ㅡ익명이 보장된 인터넷인지라 역사를 거듭해온 시행착오의 전철을 밟지 않을 조건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03/01/06)

그외에도 지난 살생부 사건에서 메이저 신문들은 자신들이 사태를 부풀리고 이슈화했던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오직 인터넷 윤리만 탓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인터넷이 시대적 대세라고는 하나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당파성 때문에 인터넷의 단점을 침소봉대하여 인터넷 매체 자체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인터넷을 트집잡아 특정 정파를 공격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거대 신문사들은 인터넷의 힘과 가치를 자각하고 쌍방향성에 입각한 자기 개혁을 시도하는 한편 인터넷이 지향하는 민주적 가치를 포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 지난 주에 MBC 미디어 비평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미디어 비평이 새로운 코너로 <사이버 논객의 미디어 비평>을 마련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이슈 선정, 토론을 논객이 맡고, 거기에서 나온 내용을 MBC에서 편집, 보완해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향후 제작 과정에 논객들의 더 적극적인 참여가 담보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MBC 에서 이런 기획을 한 의도는 우선 비평의 주체를 대중화하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시청자이자 사이버 공간에서 미디어와 사회를 논하는 칼럼니스트인 사이버 논객들을 프로그램에 참여시켰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비평의 주체와 역량이 인터넷을 통해 조직되어서 언론에 대한 거대한 '감시망'을 건설할수도 있겠지요. 주체의 대중화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치는 비평의 탈권위화입니다. 인터넷 세대의 파격, 참신, 신선함을 비평 활동에 반영하자는 목적입니다.

지난 주에는 미국의 입장 등 보수 우파의 견해로만 베네수엘라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다음 주 미디어 비평에서 다시 논객들이 나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주에 MBC 미디어 비평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미디어 비평이 새로운 코너로 <사이버 논객의 미디어 비평>을 마련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이슈 선정, 토론을 논객이 맡고, 거기에서 나온 내용을 MBC에서 편집, 보완해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향후 제작 과정에 논객들의 더 적극적인 참여가 담보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MBC 에서 이런 기획을 한 의도는 우선 비평의 주체를 대중화하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시청자이자 사이버 공간에서 미디어와 사회를 논하는 칼럼니스트인 사이버 논객들을 프로그램에 참여시켰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비평의 주체와 역량이 인터넷을 통해 조직되어서 언론에 대한 거대한 '감시망'을 건설할수도 있겠지요. 주체의 대중화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치는 비평의 탈권위화입니다. 인터넷 세대의 파격, 참신, 신선함을 비평 활동에 반영하자는 목적입니다.

지난 주에는 미국의 입장 등 보수 우파의 견해로만 베네수엘라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다음 주 미디어 비평에서 다시 논객들이 나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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