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고영구 원장의 '개혁' 성공할까

[정치 톺아보기 ⑫]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쓰는 건 아둔한 짓

등록 2003.03.26 14:14수정 2003.04.0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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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좌불안석(坐不安席), 국정원은 여유 만만. 정권 인수기에 대한민국 공안(公安)과 사정(司正)의 중추기관인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요즘 분위기를 단도직입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검찰은 왜 불안해할까. 그 까닭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지은 죄가 많기 때문'이다.…(중략)…

정작 자기 당의 당원(黨員)을 대통령당선자로 배출한 민주당은 '살생부'가 나돌 만큼 공기가 흉흉한데, 5년 전에 권력의 첨병으로서 '지은 죄'가 많아 '살생부' 홍역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북풍공작 및 정치 개입 관련자 등에 대한 인적 청산이라는 '대수술'을 감내해야 했던 국정원이 권력 교체기에 다른 어떤 기관보다 느긋한 것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5년 전 격세지감과 점점 빗나가는 예측

지난 1월 중순께 필자가 '노무현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쓴 분석기사의 한 대목이다. 정말 5년 전만 해도 국정원(당시 안기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당시에는 필자에게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캠프에서 논의되는 안기부 개혁방향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는 간부들도 여럿 있었다. 그에 견주어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시절에 그런 간부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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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심볼마크

그런데 '검찰은 불안해하고 국정원은 느긋해한다'는 필자의 분석이 검찰에는 맞아떨어졌지만 국정원에는 점점 빗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신분과 국정원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국정원 직원들 또한 점점 늘고 있다.

뒤늦게 고영구 변호사가 원장으로 내정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국정원장의 인선이 미루어진 채 국내정보 기능 축소 혹은 폐지를 골자로 한 강도 높은 개혁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3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 강당에서 열린 '경찰-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토론회'도 그런 경우이다. 이날 경찰과 국정원의 개혁방안을 각각 발표한 두 발제자는 모두 민변 회원 변호사이고, 토론 사회자도 민변 부회장(임종인 변호사)이다.

물론 인사말도 민변 회장(최병모 변호사)이 했다. 회원인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민정수석, 그리고 강금실 법무장관에 이은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는 민변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

민변은 지난 1월 당시 사법제도 개혁을 담당한 박범계 인수위원(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참석한 가운데 '검찰 개혁방안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으며, 지난 2월에는 '법원 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에 이은 이번 경찰-국정원 개혁 토론회의 발제는 두 개였지만 이미 언론에 내정설이 나돈 고영구 변호사 등 민변 초대 회장 출신 국정원장 인선을 앞두고 있는 등 때가 때인 만큼 관심은 국정원 개혁방향 쪽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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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도 민변 등이 공동 주관한 '국가안전기획부의 개혁방안'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또 국제평화전략연구원이 주최한 '국민정부 시대 국가정보기관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도 열렸었다. 당시 이 연구원의 원장은 라종일 교수였는데 안기부 해외담당 차장으로 가는 바람에 토론회가 끝나고 잠시 들러 인사를 하고 간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안기부 전문기자'라는 별명 덕분에 두 토론회 모두 토론자로 참석했다.

25일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한 장주영 변호사(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장)와 토론자인 이승우 교수(경원대 법학)는 5년 전 민변 주관 토론회에서도 같은 역할로 참석했었다.

5년 전과 똑같은 잣대로 국정원 재단·개혁 요구

장주영 변호사의 발제내용은 지난 5년간의 변화를 담고 있지만 국정원 개혁방향이라는 핵심에서는 5년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것은 이승우 교수도 토론문에서 발표했지만 "당시의 주장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국정원은 5년 전과 비교하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왜냐하면 5년 전 토론회에서도 주장했지만 "정권 교체야말로 최대의 개혁이라는 슬로건을 가장 실감나게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는 곳이 안기부"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때 여기저기 '출몰'한 이른바 '안기부 살생부'라는 괴문서와 '이대성 파일'이라는 북풍공작 비밀문건은 '과거에 지은 죄'와 '앞으로 닥칠 벌'(개혁)의 강도를 예감케 하는 '저항의 산물'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역설적으로 5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안기부 개혁은, '시작이 반'이라면 반쯤 이뤄진 것을 의미했다. '정권안보의 첨병'을 본업으로 활동해온 이들에게는 정권이라는 것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넘어갈 수 있는, 아니 주고받는 것이 당연한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처음으로 이론 아닌 현실로 확인된 것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충격'이었다. 더욱이 이들은 북풍공작에 관여한 6급 직원부터 부장까지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가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해야 했다.

이런 '학습효과'는 직원들의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줄을 선 직원은 있었겠지만 정치공작이 없었던 점도 5년 전의 '학습효과'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발제자와 일부 토론자들은 여전히 5년 전과 똑같은 잣대로 국정원을 재단하고 '검증되지 않은 언론 보도'를 근거로 개혁을 요구했다.

