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씨의 '엉터리책'은 무엇을 노리나?

[반박] 일본 관련 서적 34권에 가해진 그의 독특한(?) 해석과 견해

등록 2003.03.27 03:45수정 2003.03.2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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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한국을 잘 아는 일본내 지식인들이 오히려 양심적인 한일 양국민간의 상호인식마저도 방해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과연 한국을 잘 안다는 미즈노는 왜 엉터리 책으로 일본인들에게 나쁜 '한국인상'을 퍼뜨리는가?

그가 2년전 일본에서 발표한 <엉터리책, 한일전쟁 발발!?>을 읽고서 그의 주장을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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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즈노가 예의 노히라 슌스이라는 이름으로 쓰고 텐리(天理)대학 조선학과 출신인 오오키따 쇼오지(大北章二)씨의 일본어 번역으로 2001년 11월에 문예춘추사에서 발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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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책, 한일전쟁발발!?> 표지 ⓒ 장팔현

주요 내용은 한국에서 발간된 일본관련 서적 34권을 선별하여 미즈노 나름대로의 해석과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총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장에서는 '한일 대결에 관한 엉터리 책'에 관해, 제2장에서는 '한일역사에 관한 엉터리 책'을, 제3장에서는 '기타 일본에 관한 엉터리 책'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의 저서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제1장에서는 백낙범씨의 <1999 한일전쟁>과 박광서씨의<神風(카미카제)>그리고 이규형씨의 <일본대란>등 총 15권이 영광스런 선택을 받았다.

제2장에서는 김인배씨의 <고대로 흐르는 물길>과 홍하상씨의<열두겹 기모노의 속사정>그리고 최재석 교수의 <일본 고대사의 진실>등 8권을 선정하여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미즈노의 한국에 대한 역사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장이다.

제3장에서는 구본일씨의 <韓半島改造論(한반도개조론)>과 최원호씨의 일본어 기초 교재인 <やま(야마)가 왜 도나>등 11권을 선정하여 울분에 가까운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1장의 비판에서 미즈노(노히라)는 처음부터 엄청난 패착을 두고 있다.

소설이란 원래 허구를 바탕으로 쓰여져 있기에 그것을 비판한다 함은 허구를 실제로 가정한 상태에서의 비판이기에 오히려 비판자의 지적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설의 의미 전달보다는 구체적인 문구의 실수나 일본 인구를 1억5천만명(실제로는 1억2500만명 - 윤종석 저 <파이어데이>를 들어)으로 본 초보적 미스에 주로 비판을 가하는 수준이다.(35p)

또한 한국인 작가들이 소설 속에서 일본사회를 폭주족, 야쿠자, 우익이 발호하는 사회쯤으로 호도한다고 미즈노는 분개해 한다.(30p)

제2장의 역사에 관한 엉터리에서 그는 단군신화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단군사관'은 전통적인 유학자의 역사인식에 대항해서 조선말기에 대두됐다. '단군신앙'에 기초하고 나아가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 있어서는 민족주의와 연결되어 항일운동의 사상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라고 엉뚱한 해설을 붙여 놓았다.(130p)

단군사상은 오히려 유학자들이 철저히 배척했었다. 유학자였던 김부식도 <삼국사기> 고구려 동천왕21년(247년)의 평양천도 기사 때 '단군'에 대해서 당시의 수많은 서적을 무시할 수 없었던지, 아주 조금 언급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오히려 일연스님이 <삼국유사>에 '단군왕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남기지 않았던가?

또한 단군신앙은 조선 말기에 대두한 것이 아니라, 고려시대에 벌써 민간에 유행했었으며 몽골과의 전쟁 때에 민족적 단결의 구심점이 되었었다. 단군에 관한 기록은 오히려 쓰시마의 토요타마쬬오(豊玉町)에 있는 와타스미 신사(和多都美神社)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곳에서는 단군 영정과 비슷한 사진을 모셔놓고 항웅(恒雄-환웅과 비슷한 발음)이라 한다고 한다.

단군신화에 관한 기사는 오히려 8세기 일본에서의 기록에서도 보이니 그 저자 또한 항웅(恒雄-히라노 쿠니오(平野邦雄)의 저서 중에서 봄)이라 했다. 단군신앙은 오히려 고대의 일본열도에서 그 존재성이 입증된다 하겠다.

역사에 관한 엉터리 중에서 미즈노는 민간학자들의 학술서만을 선택하여 비판하며 조소하고 있다. 물론 한자 해석 등 기초지식의 부족으로 말도 안 되는 역사책을 내는 '민간학자'(미즈노가 자주 쓰는 용어로 '재야학자'정도의 의미)도 있음도 사실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부지기수이다. 일본 민족을 유대민족이라 주장하는 서적까지 있다. '예수의 열 제자 중 한 사람이 동방으로 갔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일본인의 조상이 되었다'는 황당무계한 얘기부터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이 부자가 되고 크게 성공한 것은 일본정부가 재일 한국인에게 베푼 좋은 제도 때문이며 편견 없는 법 적용에 의한 것'이라는 엉뚱하고도 후안무치한 설까지도 있다.

또한 미즈노는 한국의 3대 기서(奇書=僞書)로서 한국 내 제도권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들어가며 <환단고기> <규원사화> <단기고사>를 말하고 있다.(146-148P)

물론 <일본서기>또한 이런 기서(또는 '위서')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음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것은 비판을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기에 상대를 않을 뿐이다. 미즈노의 수준을 알 만한 부분이다.

