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우만동 고가차도공사 주민과 충돌

공무원·용역직원 450여명 투입, 농성주민 기습...주민 12명 다쳐

등록 2003.04.11 13:16수정 2003.04.1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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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우만동 고가차도건설을 둘러싸고 2개월째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온 수원시와 시공업체가 공무원과 용역직원을 대거 투입해 공사를 강행하다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어 주민 10여명이 다치는 등 불상사가 발생했다.

수원시와 시공업체인 삼성물산측은 10일 오전 9시 30분쯤 수원시 우만 2동 신성미소지움 아파트 옆 고가차도건설 현장에 대형 포크레인 4대와 공무원 200여명, 용역업체 직원 250여명을 투입해 공사반대 농성을 벌이던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공사를 강행했다.

a 우만고가차도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투입된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공사현장 접근을 막고 있다.

우만고가차도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투입된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공사현장 접근을 막고 있다. ⓒ 김한영

그러나 용역업체 직원들과 공무원들이 농성주민 100여명을 공사현장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빚어져 조아무개(72.삼미빌라) 할아버지 등 주민 12명이 다쳐 인근 동수원병원과 녹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들 부상자 가운데 허아무개(여)씨와 권 아무개(여)씨 등 3명은 허리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현재 동수원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주민들은 응급처치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

허씨는 "용역직원 4-5명에게 팔과 다리가 비틀린 채 길바닥으로 끌려 나와 쓰러져 있었는데, 바로 옆으로 대형 포크레인이 다가와 작업을 하는 바람에 포크레인 굴착기에 손을 다쳤다"며 "쓰러져 있는 사람의 옆에다 굴착기를 들이대는 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분개했다.

a 허씨가 용역직원들과 포크레인에 부상을 당해 동수원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허씨가 용역직원들과 포크레인에 부상을 당해 동수원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김한영

이날 수원시의 공사강행이 이뤄진 시간에는 남성주민들이 직장에 출근한 상태여서 농성현장에는 대부분 노인들과 주부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거세게 저항했으나 용역직원들과 공무원들의 거친 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원시와 시공업체 측은 오전 11시쯤부터 농성주민들이 공사현장 밖으로 밀려나가자 공무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로 공사현장을 에워싸는 '인간방패'를 만든 뒤 굴착공사와 안전펜스 설치작업에 들어갔다.


이어 오후에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철수하자 경찰은 공무원과 주민들간의 재충돌을 막기 위해 전경 150여명을 공사현장에 긴급 투입해 경계태세에 들어갔고, 수원시는 일과 후 공무원들을 300여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날 오후 3시 40분쯤 수원시청으로 몰려가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1층 현관으로 들어가려다 미리 대기해 있던 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a 10일 오후 5시 30분쯤 수원시 공무원들에게 떠밀려 실신한 한 주민이 119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10일 오후 5시 30분쯤 수원시 공무원들에게 떠밀려 실신한 한 주민이 119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 김한영

주민들은 또 이날 자정 무렵까지 공사현장 주변에서 공무원들을 향해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주민들을 강제로 제압하는데 동원된 것을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며 비난했다.

주민 이아무개씨는 "주택가에 고가차도를 건설하면 인근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오는데, 누가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느냐"면서 "수원시가 주민들의 입장은 외면하고 무조건 고가차도건설을 고집하는 것은 민의를 외면한 독선행정의 증거"라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이어 자정이 지나 김용서 시장이 사는 수원시 망포동 아파트로 몰려가 1시간 반동안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벌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으며, 11일 오전 2시쯤 자진철수했다.

