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사랑을 싣고

소외된 이웃 위해 봉사하는 캐딜락 리무진 운전사 이윤규씨

등록 2003.04.14 12:17수정 2003.04.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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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윤규씨와 아내 이옥금씨

이윤규씨와 아내 이옥금씨 ⓒ 엄선주

우리나라에 한 대 밖에 없는 캐딜락 리무진과 캠핑카를 소유한 이윤규씨는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의 주인공이다. 그의 굴곡있는 삶이 있었기에 그의 캐딜락은 사랑을 싣고 달린다.


이윤규씨는 전남 강진 시골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예전의 우리 삶들이 그러했듯이 이윤규씨 또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1972년,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가족부양을 위해 독일로 떠난 이윤규씨는 낮에는 타일공, 밤에는 광부로 그야말로 밤낮으로 일했다.

억척스럽게 일해 돈을 모은 이윤규씨는 1975년 한국에서 파견 나온 간호사와 결혼, 3남매를 낳아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아내와 동화되는 것은 참으로 힘들었다. 결국 1995년 이혼을 했으며 벌어놓은 돈으로 고국에 돌아가 뭔가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1999년 가족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왔다.

양로원 노인들의 전용 자가용 '캐딜락'

한국의 물정과 지리를 익히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던 도중 우리나라에 한 대밖에 없는 캠핑카를 구입했다. 차내에 샤워실, 화장실, 부엌, 침대방까지 비치되어 있는, 기아에서 단 두 대를 만든 초호화 캠핑카 중 하나로 나머지 한 대는 불에 타 현재 우리나라 유일의 캠핑카라 한다.

한편 독일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캐딜락 리무진이 우리나라에서는 장례용 차량으로 사용되는 사실을 알고 자식을 위해 평생을 고생하신 어머니 생각에 이윤규씨는 캐딜락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죽어서야 비로소 타보는 자동차를 살아 생전 태워드리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2001년 5월 84살의 노모와 한국의 모든 어머니들을 위한 마음으로 캐딜락을 사게 되었다.


96년식, 5800cc, 7.52m 길이의 캐딜락 리무진은 전국 각지를 돌며 웨딩카와 귀빈접대용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얻은 수입은 캐딜락에 사랑을 더해 소외된 이웃에게 쓰여진다.

장애인 결혼, 각종 공공기관의 공적 업무, 노인들의 효도관광용으로 무료 지원했다. 특히 익산의 노인복지시설 '신광의 집'의 노인들에게 이윤규씨의 캐딜락과 캠핑카는 전용 자가용 노릇을 톡톡히 한다. 노인들과 마이산, 금산사, 격포해수욕장 등을 관광했으며 작년 가을에는 정읍 내장산 단풍구경도 갔었다. 요즘은 막바지에 다다른 벚꽃 관광에 한분의 노인이라도 더 모셔가기 위해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며칠 전에는 노인들을 위해 캠핑카에 노래방 기기를 설치했다. 즐거워하실 노인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웃음이 나오는 이윤규씨다. 노인들이 '생전 이렇게 큰 차는 처음 타본다', '대통령이나 타는 차를 내가 탔다'며 좋아하실 때 흐뭇하다는 이윤규씨는 "항상 어머니를 모시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모신다"고 한다.

북한 경유하여 유럽여행하는 것이 꿈

이윤규씨는 평소에는 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다. 봉사나 특별행사가 있을 때만 타고 나간다. 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호화 사치를 하는 사람이나 졸부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은 불쾌하다"며 "그럴 땐 고생해서 번 돈으로 고국에 봉사하기 위한 마음으로 샀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이윤규씨는 자신을 서민이며 노동자라고 한다. 실제로 이윤규씨는 한국서 만난 현재의 부인 이옥금(48)씨와 익산시 영등동의 24평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부인과는 여행도 함께 다니며 봉사활동도 늘 함께 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는 이윤규씨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 캠핑카로 북한을 경유하여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이다. 이윤규씨는 "독일의 경우, 통일되기 전에도 동독을 경유할 수는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하루속히 통일이 되어야하지만 그 이전에 서로의 땅을 밟는 자유가 허용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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