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지 말라

4월 15일 PD수첩 "국제결혼의 덫에 걸린 여성들" 편을 보고

등록 2003.04.16 15:06수정 2003.04.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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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MBC PD 수첩 방송 다시보기 내용설명
4월 15일 MBC PD 수첩 방송 다시보기 내용설명송성섭
2003년 4월 15일 23시에 방영된 MBC PD수첩 "국제결혼의 덫에 걸린 여성들"편이 방영되기 전과 후로 많은 국제결혼 당사자들의 비판과 우려들이 있었다. 먼저 보도의 취지가 악덕 결혼중매업자와 외국인 아내를 폭행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한국남성의 잘못들을 지적하며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 촉구라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고마운 일이다.

또한, 보도 전에 국제결혼당사자들이 우려했던 만큼 심각할 정도로 국제결혼의 어두운 면이 강하게 부각되어지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결혼 여성의 죽음, 남편의 폭행과 결혼중매업자들 및 한국남성의 '매매혼"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밝은 면은 보도되지 않아 국제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부부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iMBC PD 수첩 인터넷 게시판에 이에 대한 비판의 의견을 제시한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네티즌 김모씨는 방송 3일 전에 담당 기자 10명에게 편파보도를 우려하는 글과 함께 공정한 보도를 하여 방송으로 피해보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간절한 부탁을 했지만 MBC로부터 답변 한 통 없었다고 토로하고 하고 있다. 역시 방송을 지켜본 후 MBC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현재의 국제결혼은 사람을 사고 파는 매매 행위"라는 소제목으로 프로그램 미리보기 내용을 소개하여 일부의 문제 있는 일부 국제결혼을 전체의 국제결혼을 "매매혼"으로 매도하는 것은 방송언론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이다. 이는 사실을 과장 또는 왜곡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시청률을 높이는 상업적 수단의 하나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다행히 인터넷 "미리보기"에서 소개한 글의 소제목과는 달리 실제 방영된 내용에서는 국제결혼 전체가 문제 있다거나 "현재 국제결혼은 사람을 사고 파는 매매행위"라는 극단적 일반화의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방송내용 전체가 국제결혼의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내보이고 있어 "편파보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4월 15일 방영 내용에서 못사는 나라 여성들의 국제결혼을 통한 한국행의 목적이 경제적 이유라는 주장과 한국 남편으로부터 구타당하는 필리핀 여성 등 외국여성들의 사례들로 한쪽 면만 보여줌은 마치 국제결혼을 하는 남성은 대부분 가정폭력을 하며 외국여성들의 인권침해를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국제결혼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가정폭력이 있으며 여성인권침해가 심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하는 주장은 하나의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내국인들간의 결혼생활에도 매맞는 여성 및 가출 여성, 그리고 이혼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사회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그러한 주장은 다소 극단적이라 본다. AFP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40분마다 여성 한 명이, 매년 1만4000명이 가정폭력으로 숨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서로 같은 문화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내국인들간에 형성된 결혼이지만 팽배한 가정폭력의 극단을 보여준다.


현재의 한국 내국인들간의 결혼도 가정폭력으로 많은 여성들이 고통받으며 이를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 이경실 사건도 그러하며 4월 7일 부부싸움 및 이를 말리는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경찰이 남편에게 총을 쏜 사건도 있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출 주부가 한달 1100명에 이르며 가출 원인 1위가 가정폭력이며, 주 연령층은 30-40세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2002년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매일 결혼하는 쌍은 840쌍, 이혼하는 수는 398쌍으로 결혼하는 수에 비하여 이혼하는 수의 비율이 거의 3분의 1을 훨씬 넘고 절반 수준에 가까운 국내결혼의 문제를 고려해 볼 때 "국제결혼"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고 심지어는 "현재의 국제결혼은 사람을 사고 파는 매매혼"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은 "국제결혼은 모두 나쁘다"라는 일반 대중의 잘못된 인식 또는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국제결혼의 덫에 걸려 심각한 인권침해를 보고 있는 외국여성들의 인권은 진정 보호되어야 하며 가정폭력 남성들, 악덕 결혼중매업자들의 횡포를 막아야 하고 진정 국제결혼이 매매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악덕 결혼중매업자들의 단속을 더욱 강화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MBC 방송으로 그러한 긍정적인 효과로 정부정책 및 사회인식변화에 충분히 반영되어졌으면 바람이다.

하지만,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책임이 뒤따른다. 언론 및 미디어를 통하여 현재까지 비쳐진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어두운 면만 보여주었고 이에 일반 대중들에게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게 형성되어있어 진정한 국제결혼자들에 대한 차별대우가 심각할 정도로 만연한 게 현실이다.

한-중 국제결혼의 경우, 해마다 거의 1만쌍에 가까운 커플들이 탄생하고 있는데 정부는 위장결혼을 방지할 명목을 내세우면서 국제결혼제도를 10단계 이상의 복잡한 절차를 특별히 도입하여 진정한 한중결혼가족들을 오랜 동안 생이별시키며 그들의 행복을 깨뜨리고 심지어 결혼으로 형성된 부모형제 및 친인척조차도 아예 초청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일반 국민들도 중국인 및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 사람들과 결혼한 부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무시하는 언동을 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종종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비추어 볼 때 국내 언론들의 보도 결과로 인하여 어느 한 쪽의 인권을 보호해줄 수도 있지만 반면에 이로 인하여 다른 선의의 피해자들이 많이 나올수 있음을 명백하게 알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MBC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번 4월 15일자 PD 수첩 "국제결혼의 덫에 걸린 여성들"의 방송으로 국제결혼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였다면, 이제는 국제결혼에 대한 극단적인 편견을 갖는 일반 대중들이 없도록 국제결혼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등 긍정적인 면도 함께 조속히 방영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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