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군통수권 한국대통령이 가진다?

중앙일보 이철희 기자의 오해에 대해

등록 2003.02.17 17:19수정 2003.02.17 20:23
0
원고료로 응원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져서 경제가 어렵더라도 전쟁은 막아야 하며, 전쟁이 나면 국군의 작전 통제권은 한국 대통령에게 없다’라고 말한 것에 대한 논란이 ‘조금’ 있는 모양이다.

노 당선자 주장의 핵심은 ‘조금 힘이 들더라도 전쟁만큼은 막아보자’인데, 일부 언론은 그런 핵심 주장에 대한 비판이나 논의 보다는 곁가지 말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보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진 듯 하다.

특히, 중앙일보 이철희 기자의 기사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수준을 넘어서서 억지주장으로까지 발전한 듯한 인상을 준다.

오늘자(2월 17일) 중앙일보 24면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전시 한국군의 작전 통제권은 미군 사령관에게 있지만, 총괄적인 군 통제권은 한국 대통령이 가진다고 쓰고 있다. 그러면서, 전시 작전 통제권은 ‘특정임무’에 국한된 것이고, 오히려 한국 대통령이 광범위한 통제권을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이 국방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라고 쓰고 있다.

그러면서, 아주 당당하게 노 당선자의 주장은 ‘오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물론, 전시에 한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국군 통수권을 열거하면, 작전 통제권을 가진 미군 사령관 보다 ‘수적’으로 많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군사 작전’을 위한 보조적인 기능일 뿐이다.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듯이, 군 통수권은 크게 군정권과 군령권으로 나뉜다. 군정권은 군사력의 건설과 유지를 위한 권한이고, 군령권의 핵심은 작전 통제권이다. 전시가 되면, 한국군의 군령권은 한미 연합사령관이 가지고, 군정권만 한국이 가진다. 즉, 전쟁수행의 핵심되는 권한은 미군이 가지는 것이고, 그 전쟁수행을 위한 ‘뒷바라지’는 한국 국방부가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대는 전쟁을 위한 집단이다. ‘전쟁을 한다’라는 말을 한자로 쓰면 바로 ‘作戰’이 된다. 따라서, 군 작전 통제권이야말로 군 통수권의 핵심이다. 작전 통제권이 없는 군 통수권은 빈 껍데기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이철희 기자는 한미 연합 사령부의 구성이나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을 근거로, 한국 정부도 한미 연합군의 작전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외견상으로만 본다면, 그 주장도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한미 연합사령부는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의 협의기관과, 양국의 합참의장의 협의기관에서 내리는 지침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형식적 모습만 따지자면, 한국군 합참의장이 미군 장성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평시에도 미군 사병의 범죄행위를 단죄하기 위해서도, 한국이 모든 외교력을 다 동원해야 하며, 심지어는 한국 국민 수십만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겨우 해결될까 말까하는 현재의 한미관계를 고려한다면, 그것은 전혀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도 한국군의 작전계획은 미군의 극동 아시아 작전계획의 일부인 ‘작계 5027’을 쓰고 있다. 모든 한국군 부대의 전시 작전계획은 ‘작계 5027’을 수행하기 위한 계획들로 구성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전시 한국군 합참의장이나 대통령이 미군 장성을 통제하며,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변할 수 있겠는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전문 지식은 없습니다만 군에서 5년간 공보장교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군에 대한 자세한 것까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군의 공보체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군내에 지인이 몇사람 있습니다. 군사분야에서 좀더 활동해 보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3. 3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