이를테면 이재명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은 "당선 이후 노 대통령이 국내정치와 관련한 국정원의 일일동향보고를 받지 않기로 함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이 정보활동을 안하고 하는 일없이 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명백한 언론 오보에 근거한 것이지만, 국정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정보기관에 대해서는 '아마추어'이니까. 문제는 법률가들의 '잘못된 상황인식'과 '전제의 오류'이다. 장주영 변호사가 주장한 5가지 개혁방안 가운데 수사권 폐지와 국회의 통제 강화 주장에는 필자도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다른 개혁방안의 경우 중대한 인식의 오류에 근거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장 변호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정치사찰·도청설을 기정사실로 단정

"안기부의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던 김영삼 정부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평적인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정부도 국가정보기관의 제자리 찾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말았다. 김영삼 정부 말기 날치기 입법을 통한 안기부의 수사권 회복과 북풍사건, 김대중 정부 말기 정치인들에 대한 도청사건은 두 정부의 국정원 개혁작업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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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원훈석 제막식

김대중 정부의 국정원 개혁작업이 실패했는지, 또 어느 정도가 되어야 성공한 개혁인지는 서로의 인식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므로 논외로 치자. 문제는 한나라당이 선거를 앞두고 폭로한 '도청설', 기껏해야 '도청 의혹'을 '김대중 정부 말기 정치인들에 대한 도청사건'으로 사실로 단정짓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다시 장 변호사의 주장이다.

"김대중 정부는 국가안전기획부의 명칭을 국가정보원으로 바꾼 것 외에 법제도의 개혁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그 결과 국정원은 국회 529호실 사건, 도청사건을 일으켜 정치개입 시비를 낳았고 벤처비리와 이용호 게이트에도 연루되는 등 과거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국정원의 국내 보안정보 업무는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관한 것으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정치사찰을 계속해온 사실이 정권말기 도청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치개입 시비를 일으킨 것은 한나라당인데 시비를 당한 것만으로도 역시 '국회 529호실 사건, 도청사건'이라고 도청을 사실로 단정짓고 있다.

국회 529호 사건은 이종찬 국정원장 시절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정원이 국회 본관 정보위 529호실에 첨단 도청장비를 설치해 놓고 국회의원들을 도청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그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급기야는 문을 따고 들어간 사건이다. 물론 도청장비는 없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그 방에서 나온 국회 연락관 가방 속에 든 정보보고 자료를 '정치사찰'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장 변호사는 "(국정원이) 정치사찰을 계속해온 사실이 정권말기 도청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아퀴를 짓고 있다. 정치사찰도 사실이고 도청사건도 사실이라는 것이다. 장 변호사에게 묻고 싶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정치권에서 일단 의혹이 있다고 시비만 걸면 그것이 다 '사실'이냐고.

노 대통령의 발언이 야기한 '인식의 오류'

왜 이런 인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어느 나라든 국가정보기관의 수준은 그 나라 정치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보기관이 정치에 휩쓸리는 것은, 아니 엄격히 말해 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은 사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면 정보기관을 흔들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국정원의 도감청 의혹만 해도 정치인들이 국익보다는 그것을 터뜨렸을 때의 당리당략을 먼저 계산하기 때문이다. 정보기관 출신 정치인들은 종종 '설명도 변명도 홍보도 하지 않는다'는 정보기관의 격언을 악용하기도 한다.

미국에선 그것이 선거전략이건 아니건 중앙정보국(CIA)을 건드리는 '간 큰' 정치인은 없다. 유권자로부터 당장 도태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보기관 출신의 한 정치인의 사례에서 보듯, 근거없는 도청설을 폭로해도 지역구 여론은 불변이다. 더 불행한 점은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과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 등 정치일정 때문에 한국에선 정보기관이 바람잘 날이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그런 '인식의 오류'를 야기한 책임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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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검사들과 토론하는 노무현 대통령 ⓒ 청와대 제공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월 30일 후보 시절에 부산지역 유세에서 "중앙정보부가 말썽이다. 안기부로 바꿔도 말썽이고 국정원으로 바꿔도 말썽"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국정원은 국내사찰 업무를 일절 중지시키고 해외정보만을 수집·분석해 국익을 위해 일하는 해외정보처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사실 노무현 후보의 이 공약은 한나라당의 '도청 의혹 공세'를 정면 돌파하려는 정치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노 후보의 이 발언은 사실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정치인 사찰 및 도감청 의혹은 아직 아무런 증거가 없는 주장일 뿐이다. 그런데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만으로 국정원을 '말썽쟁이'로 규정짓는 것은 책임 있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 핵심부의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인식 수준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일일동향보고는 40년 동안 계속된 관행

