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확대하자

등록 2003.03.16 06:29수정 2003.03.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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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참여 정부의 첫 내각 인사의 뚜껑이 열리자 '5단계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무색하게 연일 허점들이 여기 저기서 터져나와 출발부터 새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진대제(陳大濟) 정통부 장관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 김두관(金斗官)행자부 장관의 군수 시절 신문사 대표 겸직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새 정부 인사 시스템이 임명권자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왔느냐 하는 데 대해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법조계와 정치권의 '총리서리제도'의 위헌 시비에도 불구하고 총리 서리 임명을 감행해 왔다. 그 결과 첫 번째 총리 지명자인 장상(張裳) 전 이화 여대 총장은 도덕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로부터 총리로서 인준을 받는데 실패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깜짝쇼를 연출, 50세의 젊은 장대환(張大煥) 매일경제사장을 두번째 총리서리로 지명했다. 그러나 장대환 총리 지명자 역시 이런 저런 각종 의혹과 여야의 힘겨루기로 인해 국회 청문회 인준에 실패함으로써 임기 말의 김대중 정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은 김대중 정부 역시 지난 김영삼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능력보다는 논공행상과 학연, 지연에 치우친 정실 인사, 가신들 만을 믿고 철저히 독선과 아집에 의한 파행적 인사를 해 온 자업자득의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고위공직자 600 여 명을 정부 출범 전부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이상 인사 청문회를 철저히 거치게 한 다음 임명하고 있다. 이렇게 '지옥문'이라고 일컫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인사들은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 속에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청문회의 목적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도덕적으로 덕망있고 국정 수행의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인사를 임명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런데 지난 김대중 정부의 총리 인준 국회 인사청문회와 이번 참여 정부의 총리 지명자에 대한 첫 인사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말장난이나 일삼는 지금과 같은 행태(行態)의 청문회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 회의의 목소리도 높다.


물론 청문회의 일천(日淺)한 역사성을 십이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민주당은 무조건 감싸주기식 솜방망이 질의로 일관했고 한나라당은 객관적인 근거없이 의혹만 제기했을 뿐 무엇 하나 명쾌하게 검증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결과적으로 청문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겉치레식 준비와 무능을 탓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인사 청문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지금처럼 국무총리를 비롯한 극히 제한적인 몇몇 고위 공직자가 아닌 장.차관 이상 모든 공직자에 대해 임명 전에 인사청문회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


인사청문회 확대가 헌법 개정 사항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21세기 국내외적으로 복잡다단한 환경 속에서 국정 운영의 수월성 제고를 위해 도덕적으로 청렴하고 능력있는 인사의 등용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둘째,청문회 소속 의원들의 철두철미한 준비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리당략을 배제하고 한 건 위주의 의혹만 제기하는 저질. 폭로성 발언 등을 제도적으로 금해야 한다.

셋째, 인사청문회는 행정 수반인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의회의 견제 권한이다. 다시 말해서,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정책 대결이 아닌 까닭에 국회의원들은 당론에 의한 투표를 지양하고 '자유 투표제'를 확립해야 한다.

넷째, 임명권자의 학연, 지연에 의한 정실 인사를 배제하고 능력 위주의 민주적 인사 제도의 확립이 제도화 되어야 한다. 임명권자의 독선과 아집으로 인한 인사가 많은 문제점을 배태(胚胎) 시켜왔음을 국민들은 지난 정권에서 지겹도록 목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IMF를 슬기롭게 극복했다지만 여전히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고 주식 시장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어 제 2의 IMF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같은 상황이라면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장관 개개인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사람 정도면 부정부패에 초연할 수 있고 도덕적으로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자 아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들이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떠난 정치권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면 정말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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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저는 중앙 주요 일간지 및 지방지에 많은 칼럼을 써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신문들의 오만함과 횡포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인터넷 신문이란 매체를 통해 보다 폭넓게 이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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