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중학교 졸업식 날

달라진 졸업식 풍경에 쓸쓸한 부모의 마음

등록 2003.02.17 11:38수정 2003.02.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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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윤

집으로 퇴근을 하여 세면장에서 세수를 하는데 집사람과 아들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내용은 아들이 내일 중학교 졸업식인데 제 어머니를 참석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누나도 오지말고 끝나면 저녁을 먹기로 하자고 한다. 집사람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아들을 나무라는 듯 한데 옆에 있던 대학생 딸은 요즈음 아이들은 부모나 가족이 졸업식에 참석 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동생의 말에 맞장구를 쳐준다.

아내는 못내 아쉬운 듯 나에게 당신이 내일 살짝 졸업식에 참석하라고 특명(?)을 내린다. 아들 녀석은 저녁 밥 상 앞에서 또 한 번 다짐을 한다. "내일 오시면 안돼요." 참 이해 할 수가 없다. 옛날에 우리들이 졸업식을 할 때면 가족이 모두 와서 꽃다발이며 앨범 등을 선물하는 것을 반겼는데 요즈음 아이들은 왜 그러는지 다음날 나 혼자 쓸쓸히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서려는데 딸아이 하는 말, "아버지 사알짝 숨어서 사진 찍어 주세요"라고 당부를 한다. "알았다"라고 대답은 하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정말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인지 하는 처량함과 섭섭함이 들었다.

학교에 들어서니 교장선생님께서 축사를 해주고 계셨다. 그러나 아이들은 줄을 서있는 것인지 아니면 장난을 치고 있는지 모두 제 각각이었다. 몇 몇의 아이들은 교복 위에 밀가루가 묻혀 있고 사복을 입고 온 아이들이 과반수가 넘어 있었다. 아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신나는지 선생님의 말씀에 귀담아 듣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식이 끝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가지고 온 밀가루며 계란 등을 친구들 옷에 던지기 시작하였다. 옆에 있던 학부형들은 가루며 계란이 몸에 묻을까 싶어서 옆으로 피하자 학생들은 더 신나 밀가루를 온 몸에 바르고 던지고 교복을 찢고 바람에 밀가루는 날려 연막 소독을 하는 것처럼 운동장은 하얗게 변하였다.

몇 몇의 학생과 학부모과 사진을 찍으려다 운동장에 서 있다가 밀가루 세례를 받자 황급히 자리를 피하였다. 이 때문인지 운동장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들은 아무도 없는 듯 하였다. 물론 학생들이 오늘 이 자리의 주체이지만 그들을 축하 해주려고 온 부모님이나 가족들은 손님이다. 그런데 손님을 내쫓는 학생들의 행동 그리고 그들을 말리지 않는 학교의 선생님들 학부형의 입장으로서 왠지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중학교 졸업식이 결코 인생의 끝남이 아닐지언데 이런 식의 축하(?)세려는 고쳐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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