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78

남곡과 북곡 (3)

등록 2003.03.18 13:56수정 2003.03.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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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왜문에서는 전사(戰死)하는 제자들이 늘어가자 선무곡의 장정들을 강제로 징집하여 무공을 가르친 후 무림천자성과의 대결 때 선발로 내세웠다. 이로 인하여 선무곡의 많은 제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왜문에서는 선무곡의 여인들 가운데 젊은 여인들을 골라 강제로 징집해갔다. 그리고는 그녀들로 하여금 무림천자성과 대결을 벌이는 왜문 제자들의 노리개가 되게 하였다.


하여 수많은 선무곡 여인들의 청백이 깨졌으며, 수 없는 윤간에 목숨을 잃기까지 하였다.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짓을 자행한 것이다. 그러다가 무림천자성의 대대적인 공격에 왜문은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말았다.

제아무리 힘을 키웠다지만 성난 무림천자성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사실 왜문이 익혔던 무공의 원류가 바로 무림천자성의 것이었다. 무공을 가르친 무공교두를 실력으로 때려눕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아무튼 전투에서 패한 이후 잠시 은인자중 하던 왜문은 간사스럽게도 무림천자성의 철저한 개가 되었다. 무림천자성 사람이라면 발바닥이라도 핥아줄 정도로 알랑방귀를 끼었던 것이다.

이러한 왜문의 특성을 몇 글자로 줄이라고 한다면 강자에겐 비굴하고, 약자에겐 잔인하다는 것이다.

무림천자성에게 패한 이후 선무곡은 왜문의 지배에서는 벗어났지만 심한 몸살을 앓아야 하였다. 남곡(南谷)과 북곡(北谷)으로 나뉘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무림천자성이 천하를 장악했다고는 하나 아직 일월마교와 화존궁의 힘이 막강하던 때였다. 중원 백만 마도가 둘의 입김에 좌우될 때였던 것이다.

그리고 무림천자성이 공격한다면 즉각 화존궁과 일월마교는 물론 전 마도가 연합을 할 시기였다. 따라서 대 충돌을 일으킬 경우 누가 승리를 쟁취할지 감을 잡기 힘든 때여서 냉랭한 기류만 흐를 뿐 서로 손을 나누려 하지 않을 때였다.


만일 충돌한다면 보나마나 양패구상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때 다른 문파의 공격을 받으면 자칫 멸문지화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쉽게 나설 수 없던 그런 시기였던 것이다.

이러한 판에 선무곡의 분열은 그들에게 있어 절호의 기회였다. 남곡은 무림천자성의 간섭을 받았고, 북곡은 마도무림의 거두인 일월마교(日月魔敎)와 화존궁(華尊宮)의 간섭을 받게 되었다.

선무곡을 반으로 나눈 뒤 남과 북을 정과 마가 조종하면서 간접적으로 대립하는 형세가 된 것이다. 이후 북곡은 문파명을 주석교(主席敎)로 개칭하였다. 그렇기에 남곡이 여전히 선무곡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북곡이 남곡을 대대적으로 침공하는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 일월마교와 화존궁으로부터 사주를 받은 것이다. 이때는 강호 전역(全域)에 적지 않은 파란이 일던 시기였다.

지금은 확실하게 정파 무림에 속하지만 당시로는 어정쩡했던 문파들이 다른 문파들을 무차별적으로 침공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화산파가 무당파와 소림사를 공격하였고, 곤륜파 역시 점창파와 아미파를 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전 무림이 그야말로 격랑 속에 잠겨 있던 그런 시기였다.

한편 북곡의 침공에 남곡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붕당 때문에 망했던 과거가 있다는 것도 잊고 또 다시 붕당을 만들어 니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었으니 제대로 대비할 능력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무림천자성이 나섰다. 비록 보잘것없는 문파지만 마도가 삼키려는 선무곡을 구해낸다면 전 강호에 무림정의를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무림천자성은 남곡이 거의 점령당할 즈음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하였다. 덕분에 남곡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잃었던 영토까지 거의 모두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무림천자성의 대공세에 북곡이 밀리기 시작하자 일월마교에는 군비를 보냈고, 화존궁에서는 엄청난 수효의 제자들을 보냈다.

제아무리 무림천자성이라고는 하지만 한 주먹이 백 주먹, 아니 천 주먹을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죽여도 죽여도 줄지 않는 상대에 질린 무림천자성은 할 수 없이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어느 날, 일월마교와 화존궁, 그리고 무림천자성은 더 이상 쓸모 없는 희생을 줄이자면서 휴전을 선포하였다.

선무곡 제자들만 죽는 것이 아니라 자파 제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기 때문이다. 만일 선무곡 제자들만 계속하여 죽어갔다면 전쟁은 끝없이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때 무림천자성의 병장기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실전에서 시험한 결과였다. 그리고 왜문 또한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단지 선무곡 부근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이득을 본 것이다.

