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수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여야 총무 및 노무현 대통령의 삼자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제1신 : 13일 오후 5시30분>
대북송금 '특검법' 협상, 물 건너 가나
"양측이 합의한 부분 이외에는 특검법을 손댈 이유가 없다, 내달 임시국회가 있는 만큼 신의를 가지고 개정협상에 나설 것"(3월 16일,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
"협의하겠다는 것이었지 합의된 건 아니지 않느냐"(4월 11일,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
대북송금 특검법 수정 협상이 양당의 무성의한 협상 태도로 겉돌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양당 사무총장간 협상을 통해 잠정'합의'했던 부분을 '협의하기로'했던 부분이라며 '말바꾸기'에 나서고 있고 민주당은 합의사항에도 없던 특검법안 명칭변경 요구를 들고 나와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11일 본회의 통과 계획이 무산된 것은 물론 특검이 본격 수사에 돌입하는 17일까지 수정된 특검법이 처리될 지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양측은 오는 14일 총무회담을 열어 극적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가 도출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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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 합의'를 '협의'로 번복한 한나라당이 1차적 책임
지난 3월 양당 사무총장 라인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사실상의 합의에 이른 부분은 △ 북측인사 실명 비공개 및 북측 계좌 비공개 △ 수사기간 최장 100일로 단축 △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조항 명문화 등에 대한 적극 협조 등 3가지.
이중 북측 인사 실명 비공개 부분은 양당 법사위 간사의 협상을 통해 일단 합의된 바 있다. 하지만 수사기간 단축과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조항 명문화 등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특검법 수정 협상이 이처럼 난항을 거듭하는 이유는 협상라인 변경에 따른 한나라당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는 지난 11일 "특검 활동 기한과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조항 명문화를 수용할 수 없다"며 지난 3월 이상수·김영일 양당 사무총장간의 합의 사항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지난 3월 16일 양당 총무간 협상 결과와 관련 "양측이 합의한 부분"이라며 합의수준임을 인정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이다.
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도 "우리당은 대통령의 특검 공포 이전에 협의키로 했던 3개항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합의가 아닌 '협의'의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특검법 수정을 '의무이행' 범위 밖으로 몰아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심지어 "당시 총장간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상수 민주당 총무도 잘 알고 있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박 대변인은 13일 "송 특검이 수사기간이 짧아서 수사를 못한다는 의사를 우리 당에 간접적으로 전해왔다"며 수사기간 단축마저 난색을 표했다.
정균환 총무 돌연 특검법 '명칭변경' 요구
반면 민주당은 정반대의 반응이다.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특검수사가 시작되는 17일 전, 특검법 수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했다.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당초 대북송금 특검법을 선공포하면 후개정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면서 "협의하겠다는 것이었지 합의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강변하는 것은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정균환 원내총무도 지난 11일 총무·법사위 간사 연석회의가 끝난 뒤 "답답하다"는 말을 몇차례씩 연발한 뒤 "이는 정치 신의의 문제"라며 한나라당의 말바꾸기를 겨냥했다. 아울러 그는 "이래서 내가 협상 창구를 안 맡으려고 한 것"이라며 사무총장간 협상으로 주체를 변경해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측도 협상 결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총장간 세가지 합의사항 외에도 특검법안 명칭 변경을 갑작스레 다시 들먹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균환 총무는 지난 11일 총무·법사위 간사에 연석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비밀 송금의혹사건 특별검사법'이라는 명칭 중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현대그룹'으로 대체하자는 협상거리를 다시 추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순탄치 않은 과정임을 감안할 때 도리어 양당 총장간 합의사항 이외의 문제로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정 총무의 협상 태도를 문제삼아 "협상의지가 없다"고 반박하며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증장치 없이 특검법 공포한 노 대통령 책임론도
아울러 특검법 협상을 둘러싼 국회 공전을 자초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욕과잉'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단지 사무총장간 구두합의만을 믿고 '신뢰의 정치'라는 이름으로 특검법을 공포한 것은 현실정치판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접근한 순진할 발상이라는 주장.
김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상황을 예견했기 때문에 당시 거부권을 주장했던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김 의원은 "1차적 책임은 약속을 저버린 한나라당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장정치가 자리잡지 않은 현실정치를 전제로 공포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여야간 합의만 되면 공포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노 대통령의 선택이 결코 국익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경재 민주당 의원도 "이번 특검건은 대통령이 핸들링을 잘못한 것"이라며 비난의 활시위를 노 대통령에 겨눴다.
김 의원은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것은 한나라당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원안에 따른 특검수사를 기정사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합의한 것을 확인하고 공포를 하거나 거부권 후에 수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당시 협상을 주도했던 이상수 총장을 향해서도 "내일 의원총회장에서 이 총장을 공격할 것"이라며 신주류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할 태세임을 내비쳤다.
"송두환 특검 '양심'에 맡길 수밖에…" 비관적 대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