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하나로통신 경영권 장악을 위해 신윤식 회장 연임반대를 시도하고 있다..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둔 국내 최대규모의 초고속 인터넷 전문회사인 하나로통신(회장 신윤식)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로통신의 주주인 LG그룹이 최근 신윤식 회장의 재신임안 부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 일부에서는 특정 재벌이 자사 이익을 앞세워 통신 전문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지난 97년 9월 설립해 99년 4월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통신전문회사. 이 회사는 출범 당시 데이콤, 한화, 두루넷, 삼성, 현대, 대우, SKT 등 7대 기업이 대주주로 참여했고, 국민주 모금방식을 통해 소액주주도 다수 참여했다.
하나로는 당초에 '7대 기업이 지분을 나누고 특정 기업이 경영권을 가질 수 없다'는 정관 조항이 있었지만, 지난 2000년 3월 미국 주식시장인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하면서 변경됐다. 하나로통신의 이같은 정관 변경과 함께 LG가 데이콤을 인수함으로써 지분변화가 생겼다.
현재 하나로통신 지분은 LG그룹이 계열사인 데이콤·LGCI와 우호세력인 LG화재 주식을 포함해 15.89%로 최대 주주로 돼 있다. 이어 삼성전자가 8.49%, SK텔레콤이 5.5%, 대우증권이 4.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40%가량의 주식은 개인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회사 초창기때부터 7년동안 일해온 신윤식 하나로통신 회장의 경우 현재의 하나로가 있게 한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체신부(정보통신부 전신)차관을 거쳐 지난 91년부터 94년까지 4년동안 데이콤 사장을 지냈던 그는 외환위기와 업계의 과당 경쟁 등 대내외적으로 여러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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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추진과정서 LG와 마찰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일부 재벌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LG그룹. LG는 자신들이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로통신 신윤식 회장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나로통신 이사회(9명)는 '주식 5%이상을 소유한 개인이나 법인의 경우 이사를 1명 가질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LG, 삼성, SK가 각 1명씩의 이사를 참여시키고 있다. 나머지 6명은 하나로통신 사내 이사와 하나로통신이 추천한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어 주요 주주들이 경영에서 배제돼 있다는 게 LG쪽 주장이다.
이같은 악연 때문에 하나로통신과 LG그룹은 계속해서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이들 두 기업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파워콤 인수.
하나로통신은 LG보다 먼저 파워콤 인수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데이콤을 앞세운 LG에게 파워콤 인수를 빼앗겼다. 이에 앞서 하나로통신 신윤식 회장은 파워콤 인수를 전제로 작년 10월 AIG와 EMP 등 외국인 투자자와 14억불 규모의 외자유치에 합의한 바 있다. 하나로통신은 원활한 외자 유치를 위해 LG쪽에 파워콤 공동 인수를 제의했으나 LG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같은 사실은 LG의 파워콤 매각 확정에 앞서 작년 11월 26일 하나로통신 신윤식 회장이 당시 LG구조조정본부 강유식 부회장에게 보낸 편지에도 잘 나타나 있다. 편지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LG는 8000억원을 내고 파워콤 인수를 할 것을 4000억원만 내고 인수하게 될 것이며, LG가 주도하는 제3통신그룹에는 14억불의 외자가 들어오고 2007년에는 SK텔레콤과 맞먹게 성장하고, 2010년에는 SK텔레콤을 제치고 제2위 통신그룹의 지위를 확고히 할 것입니다.
* 2007년 한국통신사업 전체 매출고 약42조원(KISDI: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자료)으로 KT그룹 20조원, SKT11조원, 제3그룹 11조원으로 전망
과거의 섭섭함을 서로 따지고 하면 협상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저도 LG에 할말은 많습니다. 과거를 묻어 미래를 위해서 협력을 하십시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데이콤이 파워콤 인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LG구조본부와 하나로통신이 Task Force Team을 구성하여 Plan을 만들어 협정을 맺으십시다. 그리고 다시 한전과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의 마지막 절규이고 제안입니다."
이외에도 하나로통신 신윤식 회장은 LG그룹 구본무 회장을 직접 만나 '제3통신 육성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내고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LG의 파워콤 인수로 결국 외자유치도 실패로 돌아가고 하나로통신과 LG는 등을 돌리게 된다.
무위로 돌아가긴 했지만 이 밖에도 하나로통신과 LG는 두루넷 인수에도 함께 뛰어들어 '경쟁'을 벌인 바 있다.
LG, 통신3강으로 뛰어오르기?
LG출신으로 하나로통신 비상임 이사를 맡고 있는 남영우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신윤식 회장은 하나로통신의 주가하락과 외자유치 실패의 등의 책임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남 사장은 하나로통신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나 SK텔레콤도 신윤식 회장의 연임에 대해 반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이 이처럼 하나로통신 신윤식 회장 몰아내기에 적극적인 이유는 향후 통신3강으로 뛰어오르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그 동안 019 PCS사업권 획득, 데이콤 인수, IMT-2000사업권 인수, 파워콤 경영권 인수 등 각종 특혜성 사업권 획득을 통해 3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2년 말 현재 LG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13%에 불과하고, 데이콤도 시외전화 점유율 11%, 국제전화 점유율 25%로 밀려나 있다.
여기다 데이콤의 파워콤 지분 인수로 시너지 창출 효과를 기대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LG는 파워콤과 전국에 초고속인터넷망을 보유한 하나로통신을 묶어 서비스시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시내전화 가입자망까지 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게 통신업계의 분석이다. LG입장에서는 당연히 하나로통신 경영권이 필요했고, 걸림돌인 신윤식 회장을 제거하기 위해 연임 반대에 나서게 된 것.
물론 LG는 지분매입을 통해 정공법으로 경영권 획득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기업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기업의 경우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계열사로 편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LG그룹은 3월 1일 지주회사로 출범하면서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에 자금능력이 좋지 않은 상태다.
LG그룹의 이러한 전략 때문에 통산산업부 차관 출신인 박운서 데이콤 회장과 강유식 LG 부회장이 사활을 걸고 업계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면서 하나로통신 신윤식 회장 연임 반대를 주도했고, 신윤식 회장 역시 이를 저지하게 위해 치열하게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쪽의 신윤식 회장 재선임 반대와 관련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LG는 최대주주이면서도 하나로통신이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이제 와서 경영권을 통째로 삼키려고 하고 있다"면서, "하나로통신은 지난 해말 LG쪽에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통신시장의 새로운 판이 짜여질지 여부는 하나로통신 신윤식 회장의 거취가 확정되는 3월 28일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 열쇠는 바로 하나로통신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과 SK가 LG의 손을 들어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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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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