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기자님. 평소 님의 기사를 애독하는 독자입니다. 하지만 님의 최근 기사를 읽어보면 미국에 대한 설득은 별로 없고 오로지 북한에 대한 설득과 평화안에 대한 독려만이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특별히 <뉴욕타임스> 분석기사 중 끝부분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결과를 낙관하기도 힘들다. 자칫 남한도 동북아에서 고립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부분은 매우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이렇게 반론을 제기함을 밝힙니다.
1.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이 없습니다. 상호간의 경제 의존관계가 90년대초와 달리 매우 커졌기 때문입니다.
2002년 8월 21일 중국은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에 맞서 핫코일 제품류에 20% 내외의 보복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파워’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게다가 WTO 체제가 발동된 상태여서 미국이 경제보복을 하기도, 94년 처럼 최혜국 대우 연장이라는 이익을 안겨주기도 쉽지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원유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러시아와의 에너지협력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러시아가 석유를 앞세워 국제사회에 다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5위권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총파업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러시아가 증산에 나설 것을 요청한 상태여서, 러시아의 오일파워가 매우 커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003년 1월 8일부터 4박5일간 러시아를 방문,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50억달러 규모의 송유관 건설을 논의했고, 중국은 2002년 12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유전지역을 연결하는 2400km의 송유관을 건설키로 한 점은 특별히 주목해야 되겠습니다.
이에 앞서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미국은 지난해 11월 미.러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으며, 미국의 민간 석유회사들도 지난해 7월부터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직접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미 상무장관과 대형 석유업체로 구성된 석유사절단은 올해 상반기중 러시아를 방문,양국간 에너지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 중국도 남한과 일본처럼 북한의 보복공격 사정거리권에 있습니다. 북폭 또는 경제제재, 해상봉쇄시 중국이 묵인 또는 찬성하면 북한은 남한의 수도권과 일본의 대도시, 중국의 북경과 상해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편의상 남한이라 하겠습니다.)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시가총액은 2월말 현재 남한의 시가총액 2000억달러(원화240조원) 중 35%선인 700억달러(원화84조원) 정도됩니다.
또한 일본 도쿄증시의 시가총액이 2조달러, 중국 상해증시의 시가총액이 4천억달러입니다. 이 중 30~50%가 외국인들의 시가총액으로 추정됩니다. 보수적으로 30%만 미국계 자본이라고 해도 8천억달러가 됩니다.
물론 주식 이외에 채권/부동산(주식보다 훨씬 투자비중이 큼) 등에 투자했거나, 공장을 세우는 등의 투자분까지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남한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국에 대한 투자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2조달러는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의 MD 추진비용이 향후 10년 동안 2000~3000억달러 정도로 예측된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서 북한이 남한과 일본, 중국에 보복공격을 하게 되면 부시 대통령이 추구하는 MD도 구축하기 어려울 뿐더러, 군산복합체에도 이익이 안되며, 미국 월가 금융자본에도 매우 크나큰 타격을 입히게 됩니다.
3. 중국/러시아, 일본은 동북아 경제협력 공동체의 첫걸음을 내딛은 상태입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자국의 경제에 크나큰 보탬이 됨을 알고 있으므로 미국 부시 행정부의 북폭주장에 동조하지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사할린에서 나는 천연가스를 수요가 매우 많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팔아 자국의 경제를 부흥시키고 미개발지인 극동지역 개발을 통해 부국강병하려 합니다.
게다가 앞서도 지적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경제협력을 도모키로하는 등 경제적 이해관계도 부합해 가고 있으며, 과거 사상적 우방으로서의 우애도 다져나가는 모습이어서, 중국+러시아의 국력은 미국의 국력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음을 주목해야 되겠습니다.
세계가 신냉전 체제로 회귀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외교노선에 중국+러시아가 제동을 걸 수 있을 정도로 90년대와는 달리 시대가 변한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가 미국의 이라크전에 제동을 걸고 있는 모습처럼, 미국의 북폭 주장에 러시아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제쳐두고 동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동북아 중심국가로서의 도약을 원하는 남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가기 때문에 남한이 고립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정호 기자는 현 전업투자가 전 KBS 1TV / 2TV 뉴스 증권시황 해설, 전 노사모 서대문구 대표일꾼. 2001년 9월초 '대북지원은 코카콜라식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라는 글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공식홈페이지의 베스트뷰로 선정. 2002년 11월초 'KEDO의 대북 중유지원은 올겨울 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북한 내 군부강경파의 득세로 미국과의 대결 시도 위험성이 있다'라는 의견이 KBS 심야토론의 시청자 의견으로 채택됨...<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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