이밖에 최재석 교수의 높은 연구 성과를 그는 아예 민간학자로 치부하고 있으며 사회학자가 역사에 대하여 논한다고 비판한다. 일본에서는 전공에 관계없이 연구성과로서 평가하거늘, 미즈노는 한국에 유학와서 타 전공자는 다른 전공을 연구하면 안되는 것처럼 말한다.

이 부분만큼은 가히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인답다. 그것이 밥그릇 싸움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그대로의 논리라면 언어학을 전공한 미즈노가 어찌 감히 최재석 교수의 역사 연구를 비판할 자격조차 있겠는가?(179-186p)

미즈노의 비판이 너무나 초라하고 억지에 지나지 않음을 필자는 비판을 넘어 아예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밖에도 한국학자들에 의한 <만엽집>의 해석에 매우 못마땅해 하며 일본 역사를 한국역사와 관련시켜 해석하거나 설명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고대나 현대나 인접국들끼리 상호 영향을 미치고 받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국제관계인데도 말이다.

미즈노는 한국학자들에 의한 일본역사 해석에 신경질을 부릴 것만이 아니라, 에도말기의 유명한 일본인 역사학자였던 후지와라 사다모또(藤原貞幹;1732-96)의 저서인 <쇼오꼬오하쯔(衝口發-1781년 성립)>나 한번 읽어보고 발언하기 바란다. 이 책에서 후지와라는 솔직히 "일본 고대의 문물과 언어는 조선(朝鮮)이 기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제3장에서는 '기타 일본에 관한 엉터리 책'에 관해서 논하고 있다. 특히 <해문 일본어 교본>과 <やま(야마)가 왜 도나>를 아예 '쓰레기'라고 비판한다.("이상, 한국의 일본어 학습자를 울리는 쓰레기 일본어 교재를 둘 소개했다...중략...이런 엉터리 교재를 내도 팔릴 정도이니, 일본어 학습은 (아직도 매우)인기가 있다는 얘기이겠지"-247p)

이밖에 기타 엉터리 책 내용 중에는 '왜 일본인의 똥은 냄새가 나지 않을까?'로부터 '일본인의 성(性) 개방을 빗대서 쓴 '창을 열어놓으면 모기라든지 벌레가 들어오듯이 성문(性門)을 너무 개방하면 (성)병도 들어오기 마련이다'라는 친일파 중국동포 작가인 김문학, 명학 형제의 <일본문화의 수수께끼>에 대해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 수준에 그 작가라고 외나무다리에 잘 만난 상대 같다. 이런 형편없는 책을 쓴 자나 이를 선별하여 비판하는 자나 피장파장의 수준이다.

마지막에는 손석우씨의 <터>와 정영모씨가 쓴 <신선이 남긴 동양화>를 들어 마지막 우국충절의 정열을 다 쏟아내어 비판하는 내용이다. <터>는 일본의 지형적 특성을 들어, <신선이 남긴 동양화>에서는 화투 패로 일본의 미래를 점치면서 '일본열도의 침몰'을 예언했다는 점 때문에 미즈노의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제1장에 대해서는 소설이기에 비판자체에 한계점이 있으며, 제2장의 역사 관련 비판은 일부 재야학자의 서적을 제외하고는 비판자인 미즈노의 식견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제3장의 '기타 일본에 관한 엉터리 책'에 대해서는 비판 대상의 서적에 문제가 있다. 오로지 경제적 목적 때문에 수준 없는 책을 내는 친일파 김문학 형제의 가십거리를 들고 와서 비판하겠다 하니 비판하는 사람의 수준까지도 알 만하다. 다만, 미즈노의 조국 일본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관적인 미래예언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가 순수한 야마토 민족이든 아니든 일본을 사랑하는 한 젊은이로서 가상히 여길 만하다.

어찌되었건 미즈노에 의해 선정된 34권의 책은 비판을 넘어 '쓰레기'로 전락된 기분이다. 그러나 분명히 미즈노의 책 선정에는 일부 무리가 있으며, 실력 이상의 책에 대해서 비판 아닌 비난을 가한 점도 눈에 띈다.

결론적으로 미즈노의 <엉터리책, 한일전쟁발발!?>을 분석한 결과 이 책 또한 그가 강도 높게 비판한 책 이상으로 '엉터리 책'임을 필자는 간파하게 됐다.

미즈노의 엉터리책 쓰기는 결국 한.일 양국민간의 건전한 교류를 방해하고 일본인들에게 나쁜 한국인관만을 퍼뜨리는 악성 종양에 지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오오키따 쇼오지(大北章二)씨는 1968년 출생으로 미즈노씨와는 동갑이며 텐리(天理) 대학 동창생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어 관광가이드 역할을 했었다고 한다. 
**문예춘추(분게이슌쥬-)는 우익출판사로 악명 높다.

덧붙이는 글 *오오키따 쇼오지(大北章二)씨는 1968년 출생으로 미즈노씨와는 동갑이며 텐리(天理) 대학 동창생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어 관광가이드 역할을 했었다고 한다. 
**문예춘추(분게이슌쥬-)는 우익출판사로 악명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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