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67

등록 2003.04.17 17:55수정 2003.04.1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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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은 저들이 방비를 잘 해 놓은 곳이고 분명 왕이 직접 군을 통솔하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 오는 도중에 행인국의 어떤 움직임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저들은 우리 군을 전혀 정찰하지 않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군을 한편으로는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북문을 치다가 병사들을 흐트러진 대오로 물리면 분명 저들은 성문을 열고 우리를 추격할 것입니다. 남문을 치다가 이러한 방법을 쓴다면 저들은 주저하며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북문을 치자는 것입니다."

무골이 머리를 긁적이며 부분노에게 물었다.


"그런 다음에는 어쩐다는 것입니까?"

을소가 끼어들어 대신 대답해 주었다.

"병사들을 셋으로 나누어 한 패는 성을 치는 척 하다가 도주하고 한패는 성 근처에 매복해 있다가 성안으로 난입합니다. 또 한패는 기병으로 편성하여 기다리고 있다가 도주하는 우리 군사를 쫓는 행인국 병사들의 뒤를 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분노 장군님?"

부분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괴유와 무골이 이끄는 고구려 병사들이 공성장비를 이끌고 성의 북문을 쳤다. 행인국 왕 주자아는 칼을 뽑아들고 병사들을 독려했다.


"명이 있을 때까지 활을 쏘지 말라! 끊는 기름을 준비하라!"

병사들은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고선 왕의 명령을 기다렸다.


"쏴라!"

화살은 빗발치듯 고구려군의 머리위로 쏟아졌다. 병사들은 일제히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아냈다. 서너 차례의 화살 폭풍이 지나간 후 성벽가까이 접근한 방패를 든 병사들의 사이가 열리며 충차와 사다리를 든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돌을 던져라! 물러서지 마라!"

주자아는 열심히 병사들을 독려했고 성문으로 접근한 충차에는 미리 준비한 바위덩이가 떨어져 이를 산산조각 내었다. 어느덧 고구려군의 대오가 크게 흔들리더니 선두에 선 괴유와 무골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이 도주하는 모습이 주자아의 눈에 띄었다.

"말들을 준비하라! 적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때 짓밟아 버려야 한다!"

일은 부분노가 예상했던 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성문이 활짝 열리고 주자아가 앞에 선 수백의 행인국 기병이 뛰쳐나왔다. 거의 고구려군의 후미를 따라잡는 찰나 근처에 있던 고구려와 말갈의 기병이 행인국 기병의 측면을 강타했다.

"속았구나!"

주자아의 탄식과 함께 북문 근처에 매복해 있던 고구려군이 성안으로 난입해 들어갔다. 행인국 병사들은 제대로 대항도 해보지 못한 채 무기를 버리고 꿇어앉아 목숨을 빌 뿐이었다. 주자아가 이끄는 기병들은 완전히 포위 당한 채 안간힘을 다해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마침내 북문 위에 고구려를 상징하는 삼족오기가 내걸리자 주자아는 행인국 병사들은 저항할 힘마저 잃어버렸다.

"행인국 왕은 들으시오! 더 이상 무의미한 저항은 말고 고구려왕에게 투항하시오!"

오이의 외침소리에 주자아는 몇 안 남은 병사들과 함께 칼을 내던지고 말에서 내렸다. 이로서 행인국은 고구려의 지배 하에 들게 되었다.

오이와 부분노는 항복한 주자아를 예로서 대우한 뒤 행인국의 백성들을 위무해 민심을 수습하고 당당하게 골령의 왕성으로 개선했다. 주몽은 십리 밖에서 이들을 환대한 뒤 압송되어온 주자아를 위로했다.

"그대에게 나쁜 마음으로 이런 대우를 하게 된 것이 아니오. 모두가 하늘의 뜻이니 상심말고 나를 위해 일한다면 기쁘기 한량없겠소."

하지만 주자아는 모든 대우를 거절하고 평범한 백성으로 지내길 원했다. 주몽이 두번 세번 권유했지만 주자아의 마음은 돌아서질 않았다. 주몽은 그런 주자아에게 작은 땅을 주어 남은 여생을 보내도록 배려했다. 주자아는 말 한필에 의지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보시오!"

말에서 내려 좁은 산길을 거닐던 중 주자아는 급히 자신의 뒤를 쫓아오며 자신을 부르는 사내를 보고선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오?"

그 사내는 대답도 없이 대뜸 칼을 뽑아 주자아의 가슴을 찔러 살해한 후 시체를 거두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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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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