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번째 대형 지하철 참사'가 주는 교훈

이번 대형 참사의 근본 발생원인이 무엇인지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등록 2003.02.19 21:22수정 2003.02.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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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화재 참사는 '세계 두번째의 대형 지하철 참사'로 기록되는 동시에 한국인에겐 엉청난 공포와 안전 불감증에 걸린 한국 사회의 병폐를 다시 한번 여실 없이 보여주는 충격적인 참변이였다.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필자로서는 러시아 여러 방송사에서 보도된, 그것도 흉칙한 지하철의 몰골에 비쳐진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자니 슬픔을 감출 수 없는 일이였다.

"왜 그런 사람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한 순간에 죽었는지 자세히 좀 말해 줄 수 있겠니?"라는 외국인 친구들의 질문 뒤에 필자가 할수 있는 말은 씁쓸한 웃음과 침묵 뿐이였다.

'이게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사회에서 천대받고 세상을 원망해온 한 불쌍한 서민에 의해 자행된 이번 테러 참사에 죄없는 같은 서민들이 안전 불감증에 걸린 국가와 사회를 대신에 희생양이 된 것 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 이기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안전 불감증의 나라', '앞만 보고 달려온 나라', '선진국이라 착각에 빠진 나라' 이것이 지금 한국의 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계속되어온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번 방화범은 실어증, 우울증,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이며, 왜 수많은 시민들이 죽었는지, 무엇이 문제여서 더 많은 사상자가 일어났는지 모든 자초지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또한 다시는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고,어느 기관이 잘못되었고 시정되어야 하는지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허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했고, 이 대형 참사의 근본적인 발생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으며, 반드시 알아야함에도 불구하고 '한 정신병자 같은 놈에 의한 어처구니 없는 가슴 아픈 참사'로만 생각되어지는 것이 더 큰 위험일지도 모른다.

이 문제를 알지 못한다면 어떠한 예방을 하여도 어떠한 준비를 갖춘다하더라도 제2의, 제3의 방화범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돌보고 우리 사회가 보살펴야할 이번 방화범과 같은 사람들을 '선진 대열로 가기 위해 급속한 경제 발전이 낳은 빈부격차와 못사는 사람을 천시하고 돈 제일주의에 빠진 돈 계급주의 실태'의 이름하에 소외시켰던 결과가 이번 '세계 두번째의 대형 지하철 참사'를 낳은 것 이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는 우리나라의 실태가 역시 이번 참사를 낳은 것이기도 하다. 시민의 목숨은 고려하지 않고 안전에 무방비한 상태의 지하철을 어떻게 가장 많이 이용되는 대중교통이라 할 수 있고, 어떻게 시민들이 안심을 하고 이용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이번 참사와 희생된 120명의 가슴 아픈 죽음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또다시 이러한 참사가 발생되지 않도록 방비책을 단단히 세워야 하며, 사회의 어둡고 소외받는 사람에게 분노와 사회에 대한 복수가 아닌 삶의 의지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나라도 국민도 안심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진정한 21세기의 선진 대열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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