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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먹고 지나간 사람이 다시 찾는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환승 통로에 위치한 영등포구청역 구내식당. "하루평균 80명쯤 오는데 열 명 중 여덟이 단골이다. 다른 역에서 오는 사람까지 합쳐 직원은 이삼십 명 정도"라고 주인아주머니(52)는 말했다.
일반인 3천원, 직원은 2500원에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백반은 찬이 매일 바뀐다. 주말 오후 늦은 점심, 셀프서비스로 계란찜, 숙주나물무침과 초고추장을 곁들인 생 돗나물, 구운 김, 겉저리 김치를 접시에 담는다. 주방에서 갓 지은 밥과 시금치 된장국, 고등어조림을 내어준다. 식사를 마치면 미니 자판기가 공짜 커피를 제공한다.
12평 남짓한 공간에 4인용 탁자 9개가 놓여 있다. 출입문 옆으로 에어컨과 정수기, 자판기가 자리잡고 있다. 주방은 입구 맞은편 쪽. 찬을 담고 밥을 받자면 뻔히 들여다보이는 주방 풍경은 정돈되어 있다. 25마리쯤 되는 오징어 한 짝을 옆에 두고 월요일 식탁에 오를 조림용 감자 반 박스(2관 반)를 손질하는 아주머니 손길엔 짬이 없다.
오전 11시 반에서 12시 반까지가 가장 바쁜 시간. 식당 경력 20년차 주인 아주머니가 이곳을 맡은 건 1999년 10월부터다. 그 전엔 6년쯤 고시생들의 밥상을 차려줬다. 돈암동 집에서 새벽 5시 반에 출발, 1시간 후면 식당에 도착한다. 1시간쯤 준비해서 아침 7시 반에 문을 연다. 아침 식사 손님은 많지 않다.
구내식당 운영은 해마다 연말에 역무실과 계약을 하고 이루어지는데 지난해에 2년 계약을 했다. 관리비는 전기세와 수도세 합쳐 여름엔 20만원, 평균 17-18만원이 든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일이 많으면 오후 7시)까지 시간제 도우미 아줌마 하루 일당은 2만원(2만 4천원). 쌀과 고춧가루 빼고 모든 재료는 장봐주는 아저씨가 따로 있고 매일 온다. 많을 때는 10만원, 보통 7-8만원씩 지불한다. 1주일에 80kg 한 가마가 들어가는 쌀은 시골 시댁에서 직접 가져온다.
몸이 아플 때 고단한 것 말고 어려운 점은 딱히 없다.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온다는 아무개 할아버지(70)처럼 "노인들 맛있게 먹고 간다. 아주 좋다"는 소리 해줄 때 고맙고 찾아주는 단골이 반갑다. 아주머니는 "내가 왜 이걸 하나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언제까지 하겠다고 따로 계획한 바도 없다. 남길 생각으로 하는 장사가 아니고 노느니 심심해서 하는 일"이라며 "호기심인지, 가끔 잘 차려입은 사람이 들어와서 반찬들 싹 훑어보고는 그냥 나갈 때는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저녁 8시까지 '영업중' 알림판이 걸리고 일요일만 휴무. ☎ 02-2632-9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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