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표결정홍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선 사전표결에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도입에 관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은 51대 49로 찬성이 2표 많았다.
이 대표는 “인터넷이 5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하며 3천여만 명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인터넷은 생활하는 또 다른 공간이 되었다. 익명의 사용은 특별한 현상은 아니며 자연스런 현상이다”며 게시판 실명제를 반대 익명성의 보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이미 인터넷의 익명 사용은 위험수위가 넘었다.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은 아니다”며 “실명제 실시로 쓰고 싶은 글을 떳떳하게 쓸 수 있어야 하며 책임과 권리를 다 해야 한다”고 실명제 주장을 역설했다.
이 차장은 지난 월드컵과 대선, 촛불시위를 예로 들면서 “익명을 썼다고 해서 범죄인양 왜곡되는 것은 안된다”며 “현실정치 참여는 인터넷의 역할이었다. 이는 게시판 문화의 활성화가 기여했으며 참여민주주의 발전을 게시판 문화가 이끌었다”고 익명성 보장에 한마디 보탰다.
최 변호사는 “언론이 제4의 권련이라면 인터넷은 기존의 언론보다 더 막강한 제5의 권력으로 성장했다”며 “인터넷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고 해서 제어장치를 피할 순 없다”고 게시판 실명제 실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떳떳하게 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익명으로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도 필요하다. 제어장치가 필요하지만 반드시 지켜질 수는 없다”며 실명제 실시만이 대안은 될 수 없다고 반론에 나섰다.
민주화에 익명성의 기여는?
이 차장은 “스포츠 토론의 경우 실명제가 실시되고부터 토론이 부쩍 줄었다. 인터넷고유문화의 특성인 익명성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김 교수는 “실명으로 표현하는 내용은 사회적 통념에 따르는 반면 익명의 경우 비윤리적인 내용이 많다며, 어렸을 때부터 옳은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교육적 측면을 강조했다.
얼마 전 강지영(가명·여 18)양은 서울교육청 게시판에 익명으로 학교의 야간자율학습 등 현안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다. 강양은 교감의 신고에 따라 IP(아이피)추적을 당해 수사를 받게 되었으며 퇴학조치를 받는 등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
강양은 “학교 발전을 위해 제안한 것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까지 오게 될 줄 몰랐다”며 비판과 비난을 구분할 줄 모르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강양을 도우려 했던 현직 교사 3명이 교감에 의해 고소당하는 불이익이 잇따랐다.
익명을 사용해도 추적당해 피해 받는데 실명제를 한다면?
최 변호사는 “93년 금융실명제, 95년 부동산실명제 당시 경기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지만 현재는 많이 투명해졌다. 쓰레기 종량제도 처음에 불편했지만 지금은 많이 깔끔해졌다. 실명제 역시 처음에 불편하지만 일정기간 지나면 익숙해 질 것”이라며 실명제 실시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금 이 자리에(실루엣 처리를 하면서) 여고생이 익명으로 발표할 권리가 있듯이 익명성은 보장 되어야한다”고 익명성 보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규제를 좋아하지 않지만 사회는 도덕과 윤리가 있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실명제와 익명제를 흑백논리로 구분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단체의 성격을 지닌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위원회성격의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어 이 차장은 “실명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실명제를 실시한다 해도 이름과 주민번호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며 실명제의 실효성 의문과 함께 정통부의 성급성을 지적했다.
용화여고 진유식 교사는 “학교 게시판은 학생들이 의견표출 할 수 있는 공간인데 그곳을 실명제로 전환한다면 그 게시판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절대로 비판하는 말을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회분위기이다”며 익명성 보장을 강조했다.
배심원으로 참석한 가수 리치(본명 서대용)는 “인터넷이 표현의 자유가 장점인데 네티즌의 성숙된 생각과 의식으로 문화로서 발전시켜야 한다”며 실명제 실시를 반대했다.
또 배심원 강승수 사이버수사대장(서울지방경창청)은 “익명성으로 인한 피해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울산 PC방에서의 전자개표조작설이 발전되어 재검표까지 갔다. 건전한 다수를 소수의 횡포로부터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실명제 실시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강정훈 교사는 “자기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감정적이고 욕망적으로 된다”며 책임지는 인터넷을 위해 실명제 실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어 자주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한다는 최유경씨는 “자유게시판에 다양한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실명요구하면 몇 %가 자기 목소리 낼지 의문이다”며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실명으로는 글이 올라올 수 없게 되어있다”며 실명제 반대에 나섰다.
인터넷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정숙현씨는 “공무원의 재확인 및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해 민원에 대해서는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부분적 실명제 실시를 강조했다.
김병섭(동두천시 시민연대 사무차장)씨는 “동두천시청 홈페이지의 실명제 도입은 비판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며 “게시판은 글을 담아내는 것인데, 시민의견을 차단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 실명제 실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민간위주의 토론사이트를 운영중인 <핫소리넷>의 한 운영자인 박성원씨는 “제천시청의 경우도 실명제로 전환되면서 접속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행정기관에서는 좋은 소리만 듣겠다는 의도로 본다. 한 달여 동안 익명성 토론 사이트를 운영해 오면서 욕설이나 비방은 없었다. 시민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시민들의 자정노력을 믿었다. 또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해 관공서의 게시판들이 실명제로 전환될 경우 대안 토론사이트의 신생에 대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명제 실효성 있나
이 차장은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실명제는 실효성이 없다”며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해 토론문화를 방해한다”고 전면 부정에 나섰다.
최 변호사는 “신문사는 기사 실명제 실시로 오보, 과장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하게 쓰게 되었다. 기사 실명제 실시로 언론의 자유는 위축되지 않았다”며 최근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하여 “특정 사이트에 ‘사망자가 300명은 되어야 한다’는 글이 실명제라면 올라올 수 있었겠는가”라며 실명제 실시를 역설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자유롭게 말하되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자유민주사회에서 근본적 원칙으로 지켜져야 한다. 소수의 인권도 끝까지 보호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한다”며 독립적인 자율규제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실명제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이 대표는 “실제로 이름과 주민번호 생성이 가능하며 이를 획득할 만한 곳도 많다”며 기술적인 가능성에 의문을 제시했다.
국가의 사적인 통제에 대한 의견은
이 차장은 “몸에 칩을 달아 감시하는 ‘전자사회 통제’가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걸 왜 정통부가 해야 하며 시기상조 아닌가. 시민사회의 대화가 없기 전에 ‘전자사회 통제’로 가는 서막이다”고 실명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보이며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토론 없이 정통부가 나서는 것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정부의 행위에 대해 규제행정의 개념으로 보지 말고, 권장행정으로 봐야 한다. 익명으로 얘기하면서 실명으로는 얘기 못하나?”며 반론에 나섰다.
이 대표는 “아직 사회적 문화가 성숙되지 못해서 그렇다. 소수자는 그런 말을 하기 힘들다.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강제화 하는 것은 사회를 강요하는 것이다”며 실명제 실시를 반대했다.
또한 패널의 의견으로 “소수의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 가명과 실명의 차이가 아니라 이 사회가 토론문화에 익숙해져 비판과 비난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토론문화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