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최 족구시합은 뭔가 다르다

청주지검 충주지청 사법경찰관 족구대회 개최 '구설'

등록 2003.03.13 14:10수정 2003.03.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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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지청은 관내16개 송치관서 21팀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8일 오후5시까지 족구대회를 열었다.
충주지청은 관내16개 송치관서 21팀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8일 오후5시까지 족구대회를 열었다.육성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과 검사들의 대화가 이뤄지는 등 검찰개혁을 둘러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에 청주지검 충주지청이 대대적인 사법경찰관 족구대회를 열었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헌)은 지난 8일 충주 실내체육관에서 지청·지원을 비롯한 관내 시·군청, 경찰·소방서, 노동사무소, 국도유지사무소 등 16개 관서 21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충주 지청장배 족구대회'를 개최했다.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응원을 위해 참가기관 공무원 등 600여명이 참석하는 바람에 일부 민원부서에서는 업무차질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회식에는 충주여상 고적대가 연주를 맡고 모중학 음악교사가 축가를 부르기도 했다. 또한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서향순씨가 출연해 축하 플래카드가 담긴 종이박을 활로 명중시키는 이벤트도 벌였다.

행사장에는 충주시장, 음성부군수, 교육장, 경찰서장, 소방서장을 비롯한 수십명의 충주·음성지역 기관장들이 대부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충주지청 범죄예방위원회 민간위원들과 일부 상공인들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주말 행사장에 기관장 총출동

이번 행사는 충주지청 관내 사법경찰관들의 화합과 사기진작, 기관 상호간 유대증진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행사 시점, 주체,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청와대의 파격인사 방침에 대해 검찰 전체가 술렁이고 평검사들이 대통령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충주지청이 주도해 사법경찰관 '축제'를 연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수백명의 공무원들이 시내 한복판 실내체육관에서 축제를 연 것은 성급했다. 더구나 업무시간인 토요일 오전부터 행사를 벌인 것도 시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반박했다.

또한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행사를 주관하면서 대회 경비의 상당 부분을 민간 범죄예방위원과 참가 기관장들의 찬조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명칭은 '지청장배 족구대회'였지만 실제로 지청예산이 투입된 것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지청 관계자는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행사예산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참가기관에 일체의 비용부담도 지우지 않고 최소경비로 행사를 진행했다. 대회장에 찾아온 일부 기관장과 지역인사들이 찬조금을 내기도 해 경비로 충당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족했다. 지청예산에서도 일부 지출했으나 내역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한 충주지청 범죄예방위원회 실무자는 "범방위에서 공식적으로 행사 찬조금을 낸 것은 없다. 지청에서 기획해 추진한 것이고 우린 초청장을 받고 참석만 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찬조 여부는 알 수 없다. 1년간 회비납부 받아봐야 3천만원밖에 안된다. 상근 여직원 봉급주고 청소년 한마음 잔치같은 주관행사를 치르다보면 예산이 늘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중 오찬모임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규헌 지청장은 검사·직원을 비롯한 참가기관 관계자 20여 명과 실내체육관안에 마련된 오찬장에서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폭탄주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오찬장에 참석했던 모인사는 "참석자 전원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마시다보니 나도 서너 잔 받아 마셨다. 폭탄주가 부담스런 몇몇 사람은 도중에 슬그머니 일어나기도 했다. 반주를 할 만한 분위기는 됐지만, 대낮에 폭탄주를 받다보니 나도 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찬조출연한 충주여상 고적대도 수일 전에 참석 협조요청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적대는 3학년 학생들이 졸업한 상태라서 평소 70명인 단원을 40명으로 급조해 수업시간을 포기하고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사에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주민들은 "행사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해도 주민정서를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학생 고적대까지 동원해가며 시끌벅적하게 공직자들의 행사를 치렀어야 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주지청 관계자는 "지청장께서 지난 연말부터 관내 송치부서를 일일이 격려 방문하는 자리에서 친목대회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으셨다. 그래서 올초부터 계획을 잡고 추진해 왔기 때문에 검찰인사 문제로 일정조정을 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다른 지역 지청에서도 이러한 업무 협조기관간의 체육대회를 여는 경우는 많다. 업무시간이 지난 주말이다보니 점심식사 반주로 폭탄주를 돌리기는 했지만 한두 잔으로 끝낸 정도다. 행사 예산은 최소경비로 빠듯하게 치렀고 일부 결제할 게 남아 있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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