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기간중 인민대회당 주변으로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박현숙
이들 붉은 자본가들의 등장은 이번 정협과 전인대 '양회' 기간 중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사유재산 보호법에 관한 헌법수정 움직임과 관련하여 중국 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다. 비록 이번 양회 기간 중에는 사유재산 보호법과 관련된 헌법수정안이 상정되지 못했지만, 이 문제는 지난해 당대회 이후부터 전인대가 폐막된 지금까지도 중국 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붉은 자본가들의 부상
2002년 11월 8일, 제 16대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 개막식 보고에서 "모든 합법적 노동 수입과 합법적 비노동 수입은 당연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라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현 군사위 주석)의 선언이 있은후, 중국 언론들은 이를 가리켜 '자본가들의 봄날은 왔다'라고 대서특필했다.
그 뒤 "재산이 있고 없고와 재산의 정도에 따라 간단하게 사람의 정치적인 선진성과 낙후성을 판단하는 표준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주요하게는 그들의 정치사상적인 상황과 현실적인 표현을 봐야 할 것"이라는 장주석의 보고내용이 잇따르면서 중국 자본가들은 당당하게 붉은 모자를 쓰고 정치무대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자본가들의 봄날'은 머지 않아 현실로 드러났다.
2003년 3월3일, 제 10기 전국 정치협상회의 1차 회의가 개막되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불과 4개월만에 현실로 나타난 붉은 자본가들에게로 집중되었다. 그중에서도 총칭 리판그룹의 인밍샨은 사영기업인으로서는 최초로 총칭시 정협 부주석(부시장급에 해당)이라는 고위직에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중국 자본가들의 권리를 대변하고 나섰다.
인밍샨을 필두로 정협위원과 전인대 대표로 진출한 이들 붉은 자본가들은 당장 '사유재산 보호 조항을 헌법에 보장하라'는 공식 의안을 제출했다. 사영기업가들의 연합회인 전국공상연합회 명의로 '헌법개정과 사유재산보호 법률제도 완비에 관한 건의안'을 제 10기 정협 1차회의에 공식적으로 제출하고 나선 것.
물론, 사유재산 보호법과 관련된 공상연합회의 건의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8년과 2002년도에도 같은 의안이 제출되기는 했지만, 올해로 세 번째인 '헌법개정' 요구안은 그 의미가 사뭇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16대 당대회 이후 사영기업가들의 지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장의 수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선진 생산력 발전요구를 대표'하는 중국 공산당의 주력군으로 부상했다.
헌법개정을 둘러싼 논쟁
지난해 12월 말,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조용한(?) 전쟁이 치러지고 있었다. 중국내 내로라 하는 지식인들의 사이버 논쟁공간에서 벌어진 이 전쟁의 주요한 이슈는 이른바 헌법수호 운동(護法運動).
자유주의 진영과 (신)좌파 진영으로 나누어져 진행된 이번 사이버 전투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의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프라인상의 전쟁은 '헌법을 고치라'는 것.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헌법 전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