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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꽃에는 향기가 있고, 향기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초대장입니다. 초대에 응한 손님들은 만찬을 맛나게 먹고는 또 다른 초대에 응함으로 초대한 꽃들에게 보답을 합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꿀을 얻어가지만 만찬을 즐기는 사이 꽃가루들이 손님의 몸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새로운 여행을 시작합니다. 오는 손님들이 밉지 않고 가는 손님들이 서운하지 않는 숲 속의 작은 잔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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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아직 날개도 나지 않았지만 튼튼한 다리로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껑충 뛰어오르다 사뿐히 앉아보니 노란 꽃입니다. 꽃향기에 취하고 나른한 봄 햇살에 취해 나른해 진 몸을 쉬려는가 봅니다. 자연은 오고 감이 자유롭습니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사람들이 머문 자리는 상처가 남기 마련인데 그들이 머물다 간 자리는 상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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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잠시 나른한 몸을 쉬던 손님이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손님이 찾아옵니다. 누구든지 와서 쉬고 가라고, 누구든지 와서 마른 목을 축이고 가라고 손짓을 하는 듯한 꽃을 봅니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그 자리에서 평생을 지내는 작은 풀이지만 오가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가장 아름답게 피어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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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하얗게 피어있는 산딸기 꽃에도 손님이 찾아왔군요. 저렇게 손님들을 분주하게 맞이하다가 열매를 맺는구나 생각하니 자연의 신비로움이 전율처럼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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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나비에 가려진 꽃, 나비가 꽃인지 꽃이 나비인지 묘해지는 순간입니다.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되어 피아의 구분이 없는 삶,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도 아름답기만 한 삶을 우리 사람들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기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쩌면 그러한 희망이 있기에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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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산딸기 꽃을 찾은 손님이 잠시 다른 곳에 눈을 주는 사이 바뀌었습니다. 아니, 바뀐 것이 아니라 이 꽃 저 꽃마다 분주하게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숲 속의 작은 잔치, 봄날의 그 잔치를 위해서 사계절을 조용히 준비했습니다.
이제 그 잔치를 마치면 화려하던 꽃들도 조용히 잔치상을 접고 또 다른 잔치상을 준비할 것입니다.
열매가 맺히면 그 열매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손님들이 찾아오겠죠. 그러면 아낌없이 내어주고, 그 속에 자기와 똑같은 또 다른 생명을 줌으로 인해서 산야 어디에선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겠죠.
아낌없이 줌으로 새로운 생명으로 발돋움하는 숲 속의 잔치가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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