김인호 고가차도반대주민대책위원장은 "김용서 수원시장이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뒤 공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기습적으로 공무원과 용역직원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했다"며 "앞으로 모든 합법적 방법을 총동원해 공사를 저지하고, 시장퇴진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민들과 충돌사태와 관련해 수원시 도로과 관계자는 함구로 일관했다. 최 아무개 도로과장은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한데 대한 입장을 묻자 "피곤하다. 지금은 뭐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수원시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갖고 순리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밀어붙이니까 이런 일이 생겼다. 솔직히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며 공사강행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a 고가차도반대농성주민들이 강제로 끌려나간 뒤 공무원들이 공사현장을 에워싸고 주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고가차도반대농성주민들이 강제로 끌려나간 뒤 공무원들이 공사현장을 에워싸고 주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 김한영

한편 수원시가 국도 42호선 일대의 교통혼잡을 막는다며 추진하고 있는 문제의 우만고가차도는 우만 2동 호텔캐슬 옆 사거리에서 동수원IC 방향 700m구간에 건설하는 것으로, 모두 130여억원을 투입해 내년 4월말 개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지난 2월 17일 고가차도건설공사에 착수했으나 인근 신성·선경아파트와 삼미·조선·건국빌라 등 5000여 세대 주민들이 일조권침해와 소음·진동 등 교통환경피해가 우려된다며 고가차도공사를 강력히 반대해 왔다.

주민들은 또 현재 교통흐름이 원활한 곳에 고가차도를 건설하는 것은 오히려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등 각종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고가차도 대신 지하차도를 건설해 주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뒤 공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수원시는 그 동안 주민들과 접촉에서 고가차도를 건설하겠다는 기존입장만을 되풀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수원시는 지난 3월 20일 우만2동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공무원을 감금했다며 주민대책위와 일부 주민들을 공무원감금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a 주민 100여명이 고가차도공사를 강행한 김용서 수원시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망포동 김시장 아파트단지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 100여명이 고가차도공사를 강행한 김용서 수원시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망포동 김시장 아파트단지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한영

주민들은 "기존 고가차도건설방침만 통보하고 돌아가려는 공무원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을 부풀려 공무원감금과 공무집행방해 등 무거운 혐의로 고소한 것은 주민들을 압박하기 위한 치졸한 술책"이라며 맞대응을 준비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민대책위는 교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면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그것마저도 안 된다면 주민대표와 수원시 당국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열어 그 결과에 따르자고 제안하는 등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원시는 교통환경영향평가는 현행법상 5㎞ 미만 도로의 경우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하차도는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공개토론회 역시 그 동안 전문가들의 충분한 자문을 거쳤다며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여오다 이날 갑자기 공사강행으로 돌아섰다.

수원시는 국도1호선의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청 사거리와 한일타운 사거리에 지하차도를, 권선동 시외버스터미널 사거리와 동수원 사거리에도 고가차도건설공사를 각각 추진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주민들 당하고 있을 때 시장은 음악감상?
시의원 시민단체 주민들 이구동성 성토

10일 우만고가차도 건설현장에서 공무원들과 주민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던 시간에 시정 최고책임자인 김용서 시장이 한 음악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이날 김 시장은 주민들이 공무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던 시간에 수원시 팔달구 원천동 아주대 체육관에서 있은 한국방송 '열린음악회' 녹화현장에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시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주민들은 김 시장의 행동을 이구동성으로 집중성토하고 나섰다.

수원시의회 이은주(곡선동) 의원은 "주민들은 공무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당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가는 상황에서 시장은 고상한 음악감상이나 하고 있었다니 기가 막힌다"며 "5월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따지겠다"고 밝혔다.

수원경실련 관계자도 "시장이 공무원 수 백명을 공사현장에 투입시켜 주민들에게 완력을 행사하도록 만들어 놓고 한가하게 음악회에 참석한 것은 시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낯뜨거운 행동"이라며 "과연 시민들이 그런 사실을 알면 시장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주민 이아무개씨는 "근무시간에 공무원들을 동원해 주민들과 싸우도록 해놓고 시장은 음악회나 참석하고 있다니 말이 되느냐"며 "이런 무책임한 시장은 퇴진운동을 벌여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수원시 한 관계자는 "오래 전에 약속된 일정이기 때문에 시장님도 부득이 참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고가차도건설과 관련해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것에 대해서 시장님께서도 무거운 마음이실 것"이라고 감쌌다. / 김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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