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규격확대, '현대차'에 대한 특혜
오염대책 없는 경유차 허용은 살인행위"

경유승용차 시판 허용 · 경차 규격확대 '파문'

등록 2003.04.04 18:23수정 2003.04.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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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경유차 문제 해결을 위한 공대위 회원들이 지난해 5월 24일 대학로 현대자동차 매장 앞에서 경유승용차로 인한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며 대기오염 대책없는 경유승용차 시판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경유차 문제 해결을 위한 공대위 회원들이 지난해 5월 24일 대학로 현대자동차 매장 앞에서 경유승용차로 인한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며 대기오염 대책없는 경유승용차 시판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마이너
최근 확정된 정부의 경유승용차 시판 허용과 경차 규격 확대 방침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 두 사안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유승용차 배출허용 기준을 유럽연합(EU) 수준으로 조정해, 2006년부터 유로-4 차량을 판매하되 2005년 1년 간 유로-3 차량과 유로-4 차량의 병행 판매를 허용했다. 또 경차 규격을 현행 800cc 미만에서 1000cc미만으로, 차폭도 1.5m에서 1.6m로 확대하되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두 사안 모두 향후 자동차 업체들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데다 특히 경유승용차 시판 문제의 경우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005년 유로-3 허용은 현대·기아차에 대한 특혜"

"경차의 국내 판매감소는 경차 우대책의 퇴보와 대형차 위주의 세제 확대에 있지 경차 규격 때문이 아니다. 경차 규격 확대는 내수와 수출에서 고객에게 외면 당한 특정업체가 국내 경쟁력을 가진 마티즈 브랜드 가치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 3일 GM대우자동차 노조와 협력업체 측은 경남도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신뢰성 있는 정책으로 정경유착을 중단하고 기업간 자율 경쟁을 보장하라"며 현대자동차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특정기업을 위한 특혜의혹이 있는 정책을 철회하지 않아 생존권 위협에 직면한다면 정부를 상대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이 이 같은 특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동차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2005년부터 유로-3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경유승용차가 1500cc급 준중형 승용차로 베르나, 아반떼XD 등이 있지만 GM대우차나 르노삼성차는 대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유차 생산 문제로 논란을 벌였던 현대차의 산타페(위)와 갤로퍼
지난해 경유차 생산 문제로 논란을 벌였던 현대차의 산타페(위)와 갤로퍼
업계의 한 관계자는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가 이미 GM이나 르노가 개발해 놓은 엔진을 수입한다면 대응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결국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적어도 현대·기아차는 2005년 1년간 경유승용차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며 말했다.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는 2006년까지 유로-4 기준에 맞춰 엔진 국산화를 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유로-4 기준의 경유승용차가 유로-3 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결국 선발 사업자인 현대·기아차가 경유차 시장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GM대우차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무슨 급박한 사유가 있어 2005년 1년에 한해 유로-3와 유로-4의 병행 판매를 허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은 특정업체의 입장만을 고려한 정책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유로-3와 유로-4를 병행한다고 하더라도 가격 면에서 유리한 유로-3 기준의 수요가 불균형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며 "유로-4에 대한 세제 감면 등 구체적인 보안책을 통해 유로-3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억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차 규격 확대, '마티즈' 브랜드 가치 무력화시키는 것"

경유승용차 조기허용 결정과 함께 경차 규격을 1000cc미만으로 확대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GM대우차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GM대우차는 현재의 경차 기준에 맞춰 마티즈의 후속인 M-200(프로젝트명)의 개발에 들어가 2004년 하반기에 시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경차규격 확대 유예기간 3년이 지난 2006년 하반기께부터 경쟁업체에서 새로운 규격에 맞춘 '큰 경차'가 나올 경우 막대한 손해를 볼 것은 뻔하다.

특히 기아차가 배기량과 차체를 유럽수준으로 확대한 비스토 후속모델 'SA'를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어서 GM대우는 1000cc 모델 개발에서도 한발 늦게 되는 셈이다.