일국의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국가정보기관의 국내정치 보고를 받지 않느니 일일동향보고 따위를 받지 않기로 했다느니 밝힌 것도 '유치한 자랑'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에 당시 안기부장과 상견례만 했을 뿐 정기적으로 안기부장의 대면(對面) 직보(直報)를 받은 적이 없다. 또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정치인 뒷조사를 해 보고하는 그런 식의 보고는 이미 없어졌다. 이미 없는 것을 안받겠다고 하는 것은 억지다.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건 지금이건 뭔가 크게 '착각'한 듯하다. 국가정보기관은 당선자의 직속기관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이른바 정권 교체기라도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국가정보기관은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에게 정책 판단을 요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당선자에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헌법상의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지 당선자가 아니기 때문인데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정원은 두 태양을 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된 뒤에는? 그것은 '대통령 마음대로'이다. 역대 대통령의 스타일에 따라 달랐다. 신임 원장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대면 보고를 안받는 대통령도 있었지만 대개는 새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신임 국정원장을 만나서 정보의 최종 사용자(대통령)가 원하는 대로 제도(보고 방식)을 정했다.

대개는 1주일 한번씩 대면보고를 받았지만 직보를 매일 받든, 한 달에 한번 받든 불변의 관행이 있다. 문서에 의한 일일동향보고는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40여년 동안 매일 계속돼 왔다. 국가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수 천명의 정보원들이 국내외에서 매일 생산하는 일일동향보고와 정책보고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국가 안위를 책임진 대통령 된 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월남파병 정책결정을 지원한 것은 중앙정보부의 몫이었고 이번 이라크 파병 정책결정을 노 대통령이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도 국정원의 몫이다. 물론 이라크 파병 결정 뒤의 여론에서 보듯, 정책결정에 따른 최종 책임은 고독한 대통령의 몫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당선 이후 국내정치와 관련한 국정원의 일일동향보고를 받지 않기로 함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이 정보활동을 안하고 하는 일없이 놀고 있다"느니 하는 오보가 양산되는 데는 정보의 최종 사용권자인 노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발언 탓이 큰 것이다.

'잘못된 상황인식'은 '실패한 간부'를 양산할 뿐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점에서 국무위원과 달리 국정원장을 어떤 사람으로 앉힐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몫이다. 그러나 고영구 변호사의 원장 내정에 이어 지금 거론되고 있는 차장·기조실장 등 수뇌부의 외부 인사 기용 움직임은 앞에서 지적한 '잘못된 상황인식'과 '인식의 오류'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5년 전 김대중 정부도 이종찬 원장·나종일 해외차장·신건 국내차장·문희상 기조실장(전임은 이강래 기조실장) 등 전원 외부 인사를 기용해 개혁을 추진했다. 물론 이종찬 원장 본인이 중앙정보부 출신이기 때문에 외부 인사라고 하는 데는 어폐가 있지만 어쨌건 1단계 개혁작업이 진행되어 조직이 안정된 뒤에는 1·2·3차장과 기조실장을 국정원 내부 출신으로 채웠다.

어쩌면 노무현 정부도 이런 수순을 밟으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5년 전의 안기부와 현재의 국정원을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려는 것은 무리수이다. 다소 비약일지 모르지만 노 대통령과 참모들이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개혁을 주장하면서 5년 전에 국정원 개혁을 주도했던 나종일 전 1차장과 문희상 전 기조실장을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비서실장으로 중용한 것은 모순이다. 김대중 정부의 국정원 개혁이 '실패한 개혁'이라면 이들 또한 '실패한 간부'들이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한 최병모 민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되었다. 토론 사회를 본 임종인 민변 부회장은 현재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거론된다. 오늘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고영구 변호사는 민변 초대 회장 출신이다. 국정원 차장 진용에도 젊은 학자들이 거론된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권의 전리품(戰利品)이 아니다. 그런 잘못된 상황인식은 5년 뒤에 또 다른 '실패한 간부'를 양산할 뿐이다.

검찰 개혁과 달리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 개혁은 '밀실'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 문제는 국정원이 불필요한 조직이라면 모르지만 중요한 조직이라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5일 토론자 가운데 유일하게 국정원을 '대변'한 남성욱 교수(고려대 북한학)는 정보기관 개혁 논의의 전제를 이렇게 밝혔다.

"정보기관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그 개혁 논의는 올바른 상황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문제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정보기관 역할과 민주화·개방화 시대의 역할 사이에서 전환기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국정원의 경우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는 인식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는 측면이 많다. 국정원에 대해 외부에 알려진 많은 부분이 권력기관이라는 선입견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전국 검사들과의 토론회에서 검사는 문민이 아닌 '무인(武人) 집단'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지만, 국정원은 김영삼 정부 이후 계속된 문민화 과정을 통해 '무장 해제'된 지 오래이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은 아둔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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