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평검사, 개혁의지 상호확인

정치검찰 유한하고 소신검찰 영원하라

등록 2003.03.09 19:24수정 2003.03.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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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초유의 토론. 대통령과 평검사들이 한자리에서 대화를 가졌다. 대화 자체는 파격이랄 수 없고, 공개방송이라는 형식이 파격일 것이다. 대화 중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다행히 볼썽사납지 않게 마무리된 듯 싶다. 결과적으로 공개방송을 택한 노 대통령의 파격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검사들의 직언도 쏟아졌지만 마이크 점유율(?)이 높은 이점을 살려 검찰 인사개혁의 당위성을 온 국민에 설명하는 효과적인 자리가 됐다고 본다.

집단반발하고 나선 평검사들은 대통령의 가시적인 양보안을 받아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겠지만 직접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적지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통령이 공개방송을 통해 검찰의 제도적 개혁에 대해 준엄한 약속을 한 것도 성과일 수 있다.

다만 대화 중에 검찰 수뇌부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이 그대로 표출됐고 향후 대폭적인 인사태풍을 예고했다. 대폭적인 검찰 간부인사가 다수 평검사들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또다른 여진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오늘 공개방송이 끝나면서 나의 뇌리 속에 떠오른 것은 내일 아침 신문의 기사제목이었다. '집단반발에 모욕감 느꼈다', '대통령인사권 포기할 수 없다', '달인 대통령에 아마추어 검사 완패', '평검사, 대국민용 방송에 들러리' 이런 식의 뒤집고 헤집기식의 제목이 조·중·동 신문에 난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물론 노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 수단으로 평검사와 대화를 전국 생방송으로 방영했을 수 있다.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개혁에 대한 수구·기득권층의 반발에 맞서 나가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대론자와 공개적인 만남은 반전의 계기가 되는 최상의 성공기회가 될 수도 있고, 돌이킬 수없는 최악의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여소야대의 취약한 정권기반을 가진 노 대통령은 50;50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고 특유의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화를 어느 쪽의 승리와 패배로 규정지으려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과연 얼마나 진실한 대화가 오갔고, 현안에 대해 오해가 생긴 부분이 어떤 것이었나를 짚어보는 것이 올바른 언론의 시각일 것이다.


또한 이번 대화에서 드러난 평검사들의 애끓는 고충에 대해 이해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집무 중에 산통을 느껴 곧장 병원에서 출산을 하고 아내의 감기가 폐렴이 되도록 일에 파묻혀 지내는 대한민국 검사의 애환을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소수 정치검사들의 해악으로 가장 불신받는 집단으로 매도됐던 검사들에 대해 국민들의 애정어린 눈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검찰조직은 개혁의 대상이지만, 사명감에 불타고 있는 많은 검사들이 조직개혁의 동반자로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오늘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느낀 결론이라면 너무 감상적인 생각일까?


대통령은 하루빨리 검찰의 제도적 개혁에 대한 일정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검사들은 개혁에 대한 내부동력을 가속화해 새롭게 구성될 검찰 수뇌부와 검찰독립의 백년대계를 세우는데 전력해야 한다. 또한 정치적 사건수사에 따르는 갖가지 청탁에 대해 과감한 내부고발 시스템을 만들어 대항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 대화 중에도 나온 말이지만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영원하다'. 정권과 개혁을 바라는 검찰조직간의 신뢰가 전제된다면 '정치검찰은 유한하고 소신검찰은 영원한' 시대를 빨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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