GM대우차의 한 관계자는 "경차 규격을 확대할 경우 고 유가시대에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차 지원방안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된다"면서 "게다가 차량 가격 상승과 중량 증가에 따른 연비 저하 및 차량 유지비 증가 등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수출 가격상승으로 유럽 수출시장의 기반도 상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경유승용차 문제, 경차 규격 확대가 모두 현대·기아차가 원했던 방향대로 정책결정이 이루어졌다"면서 "특정회사의 입장에 따라 법규가 갑작스럽게 바뀌는 것은 기업의 장기투자 및 공정한 경쟁에 크나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유승용차 정책 철회해야"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유승용차 시판 문제가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정부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관 협의체인 '경유차환경위원회(이하 경유차환경위)'가 경유승용차 허용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휘발유, LPG, 상대가격 조정 문제를 2005년 중 논의하기로 미루는 등 당초 합의보다 후퇴한 것이다.

특히 유로-3 차량에는 매연여과장치를 의무 부착한다는 경유차환경위 합의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정부가 자동차 제작사의 부담을 염두에 두고 이같이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유로-3 차량과의 가격차를 줄이기 위해 유로-4차량에 부과되는 특소세를 50% 감면해 주기로 했지만 자동차 제작사가 유로-3 차량의 가격을 조정할 경우 이러한 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면서 "즉 자동차 제작사의 의도에 따라 대기오염 물질이 유로-4보다 2배 가량 더 나오는 유로-3차량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유차환경위는 지난 2월 14일 최종합의에서 2005년 유로-3와 유로-4 차량 판매에 50대 50이라는 쿼터제를 적용하거나,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한 유로-3 차량을 유로-4차량과 동시 판매하기로 합의했었다.

한편 34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경유차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7일 결정된 정부의 경유승용차 허용방침을 비판하면서 경제부처와 공개토론회를 제의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경유차환경위 위원들은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방식대로 경유승용차가 도입될 경우 대기오염을 더욱 악화시켜 국민 건강과 생명의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라며 "정부 대책은 다른 차종들의 경유승용차로의 급격한 전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대기오염 가중은 물론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시비, 주문대기자 증가로 인한 시장 혼란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왕진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경제성장 위주의 사고에 젖어있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경유차위원회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서 "이것은 저감대책의 일환이 아니라 선결조건이었던 만큼 재정경제부장관 항의방문, 가두집회 등을 통해 경유승용차 결정 철회를 위한 전방위적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 처장은 이어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차(버스, 트럭)는 이미 32%에 달한다"며 "여기에 경유승용차를 대기오염 저감 대책 없이 허용하려는 것은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행위와 같다"고 비난했다.

현대·기아차 "경유승용차, 경차규격 확대 당연한 결과"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근 확정된 정부의 경유승용차 시판 허용과 경차 규격 확대 방침이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과 함께 다소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이미 유로-3 기준의 경유 승용차를 개발 완료한 상태라 언제든 상품화시킬 수 있으며 이미 유럽 쪽에는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늦었지만 2005년부터 유로3 기준의 자동차를 국내 시장에 판매하게돼 다행이며 환경 친화적 저감 디젤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해 수출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업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특혜의혹에 대해 "서유럽은 이미 경유승용차 비중이 40%대에 달하고 있어 즉각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루빨리 경유승용차의 내수 기반이 뒷받침돼야 수출비중을 높이고 디젤 차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당초 현대기아차는 2004년 유로-3를 허용한 이후 2006년부터 유로-4로 단계적인 환경기준 강화를 주장했지만 2005년과 2006년으로 바뀌었다"며 "GM대우 등도 하루 빨리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뛰어들어 공정 경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아반떼XD와 베르나 등에 디젤엔진을 얹은 경유승용차 모델부터 국내에 첫 선을 보이고 점차 판매 추이를 고려하면서 중형차 모델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기아차 김봉겸 이사는 경차 규격 확대 방침 특혜 의혹에 대해 "특혜 의혹 논란은 말도 안되며 기아차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준비한 것이며, GM대우는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내년에 선보일 경차 SA(아토스, 비스토 후속 모델)의 디젤 차종을 2005년부터 출시해 국내 경유승용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 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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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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