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반장 일시유고시 가족이 대행?

권위주의시대 산물 통반장조례, 주민자치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등록 2003.02.27 11:48수정 2003.02.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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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환경연합 사무실에 아줌마부대가 모였다. 매월 1회 여성위원회를 하는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올해 중점사업으로 "재활용축제의 날"이라는 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논의가 계속되면서 한 여성위원은 2년전부터 계속해온 비닐봉투 문제를 계속 다루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고, 또 우리 주변 골목길이 너무 더럽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구에서는 골목길 청소하라고 쓰레기봉투와 빗자루를 지원하지만 지원하는 것에 비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생각은 지구를 실천은 지역에서

우리 환경연합은 99년 창립준비모임 이후 가로공원 고압선철거운동, 안양천중기주차장폐쇄운동 등 우리 주변 환경문제를 주로 다루어왔다. 특히 여성위원회는 쓰레기 재활용운동을 주도하여 왔다. 99년부터 일상생활 용품 재활용 운동인 녹색가게를 하여 왔다. 집에서 쓰지는 않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생활용품을 모아 500원~5000원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하여 환경운동기금으로 조성하고 생활용품을 재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환경운동이다.

2000년에는 플라스틱 재활용문제에 대한 조사를 하였다. 매립하면 공기와 땅 사이를 차단하여 땅이 썩게 하고 태우면 매연이나 다이옥신이 배출되는 플라스틱은 이래저래 문제이다. 특히 종이나 캔 종류는 약 40%대 정도로 재활용되지만 비닐봉투를 포함한 플라스틱류의 재활용률은 20%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 여성위원회는 쓰레기문제를 주로 다루어왔고 그 해결방안으로 주민자치조직을 구성이나 공동체 구성에 힘을 쏟아왔다. '생각은 지구를 실천은 지역에서' 라는 환경실천지침이 있는데 이는 환경사안이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하면서 그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지역에서부터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제대로 환경운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 지역조직을 구성하여 실천할 수 있는 공동체나 자치조직은 환경문제를 풀어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통반장은 지방자치의 기초

이면도로와 골목길에 쓰레기가 널려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버리는 사람이 있는 한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가해자이고 모두가 피해자라고나 할까? 이 날 논의는 길거리 쓰레기를 어떻게 할까에 모아졌다. 우리는 군부대와 공동으로 환경월드컵을 위해 신월동 가로공원에서 강서구청4거리까지 거리청소를 실시한 적도 있다.

시민이 모여 청소하는게 방법일까? 학생들에게 거리청소 자원봉사를 하게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는지. 어쨌든 나서는 사람, 골목길 청소를 하는 사람 그 주체가 있어야 골목길을 깨끗이 할 수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하였다. 그렇다면 통반장이 앞장서고 통반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서로 힘을 모아 거리를 깨끗이 한다면 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조직의 활성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통반장설치에 관한 조례를 찾아보았다. 통반장 조례는 '행정시책을 주민에게 원활하게 전달하고 동행정 및 주민자조의 지역방위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동의 하부조직인 통·반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그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구성에 관해서는 '동장의 추천에 의하여 구청장이 위촉한다'고 되어있고, 임무로는 통·반장은 동장의 감독을 받아 아래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면서 그 첫째로 '반장 또는 반원의 지도'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통장 또는 반장의 일시 유고시에는 통·반장의 가족 중에서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반장 일시유고시 가족이 대행?

통반장설치에 관한 조례는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주민자조의 지역방위는 남북대치라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고 동장이 추천하여 구청장이 위촉하는 것과 통반장이 주민을 지도한다는 것은 독재정권의 발상을 보여 주고 있다.

더구나 한심스러운 것은 통장 또는 반장의 일시 유고시에는 통·반장의 가족 중에서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규정인데, 이 규정은 권위주의시대를 넘어 우리가 이조봉건시대에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통반장 설치에 관한 조례는 지방자치법에 근거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법의 목적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기본적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도모하며 지방의 균형적 발전과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기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통반장조례는 목적, 구성 그리고 임무가 지방자치시대에 맞지 않고 조례에 나타나는 언어 또한 현재의 시대적상황을 반영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많다. 지방자치법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기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듯이 통반장조례는 지방자치법의 정신에 맞게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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