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대표는 해태제과 소액주주들과 함께 3월말까지 해태제과(남영동) 본사 앞에서 장외집회를 실시하고 있다김은경
지난 2001년 7월부터 해태제과 해외매각의 부당성을 고발하며, 끈질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해태제과 소액주주운동본부(www.htjuju.com/대표 염경우)가 최근 희망적인 소식 하나를 접했다.
운동본부가 지난해 1월 해태제과식품 경영진들을 상대로 낸 뇌물수뢰죄 고소건이 연이은 항고 끝에 헌법재판소까지 올라갔고, '단번에' 기각 당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단 한번의 승소도 없었지만 운동본부가 희망을 걸고 있는 이유는 법률적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사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운동본부는 해태제과 매각과 관련, 명목상의 매매대금 4150억원 중 종업원퇴직금 인수금액 610억원, 국내외 은행의 협조융자 260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940억원이라는 단돈에 민족기업이 팔린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 해태제과의 매각 주간사인 ABN암로의 실사 결과 이 회사의 청산가치는 4천억원, 자산가치와 브랜드가치를 합한 계속기업가치는 1조2천억원으로 나왔다는 점 등을 들며 헐값매각 사실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동본부 서울 이문동 사무실에서 염경우 대표를 만났다.
- 헌법재판소에서 심의 중인 이번 사건의 내용은?
"과거 해태제과가 외국투자자본회사에 팔리는 과정에서 새 법인에 포진될 임원진들이 승진 및 스톡옵션을 받은 사실을 포착하고, 이것이 회사정리법상에서 무허가 행위를 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해태제과식품의 주요 임원진 8명은 해태제과식품이 상장될 경우 엄청난 주식 배당을 받게 될텐데, 운동본부는 이들 몫으로 돼 있는 스톡옵션이 해태제과 헐값매각의 일등공신들에게 내려진 부당한 대가라고 주장한다. 명백한 뇌물수뢰죄라고 보는 것이다."
- 승산은 있다고 보나?
"운동본부는 해태제과 매각의 부당성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그동안 집회, 거리행사, 인터넷 피해접수 등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진행중인 소송 건은 그 중 일부인데, 정의는 꼭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작년 1월에 첫 소송을 시작했지만, 5월에 서울지검으로부터 기각 당했고, 다시 고검에 항고했다. 하지만 7월에 또 기각 당했다. 포기하지 않고 8월에 대검에 항고했다. 결과는 또 기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올 1월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2월에 재판부에 회부됐다고 연락이 왔다.
현재 3명의 재판관이 이 건을 심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건의 법률적 판단에 도움이 될만한 사례가 등장했다."
-뇌물성 스톡옵션과 관련된 사건을 말하나?
"그렇다. 우리는 작년 11월 계몽사와 관련해서 일어난 일을 주목하고 있다. 계몽사 홍승표 회장으로부터 회사 인수시 편의제공 등의 명목으로 40억원을 받기로 했던 계몽사 전법정관리인이 구속된 것이다.
계몽사 주식 300만주를 주당 액면가로 인수한 뒤 나중에 홍 회장이 높은 가격에 재매입해주는 방식으로 40억원의 차익을 넘겨받기로 약정한 혐의 때문이다. 해태제과식품이 상장될 경우 이미 스톡옵션을 받은 경영진들은 계몽사의 전법정관리인과 같은 부당 이득을 취하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주주운동의 운영이 쉽지 않을텐데….
"어려운 일이다. 사명의식 없이는 6개월을 운영하기도 힘든 일이다. 현재 우리 운동 홈페이지에 등록된 회원은 약 1500명 가량 되고 이 중 200여명이 운동본부 집행부에 주식을 위임했다. 회원들의 후원금과 개인 자비를 보태 이 운동을 해나가고 있다.
양심 있는 법률전문가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우리의 목표는 해태제과 매각의 부당성을 분명히 밝히고, 짓밟힌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찾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주간지 '일요시사' 경제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ju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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