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24

등록 2003.02.27 17:30수정 2003.02.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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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일행이 절벽을 타고 다다른 곳은 마치 새가 알을 품고 있듯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지형이었다.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연못은 물론 실개천도 수없이 흐르고 있어 식수조달에도 아무 염려가 없는 곳이었다. 주몽 일행은 지도를 펴놓고 이리저리 궁리를 했다.

"지금 우리일행이 불과 20여명 정도인데 이러한 땅이라면 수 천명이 살아도 별탈이 없겠소. 주위에 인접한 세력은 이 지도로는 파악이 되고 있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이 비류국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있는 지형을 보건대 당장 주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소. 집을 만들고 가지고 온 종자로 파종을 하여 수확을 거두며 주위를 차츰 정탐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오."

묵거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와 풀을 베고 초막을 엮었다. 저녁 무렵 주몽일행은 그간 아껴두었던 술까지 모두 내놓고 고기를 뜯으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형님, 새로 나라를 세운다고 했는데 이름부터 짓는 것이 어떻수?"

협부의 제의에 오이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두고 잠시 고민하다가 주몽을 쳐다보았다.

"아직 나라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부여의 다른 지역에서 왔지만 이제 하나가 되었으니 새로운 부족을 이루었다고 해야겠죠,"


주몽의 말에도 불구하고 협부는 어린아이처럼 떼를 썼다,

"그래도 이름이 있어야 할 거 아니오! 내가 생각해 온 게 있는데 부여에 있는 높은 산의 이름을 따 '계로국'이라고 하면 어떻수?"


"주몽공자의 말대로 나라라고 하긴 뭣하니 하나의 부족이란 의미에서 '계로부'라고 하는 것이 좋겠구나."

오이의 말에 협부는 만족한 듯 '계로부'란 말을 연실 입에서 중얼거렸다.

"자! 그럼 계로부의 협부가 여러분들에게 잔을 올리겠소!"

동부여 잠입

초막을 엮고 농사를 지으며 수렵활동을 하는 계로부의 사내들에게 있어 부족한 것이 있다면 두고 온 가족들이었다. 북부여에서 온 재사, 묵거, 무골 등이야 젊은 나이에 원래부터 작정을 하고 왔기에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오이, 마리, 협부와 그를 쫓아온 사람들은 모두들 두고 온 식솔들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였다. 행여나 반역자의 가족이라고 노비로 팔려가거나 처형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는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을 주몽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자신도 어머니인 유화부인과 첫날밤을 보내고 헤어진 예주 생각에 가끔씩 먼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그래서 결정한 일입니다만 이렇게 터를 잡은 이상 제가 동부여로 혼자 가서 여러분들의 식솔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주몽의 결정에 좌중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분명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주몽이라면 대소왕자가 눈에 불을 켜고 잡으려 들것이 뻔한 일이었다. 당장 재사가 반대의견을 제기했다.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공자께서 혼자 떠났다가 무슨 일이라도 어찌하시겠습니까? 게다가 동부여의 상황도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는데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몽은 그 말에도 일면 동조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하인하나가 가족들에게 돌아가겠다고 이곳을 떠난 이후로 날로 흉흉해지는 분위기를 바로 잡을 필요성도 느끼고 있어 되던 안되던 시도라도 할 작정이었다.

"정 그러시다면 제가 따라 가겠소이다."

묵거가 앞으로 나서자 재사도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한낱 서생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협부와 무골이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나도 가겠소!"

묵거가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제게 다 생각이 있사옵니다. 사람이 많아져서 좋을 것은 없고 여기에서도 할 일은 많으니 둘 중 한 분만 가면 되겠습니다."

무골이 당연하다는 듯 가슴을 쫙 펴며 주몽의 손을 잡았다.

"그야 당연히 저지요! 어디 저런 투덜거리기나 하는 사람과 같이 다니면 마음이 놓이겠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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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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