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재해예방교육 강화해야

등록 2003.02.20 17:25수정 2003.02.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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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대구 지하철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126명이 사망하고 14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실종자가 320여 명에 이르는 대형 참사였다. 유독가스가 퍼져 나오는 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그런데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어느 초등학생은 특별한 신체 손상을 입지 않은 건강한 모습이어서 여간 대견스럽지가 않다.

이와 같은 급박한 위기의 순간에 어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평상시의 남다른 가정교육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도록 철저하게 교육받은 것이 위기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셈이다. 유독가스를 피하기 위해 손목보호대로 입을 막고 어른들의 옷자락을 잡고 따라 나오는 침착성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사고 순간에는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사고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고발생 직후의 순간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철저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초기대응 시점을 놓치게 되어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참사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각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재해유형별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긴급 대피요령을 숙지시키고 피난장비들을 구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의 무사안일은 또 다른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재해예방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전 국민들에게 만연해 있는 안전사고불감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각종 다중 건물이나 공공장소에 적합한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확대 시행해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정기적인 점검과 함께 초기 진화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맛있는 음식점이나 선정하여 표창하는 영양가 없는 행사를 하는 대신, 안전사고 및 방재교육 자체 실시 여부에 따른 평가 팀을 구성해 우수시설과 유공자를 선정하고,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한다면 훨씬 더 큰 국민들의 호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실질적인 안전점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소방 및 전기점검 결과 합격 판정을 받은 다음날 전기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거나 소화 장비가 작동되지 않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점검은 이중삼중으로 국가 예산만 낭비할 뿐, 아니 하는 것보다 못한 일이다. 형식적인 점검에서 탈피하여 실질적이고 엄격한 점검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를 위협하는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최소한의 장비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체험학습을 확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고발생 직후의 초기대응이다. 현재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고 나름대로의 긴급 대처 요령을 생각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화기가 어디에 비치되어 있는지 모르거나, 심지어는 주변에 있는 소화기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사고가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훌륭한 구조장비가 비치되어 있다 한들, 사고 순간에 사용할 수 없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용지물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평소에 구조장비에 대한 점검을 철저하게 하고, 장비가 비치된 장소와 그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을 생활화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대형 사건들은 증가 일로에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는커녕, 그 대응책마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이번 대구 지하철 사건을 계기로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다중집합 시설이나 공공시설에 대한 안전망을 점검하고 유사 재해발생에 대비한 신속한 구조체제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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