전쟁을 벌이고 있는 무림천자성을 상대로 군수품 장사를 하여 많은 이문을 남긴 것이다. 결국 선무곡은 완전히 둘로 나뉘게 되었다.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남곡과 북곡은 서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한 혈족이지만 골이 너무 깊어진 결과이다.

아무튼 선무곡의 밥줄이라 할 수 있는 인삼밭이 온통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인삼은 육 년을 길러 쪄낸 홍삼이 가장 약효가 좋다고 한다. 그런데 망가진 인삼밭이 하필이면 이제 막 육 년이 되는 곳이었다.

보나마나 왜문에서 그랬을 것이다. 무림천자성에 패한 이후 한 동안 잠잠하더니 또 다시 도발하려 준동하는 중이었다.

"으으으! 이놈들을 그냥…"
"으휴…! 선조들의 무공만 있었어도…"

"젠장! 젠장!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고만 살아야 하나…"
"더 이상 이러고 살 수는 없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선무곡 사람들은 망가진 인삼밭을 보면서 대책을 숙의했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었다. 왜문과 전쟁을 일으키자니 힘이 너무 약했다. 더 이상 왜문에게는 인삼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싶지만 그것도 안 되었다.

왜문에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왜문이 망가트린 인삼 밭 때문에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자 왜문으로부터 고리채를 얻어다 쓴 결과였다.


* * *

'어엇! 어떻게 이런 일이…?'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철마당주는 믿을 수 없었다. 사납기로 이름 난 비룡의 등에 이회옥이 버젓이 올라타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 처음 올라탔다 하더라도 철마당 제일향과 제이향 소속 조련사들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비룡의 등에 올라타는 데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광마 이후 최고로 까다로운 말이었기에 이회옥이 제아무리 뛰어난 조련사라 할지라도 조련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만일 된다해도 아무리 짧게 잡아도 반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 생각하던 터였다. 그러니 그의 놀라움을 클 수밖에 없었다.

"이랴! 이랴! 그래, 천천히, 천천히, 좋았어! 그렇게 천천히 가는 거야! 자, 이제 바닥에 놓인 조약돌들도 잘 보이지? 그 조약돌들을 피해서… 으음, 좋아! 자, 이번엔 풀 속에 못이 있으니까 잘 봐야 한다. 옳지! 좋아! 옳지! 좋았어! 하하! 역시 최고군!"

'대체 무슨 소리지? 조약돌은 또 뭐고, 못은 또 뭐야?"

뇌흔은 이회옥의 말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여 몸을 낮춘 채 안력을 돋구고는 유심히 살폈다.

보통 말을 조련 할 때면 천천히 걷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점 더 빨리 달리게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회옥은 지금 거꾸로 하고 있었다. 비룡의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 좋았어. 자, 이제 두 개만 더 찾으면 된다. 옳지! 이제 하나만 더! 옳지, 옳지. 좋았어! 야호! 하하! 네가 최고다!"

히히힝! 히히히히힝!
'헉! 이럴 수가…! 세상에… 말도 안 돼!'

한참을 노려보던 뇌흔은 너무도 놀라 손으로 입을 막았다. 바닥에는 조약돌들이 널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짧게 잘라놓은 풀 속에는 거꾸로 세워진 못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조약돌이나 못이 없는 곳은 거의 없어 디딜만한 곳이 거의 없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밟지 않고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 잘했어. 자, 지금부터는 네 능력껏 가봐! 옳지! 좋아! 잘했어! 하하! 정말 잘하는데… 좋아! 그래, 천천히, 천천히…"

뇌흔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비룡이 가고 자 하는 곳 때문이었다. 허공을 날아서 가라면 모르되 무공의 고수라 할지라도 걸어서 가라면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이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약돌들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비룡 아니라 비룡 할애비가 와도 절대로 못 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비룡은 천천히 가고 있었다. 발굽으로 조약돌들을 밀어내며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 잘했다. 이번엔 풀밭이야! 자, 못이 저렇게 많아. 어떻게 할래? 가긴 가야 하는데 그냥 가면 발바닥이 찔리겠지?"

'미친 놈! 말이 저길 어떻게 가냐? 사람도 못 가겠다.'

지켜보던 뇌흔은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가고자 하는 풀밭에는 못들이 촘촘하게 박혀져 있었다. 제아무리 편자가 박힌 발굽이지만 그곳만은 절대로 갈 수 없다. 발바닥 전체에 쇠로 만든 편자가 박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그냥 간다면 편자가 박힌 부위는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위는 못에 찔리게 된다.

바닥에 거꾸로 세워진 못들은 적어도 세 치는 된다. 그렇다면 말이라 할지라도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는 높이이다. 그렇기에 절대로 갈 수 없다 생각한 것이다.

하여 실소를 머금던 뇌흔의 두 눈은 왕방울처럼 툭 튀어 나왔다. 더 이상 놀라고 싶어도 놀랄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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